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점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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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이라는 단어는 고등학교 미술시간 이후로는 생각해 본 적도, 사용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림을 감상할 때 소실점이 몇 개인지 세어보지는 않으니 앞으로도 이 단어를 쓸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때로 생각은 날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소실점>의 표지가 뇌리에 남았기 때문인데 내용 또한 긴장한 상태로 수없이 의심하면서 봤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잊힐 것 같지가 않습니다.

 

표지에는 붉은 천이 덮인 여인이 있습니다. 꼭 작품 사진 같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다 첫 부분에서 받은 충격이란! 누군가가 죽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칩니다. 한 공간에 있는 남자의 행동으로 미루어 봐서는 살인 사건인 것 같은데 사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가 범인이라면 그는 분명 정신이 온전치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일이 살인인지, 사고인지, 자살인지, 그리고 옆에 있는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지 너무나 궁금해 여인의 모습을 애써 지우고 나머지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 나갑니다.

 

이 책은 한 여자의 죽음과 죽음 이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외모와 학벌, 집안 등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녀는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야만 했을까요. 눈을 감지 못한 채 떠난 그녀는 안타깝고 그녀와 연결되어 있는 이들은 모두 의심스럽습니다. 여자의 남편과 용의자인 한 남자를 통해 알게 되는 그녀의 모습은 비슷한 데 없이 너무나 달라 각자가 다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여러 개의 인격을 가진 것처럼 시시각각 태도가 변하는 용의자와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한 태도를 보이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용의자가 범인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서는데도 둘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반전에 또 반전이 거듭되는 와중에도 도입 부분의 묘사는 사실 그 자체인지, 용의자의 회상인지, 단지 누군가의 상상일 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갈수록 범인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진술 이면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의 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계속 상상할 수밖에요. 그녀가 죽었다는 그 사실만이 아니라 그녀의 삶, 그 완벽한 삶과 극단적인 죽음이라는 것이 그녀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소실점>은 경찰과 검사가 등장하고 유치장과 교도소가 나오는 미스터리 소설인데 사건이 해결될수록 사건 자체보다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되는 희한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군가를 행복하게도 만들고 불행하게도 만듭니다. 모두의 삶이 다르듯 그 속에서 겪는 사랑의 모습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애틋함과 질투, 헌신과 배신이 더해지면서 때로는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명의 남자는 이런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 버린 이들의 모습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상상해 봄직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 그 위치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한 명도 아닌 두 명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사실은 세상을 떠난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가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간 것이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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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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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은 후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단편소설집입니다. 여섯 편의 글은 지금 누군가는 겪고 있을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 결혼, 일 등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회상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 한 선택들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지요.

 

특별한 일 없이 보내는 나날들이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바쁘게 지내며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어 나 혼자 정체된 채로 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그 사람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평온하게 지내는 나의 모습을 부러워할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한 번씩 '후회'라는 감정에 흔들리는 내 자신의 모습입니다.

남편과 결혼하지 않은 인생을 궁금해 하는 후미코, 옛 애인의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사토코와 뎃페이, 성공한 친구를 보며 자신의 선택에 의문을 가지는 기미코를 보며 다들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은 이상하게도 쉽게 떨쳐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여행지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고즈에와 에이치로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 둘은 첫 번째 단편인 '또 하나의 인생'에 나오는 주인공의 친구들로, 본의 아니게 주인공이 꿈속에서 잠깐의 일탈을 즐기게 만든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기분이 들뜹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지요. 낯선 여행지에는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익숙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듭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고 싶어집니다. 설렘과 해방감을 주는 이 한정된 시간이 언제 또 올 지 모르기에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요. 지금 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로 남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가면 여행지에서의 일을 오히려 후회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인생은 자신의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만 고즈에와 에이치로가 여행을 마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 뒤, 자신들이 벌인 일에 책임을 질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리는 무수한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가지 못한 길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 순간에 내가 한 선택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 같습니다.
언젠가 또 과거의 선택을 후회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길을 가지 않아 오히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라 믿으며 옛일을 조용히 덮어두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닐까 자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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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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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입니다. 바다에 잇닿은 도시라는 것만 알 뿐입니다. 속초에 대한 어떤 궁금함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당신에게 말을 건다'를 읽었거든요. 잘 쓴 책 한 권이 어떤 동네를, 도시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책의 힘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60여 년 동안 존재한 동아서점은 동네서점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 한 번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시대에 10년, 20년이 아니라 반백년도 더 된 서점이, 그것도 동네서점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 서점은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따뜻함을 품은 서점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은 아들의 성품이 서점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좋아할 만한 책을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그의 세심함과 사려 깊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책과 서점, 고객을 모두 사랑하는 그야말로 서점 주인에 최적화된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때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서점 주인은 하루 종일 책에 둘러싸여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러나 그런 생각은 서점을 경영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쁜지를 모르는 사람의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서점에 비치할 책을 주문하고 종류별로 분류하고 책을 꽂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책을 반품하고 또 어떻게 진열할지를 고심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드는지를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책 표지만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서점의 하루가 이제는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서점운영은 낭만보다는 인내와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자가 들었던 충고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점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자체가 좋아 책과 함께 있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을 포기하면서 서점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언젠가 서점을 열고 싶다는 꿈을 고이 접었습니다.

 

갑자기 서점을 맡고, 서점을 확장이전하고, 서점에서 쉼 없이 일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처음 책을 낸 사람 같지 않게 재치 있는 글 솜씨를 보며 그가 계속 글을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아버지의 편지로 시작해 아들의 편지로 끝나는 동아서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편지만 봐도 알 수 있는, 이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은 앞으로도 동아서점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네요.

 

짧은 시간동안 글 속의 동아서점에 익숙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언젠가는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에 가보고 싶습니다. 서점을 둘러보고 상상속의 정경과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골라놓은 책들이 말을 거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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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분 바른 손글씨 완성 노트 - 악필에서 명필로 거듭나는 마법의 시간
신미희 지음, 달곰미디어 콘텐츠연구소 / 달곰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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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린이집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여러 장 있어서 빈칸을 채우다 좀 당황했습니다.

'아니, 내 글씨가 왜!'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서체가 형편없었거든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수록 유치원생이 썼을 법한 글씨가 돼버려서 글씨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무리 글씨 쓸 일이 없다지만 유치원생처럼 쓸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하루에 7분씩 연습해 손글씨를 완성하는 책이라는 문구를 보고 혹해서 이 책을 글씨 연습용 책으로 삼았습니다. 연필 잡는 법부터 글씨를 연습하는 방법까지 잘 설명되어 있어 본격적으로 글씨를 연습하기 전에 자세히 읽어 봤습니다. 무엇을 하든 기본자세가 중요하지요.

여러 가지 선을 긋는 것부터 시작해 자음과 모음, 단어, 문장을 차례로 따라 쓰는 구성입니다. 계속 따라 쓰다보면 엉망인 글씨체가 점점 다듬어지겠지요. 정자체를 기본으로, 다양한 글씨체들도 써볼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서체를 찾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선 긋기 연습을 해 봤습니다. 한 바닥도 따라 긋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손가락이 아파옵니다. 연필을 잡을 때 손과 손목에 힘을 살짝 뺀다는 느낌으로 잡으라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한다고 하는데도 어느새 손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습관이란 정말 고치기가 힘든 것인가 봅니다.

 

 

매번 연습을 해야지 하다가 시도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글씨 연습을 시작했으니 꾸준히 해봐야겠습니다. 글씨를 쓰며 마음을 닦던 옛 선비들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글씨가 마음의 거울이다 생각하고 연습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지인 중에 글씨체가 참 예쁜 사람이 있습니다. 글씨를 볼 때마다 참 정갈한 느낌이 듭니다. 생일이면 카드를 보내오는데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깔끔하고 단아한 글씨가 조금은 부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한 일 년쯤 뒤에는 저도 저만의 단정한 서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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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짝쿵짝 동물 음악가들 접었다 폈다 동물 탐구 3
페드로 알칼데 지음, 훌리오 안토니오 블라스코 그림, 유아가다 옮김 / 다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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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조류, 포유류 등의 다양한 동물들은 훌륭한 음악가입니다. 각자가 소리를 내는 기관이 다르고 소리 또한 다르지요. 이들을 모아놓으면 오케스트라가 될 것 같네요. 동물들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궁금할 때 '쿵짝쿵짝 동물 음악가들'을 보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책장을 펼치면 한 장에 동물 한 마리가 나옵니다. 동물의 특징, 소리를 내는 목적과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음악용어를 적용해 설명하기도 합니다.

 

 목소리가 좋은 사람을 보면 '꾀꼬리 같은 목소리'라고 하지요. 꾀꼬리의 노랫소리가 크고 맑아서 그런 말이 생긴 게 아닌가 싶네요. 

위 사진은 밤꾀꼬리를 설명한 부분입니다. 밤에 노래하는 밤꾀꼬리는 새들의 노랫소리 중 가장 복잡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성량과 음색이 다양하고 음역이 넓은데다 효과음까지 낼 수 있어서 왠만한 새들은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네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노래한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거미, 박쥐, 고래, 늑대 등도 노래를 한다고는 말하지 않죠.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동물들도 목소리로, 초음파로, 몸으로 다양한 노랫소리를 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제 텔레비전를 보다가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 합창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네요.

숲 속에 가면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내는 다양한 소리들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이들 소리를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으면 더 멋지게 들릴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새만 노래를 부른다는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의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도감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어 아이에게 자주 보여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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