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고 봄이 왔다 -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
최미송 지음, 김규형 사진 / 시드앤피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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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싶었는데 꽃샘추위가 몰아닥쳐 다시 겨울이 된 것 같습니다. 마냥 설레다가 찬물을 맞은 듯 식어버린 누군가의 마음이 이럴까요. 우리의 마음은 작은 일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며 시시각각 그 온도가 달라지지만 대개는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러다 온도가 너무 올라가 있거나 너무 내려가 있을 때만 알게 되지요.

이 책은 조금씩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비슷한 일로 상처받는 우리를 보여줍니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떠나보내고, 우울함에 빠지고 주저앉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 그러면서도 천천히 일어나 다시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차가워졌다가 서서히 본래 온도를 되찾는 모습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인 셈이지요.

네가 가고 마음에 찬 바람이 불었지만 어느새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더라 말하며 배시시 웃는 느낌이 좋네요. 저자가 그랬듯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도 봄은 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천천히. 지금은 잠시 비켜 있지만 곧 무거운 바람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누구에게나 따뜻함을 나누어주는 이 계절을 조용히 맞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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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
오다 아키노부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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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에 있는 작은 채식 식당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저자의 식당 창업기가와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유쾌하게 다가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편집자가 뜬금없이 가게를 차리고 '나기식당'의 주인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소신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멎고 물결이 잔잔해진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 '나기'. 식당 이름으로 선택된 이 말에는 한 곳에 정착해 느긋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는 처음 생각한 대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며 9년간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꿈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일본 최초로 저렴한 가격의 채식 식당을 만들고자 한 단순한 목표로 시작한 채식 식당 창업은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으며 천천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과 가족을 잃는 슬픔까지 겪으며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경험담은 안타깝고 애잔하지만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최고의 채식 식당이라는 평판보다는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저자의 바람대로 나기식당이 많은 이들의 편한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식재료로 채식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저자의 계획이  꼭 이루어져서 어딘가에 실렸으면 좋겠네요. 어떤 음식이 만들어질지 참 궁금합니다.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면 좋겠지요.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또 많은 이는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고 이야기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일'이 되는 순간 그전의 감정은 사라져 버릴 것이니 그냥 취미로 남겨두는 게 현명하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꿈을 좋기 위한 거점을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자가 가게를 거점삼아 자신의 꿈과 직원들의 꿈을 지켜내는 것처럼 우리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결단해야 할 순간이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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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 - 아는 역사도 다시 보는 한국사 반전 야사
김재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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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빼곡히 적힌 글들은 책의 차례입니다. 스윽 읽으니 달인, 스파르타쿠스, 미제 살인사건, 킬러, 아바타 같은 단어가 눈에 띄네요. 일반적인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단어들이지요. 차례만 봐도 무슨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요. 제목에서 이미 답을 유추해낸 독자도 많을 것 같네요.

시대나 나라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비슷비슷합니다. 권력을 잡은 자와 지배를 당하는 자, 부를 과시하는 자와 곤궁한 자, 사랑을 쟁취하는 자와 뺏기는 자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나요. 그리고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많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어 내려온 우리 역사를 드라마를 보듯 들여다보게 합니다. 이야기하듯 서술된 책을 한 장씩 넘기다보면 연대표를 외우며 숫자로 기억했던 왕들, 승자와 기득권층에게 눌렸던 몰락한 나라의 인물들과 여성들의 삶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승자 입장에서 기록된 역사를 맹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좀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그러므로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동안 쉬쉬했던 일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는 요즘에는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겹다고만 생각했던 우리의 역사를 다시 들여다볼 마음이 생기고 나니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미래의 한국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 세대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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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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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현된 완벽한 장소가 있다고 칩시다. 그곳에서 일을 하면 일의 능률이 오릅니다.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몇 시간 안에 완벽하게 해치울 정도로요. 그렇다면 그곳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비에른은 너무나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자기 자리가 있는 사무실을 뒤로 한 채로 말이지요. 표지가 그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해줍니다.

이 이야기는 비에른의 특별한 방에서부터 시작되어 '그 방' 이야기로 사람들을 흔들어 놓은 채 바로 그곳에서 끝이 납니다. 그가 집착하는 그 방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매일을 보내던 사람들이 비에른의 행동을 둘러싸고 보이는 반응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자신보다 능력이 없어 보여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두각을 드러내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겪는 바로 그런 일들이라 비에른의 입장에서, 동료들의 입장에서 상당 부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넓지 않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원치 않아도 동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게 됩니다. 그 중에는 서로를 의식하며 지내야 하는 생활에 무난히 적응한 사람도 있을 테고 너무나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자신은 아닌 척 하지만 비에른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뭔가를 하기 시작하는 비에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입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비에른은 동료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엇갈리게 되는 거지요.

누군가의 행동이 이상하게만 보이는데 그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다시 한 번 그를 생각해보지 않을까요. 혹시 내가 그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할지도 모릅니다. 겉돌기만 하고 성격도 이상해보이는 비에른이 갑자기 능력을 인정받자 그를 둘러싼 동료들이 그랬거든요. 호감을 표하기도 하고 대놓고 반감을 표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사람들 중 한 명과 같은 행동을 했을 겁니다.

타인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기준에서 내려지는 것이지만 그 평가가 어떤 상황에 의해 바뀌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다보면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이해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이 종종 생기고는 합니다. 그럴 때면 머리와 마음이 타협을 하곤 하지요. 그의 '소심함'은 '신중함'으로, '냉정함'은 '결단력'으로 탈바꿈할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비에른의 주변 사람들이 그랬듯 우왕좌왕하며 그저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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