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평범>은 후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단편소설집입니다. 여섯 편의 글은 지금 누군가는 겪고 있을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 결혼, 일 등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회상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 한 선택들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지요.

 

특별한 일 없이 보내는 나날들이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바쁘게 지내며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어 나 혼자 정체된 채로 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그 사람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평온하게 지내는 나의 모습을 부러워할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한 번씩 '후회'라는 감정에 흔들리는 내 자신의 모습입니다.

남편과 결혼하지 않은 인생을 궁금해 하는 후미코, 옛 애인의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사토코와 뎃페이, 성공한 친구를 보며 자신의 선택에 의문을 가지는 기미코를 보며 다들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은 이상하게도 쉽게 떨쳐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여행지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고즈에와 에이치로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 둘은 첫 번째 단편인 '또 하나의 인생'에 나오는 주인공의 친구들로, 본의 아니게 주인공이 꿈속에서 잠깐의 일탈을 즐기게 만든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기분이 들뜹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지요. 낯선 여행지에는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익숙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듭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고 싶어집니다. 설렘과 해방감을 주는 이 한정된 시간이 언제 또 올 지 모르기에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요. 지금 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로 남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가면 여행지에서의 일을 오히려 후회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인생은 자신의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만 고즈에와 에이치로가 여행을 마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 뒤, 자신들이 벌인 일에 책임을 질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리는 무수한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가지 못한 길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 순간에 내가 한 선택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 같습니다.
언젠가 또 과거의 선택을 후회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길을 가지 않아 오히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라 믿으며 옛일을 조용히 덮어두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닐까 자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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