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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속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입니다. 바다에 잇닿은 도시라는 것만 알 뿐입니다. 속초에 대한 어떤 궁금함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당신에게 말을 건다'를 읽었거든요. 잘 쓴 책 한 권이 어떤 동네를, 도시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책의 힘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60여 년 동안 존재한 동아서점은 동네서점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 한 번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시대에 10년, 20년이 아니라 반백년도 더 된 서점이, 그것도 동네서점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 서점은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따뜻함을 품은 서점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은 아들의 성품이 서점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좋아할 만한 책을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그의 세심함과 사려 깊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책과 서점, 고객을 모두 사랑하는 그야말로 서점 주인에 최적화된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때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서점 주인은 하루 종일 책에 둘러싸여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러나 그런 생각은 서점을 경영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쁜지를 모르는 사람의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서점에 비치할 책을 주문하고 종류별로 분류하고 책을 꽂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책을 반품하고 또 어떻게 진열할지를 고심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드는지를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책 표지만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서점의 하루가 이제는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서점운영은 낭만보다는 인내와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자가 들었던 충고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점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자체가 좋아 책과 함께 있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을 포기하면서 서점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언젠가 서점을 열고 싶다는 꿈을 고이 접었습니다.
갑자기 서점을 맡고, 서점을 확장이전하고, 서점에서 쉼 없이 일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처음 책을 낸 사람 같지 않게 재치 있는 글 솜씨를 보며 그가 계속 글을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아버지의 편지로 시작해 아들의 편지로 끝나는 동아서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편지만 봐도 알 수 있는, 이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은 앞으로도 동아서점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네요.
짧은 시간동안 글 속의 동아서점에 익숙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언젠가는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에 가보고 싶습니다. 서점을 둘러보고 상상속의 정경과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골라놓은 책들이 말을 거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