한동일의 라틴어 산책 - 뿌리가 되는 언어 공부
한동일 지음 / 언어평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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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에서 라틴어의 문법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내용을 접했다. 능동태만 60여 가지가 넘는 데다 동사의 어미변화, 수동태의 어미변화 때문에 지레 겁먹는 사람이 많다는 문장을 읽고 나서 복잡하면 얼마나 복잡하기에 그렇게 말하나 했다. 라틴어 do 동사 활용표를 보기 전까지는. 동사 하나가 106개로 변화하는데 깜짝 놀랐다. 직설법, 접속법, 명령형, 부정형을 많으면 5가지, 적으면 2가지의 시제에 맞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능동형과 수동형, 단수와 복수를 다 따져야만 하니 외울게 많아도 너무 많다 싶었다. 이런 언어를 배우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 건 굉장히 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 것이 사실이다. 조직적이고 수학적인 언어인 라틴어를 제대로 배운다면 공부하는 훈련이 되고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니 솔깃하기도 했다. 어려운 언어를 배우고 이를 활용하게 된다면 대단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라틴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틴어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라틴어를 이해하고 알파벳과 발음을 익히는 것까지는 쉽다. 그런데 모음의 장단과 강세 부분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어렵다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한국어에는 없는 성이 있고 조사로 주격과 목적격을 구분하는 한국어와 달리 라틴어는 조사 없이 어미변화로 격을 드러내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력 없이 어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냐마는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싶다. 어찌 되었든 배우려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라틴어로 편지를 쓰고 싶다. 이런 작은 목적이라도 있다면 조금씩 천천히 공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첫 문장은 로마인들처럼 시작하련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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