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의 눈물 1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코디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유혹의 선'이란 오래된 영화가 있다. 의대생들이 사후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죽음을 실험하는 내용이다.
 고의로 심장을 멎게 한 후 전기 충격기를 이용해 다시 살려내는 실험을 한다.
 그 짧은 시간, 즉 죽은 시간을 경험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줄거리에 담은 영화다.
 
 책 '루시퍼의 눈물'을 대하면서 이 영화가 생각났다.
 사후 세계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후세계를 과학의 힘으로 경험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러 가지 잔인한 실험 장면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후 세계와 밀접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종교. 이 책에도 종교가 큰 부분을 찾이 한다.
 미래의 불확실한 일을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 종교로 나타난다.
 이 책은 종교와 과학을 잘 조합했다.
 그 조미료 같은 역할을 죽음이 하고 있다.
 
 과학은 과학대로 기술을 이용해 사후세계를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종교가 합세한다. 이미 사망한 종교자의 영혼이 나타나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악마만 존재한다고 전한다.
 충격적인 이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루시퍼란 광컴퓨터의 덕(?)이다.
 
 루시퍼는 가까운 미래 발달한 과학기술의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풀어보려는 시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사후세계를 이야기하면서 현재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에 대한 대답이 아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코디는 뚜렷한 선을 긋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한다.
 
 이 책은 공상과학이지만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연결했기 때문에 매우 경쾌하다.
 하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과학이론이 등장하므로 이해하는 데 쉽지 않은 구석도 있다.
 한마디로 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김정일 - 경제전문가가 바라 본 북한 문제
김종서 지음 / 참콘(CHARMCON)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정말 어지럽다. 반공이나 멸공이니 하며 적대시하던 북한이 이젠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깝게 느껴지니 말이다.
"내 생전 북녘 고향 땅을 밟을 줄 어드레 알았갔나?"던 한 실향민이 금강산 여행을 다녀와 남긴 말이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북한이 친밀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북한 핵실험과 6자회담 등은 이 같은 변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책 '굿바이 김정일'은 시의적절할 때 출판되었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헷갈리는 이때 이 책은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북한과 김정일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담은 책이다.
또 북한을 둘러싼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의 움직임도 이 책 속에 녹아 있다.
 
하지만 책 전체 내용이 연결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기야 소설이 아니므로 각 장이 꼭 연결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각 장의 연결고리가 없어 읽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또 글의 교정교열이 깔끔하지 않은 점도 흠이다.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아 독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의 송어낚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에 반전이 있다면 책에도 있다. 책 <미국의 송어낚시>가 대표적이다. 시쳇말로 '낚였다'는 은어(?)가 요즘 유행인데 정말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의 겉표지나 제목만으로는 가벼운 수필집이나 시집, 더 나아가 송어낚시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고 미뤄 짐작하기 쉽다. 하얀 책표지에 빨간 볼펜으로 아이가 그렸음직한 '어설픈' 송어가 그려져 있고 그 바로 밑에 역시 빨간색으로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제목이 있다. 책 두께도 얇은 편이라 금세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장부터 의미심장한 내용이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온다.
"미국의 송어낚시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삼각형 구식모자를 쓴 사람들이 새벽녘에 낚시질하고 있는 모습을 나는 흥미 있는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송어낚시'가 사람처럼 묘사된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말까지 한다?! 또 삼각형 구식모자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 뒤엔 설명도 없다. 이 책의 내용은 이런 식이다. 마치 유명 TV드라마 'X-파일'을 보는 듯하다. 결과가 있을 듯한데 찜찜하게 끝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난해하기 때문이다. 책 표지와 달리 매우 난해하다. 마치 암호를 풀어야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끝 부분에 어려운 단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에 대해 주를 달아 두었다. 실은 이 주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밝혔듯이 '미국의 송어낚시'는 사람일 수도, 사물일 수도, 무형의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미국'은 이미 썩을 데로 썩은 현대 미국사회를 의미한다. 또 '송어'는 자연이나 목가(牧歌)를 의미한다. 풀이하면 환경이 파괴된 미국 땅에서 자연을 찾는다는 의미다. 또 더 나아가 피폐한 미국사회에서 인정(人情)을 찾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이 책은 매우 고리타분하게 보인다. 아니 그렇게 보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매우 해학적인 표현을 사용한 저자의 노력 때문이다. 단어 선택이 매우 절제되어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태양은 누군가 석유를 붓고 성냥으로 불을 붙인 다음, "신문 가져올 동안 좀 들고 있어"하며 내 손에 놓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아 불타고 있는 거대한 50센트짜리 동전 같았다."
태양을 50센트짜리 동전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가만히 묘사하지 않았다. 불타고 있는 동전으로 표현했다.
 
저자 리처드 브라우티건을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엔 보너스가 있는데, 이 책의 저자를 이 책의 번역가가 80년대 인터뷰한 내용이다. 인터뷰 내용 중에 "브라우티건은 헤밍웨이만큼이나 죽음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작가"라는 표현이 있다. 헤밍웨이처럼 이 작가도 지난 1984년 총으로 자살했기 때문이다. 또 작가 자신도 죽음과 상실 등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의 문체는 하드보일드인 헤밍웨이 문체와 달리 형용적이고 은유적이다. 사람을 사물로, 사물을 사람으로 바꾼다. 또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는 호수에서 사정하는 행위를 새 생명에 대한 갈증의 제스처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이 책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조금...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의미는 크다. 60년대 이 책은 미국 대학생 사이에 바이블로 통했다. 지성인의 교양서였던 셈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당시 이 책을 금서(禁書)로 분류했다. 금서가 풀린 후 이 책은 미국 청소년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책으로 추천되어 지금에 이른다. 이 책이 처음 대중에 선을 보인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세계적 스테디셀러인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산업화되는 현대사회를 비판한 이 책은 황폐화와 자연파괴를 꼬집는다. 비인간화와 개인주의를 질책한다. 그래서 휴머니즘과 자연회복을 주장한다.

불행히도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에 자신의 책이 번역되어 출판되기 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묘비엔 죽은 날짜가 없다고 한다. 언제 죽었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여전히 어디선가 송어낚시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고 한다. 송어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 중 하나다. 친숙한 생물을 등장시켜 자연주의를 노래한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은 10년 후 다시 읽고 싶은 책 1순위로 잡아도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1
류정월 지음 / 샘터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린 정주영이 무작정 상경 길에 강을 만났다. 빈털터리로 나루터에 도착한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배에 오른다. 그리고 뱃삯이 없어 사공에게 뺨을 맞고는 욕을 얻어먹는다.
"네, 이놈, 어떠냐? 후회되지?"
"네, 아저씨."
"후회될 짓을 왜 해, 이놈아! 조그만 놈이 공짜로 배를 타다니."
"뺨 맞은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뺨 한 번 맞으면 배를 그냥 탈 수 있는데, 탈까말까 망설이며 허비한 시간이 아까워서 후회하고 있어요."" (120페이지)
 
위 상황을 그리면, 정주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또 그 시대를 알아야 미소를 지을 수 있다. 하물며 조선시대에도 농담과 우스갯소리가 있었겠지만 전부 현대인이 이해할 수는 없다. 그 당시 상황을 모르면 농담과 우스개가 아니라 '암호'가 될 수 있다.
 
책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는 조선시대 우스갯소리를 집대성하고 이를 설명한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유행어나 '한 번 해보자는 거지요'라는 우스개도 그 자체만으로는 전혀 우습지 않다. 그 특유의 음색과 상황을 알아야 웃을 수 있다. 조선시대 선조가 이 말을 듣고 웃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저자 류정월은 '펀치라인'이니 '닫힌 우스개'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옛 우스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중에 '올드 앤 뉴(Old &New)'라는 코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기성세대가 모르는 신세대의 말, 또는 신세대가 모르는 기성세대의 말을 게임으로 풀어나가는 코너다. 하물며 동시대를 사는 사람 사이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 있는 데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 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이 부분에 역점을 두어 선조의 우스개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 제목만 보면 조선시대 우스갯소리를 묶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또 책 표지엔 '조선시대 우스개와 한국인의 유머'라는 부제를 달아 두어 더욱 그렇게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다. 설사 조선시대 우스개를 소개했다고 한들 이해하지 못하는 우스개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우스개를 찾아 소개하고 친절한 해설을 달았다. 그 해설을 읽은 후에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얇은 미소를 띠게 된다.
 
맞다. 얇은 미소가 맞다. 우리 선조의 우스개는 박장대소하게 하는 우스개가 아니다. 비칠 듯 안 비칠듯한 여인네의 속저고리처럼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게 우리 선조의 우스개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선조의 잔잔한 풍유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니는 것과 같다. 이 책을 분석하기보다 노닐듯 읽으면 좋다. 그 시대를 살아보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그려볼 순 있다.
 
음담패설은 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나보다. 이 책에도 많은 조선시대 음담패설을 소개했다. 성적인 묘사는 오히려 지금보다 자유로웠던 듯하다. 그럼에도 전혀 상스럽지 않다. 절제할 줄 아는 선조의 지혜와 해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성적 표현의 자유가 구속되면서 음성적으로 변질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이 책에 소개된 음담패설을 통해 선조의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양반과 하인 모두 사람이지만 사회적 신분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부분을 우스개나 음담패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눈치 빠른 사람을 알겠지만 이 책은 우리 선조의 우스개를 소개하면서 우리 민족의 풍류를 들려준다. 또 그 시대의 관습과 문화와 인간상을 그려내고 있다. 또 선조의 언중유골을 경험할 수도 있다. 우리 민족은 싸워도 치고 막고 싸우지 않고 점잖게 싸운다. 또 평민이 양반의 이중성을 꼬집을 때도 에둘러 표현한다. 그만큼 여유와 풍류가 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여유와 풍류를 접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미국 TV엔 '믿거나 말거나(Believe of not)'란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다. 세계적으로 기이한 일들만 모은 프로그램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세상에 이런 일이'정도 될 성싶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현상을 방송하니 제목 그대로 믿거나 말거나라고 할 수밖에…
책 '경성기담(京城奇談)'은 믿거나 말거나를 책으로 엮은 셈이다. 배경이 근대 조선이라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이 책의 표지의 글귀를 옮기면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이란다. 살인사건 4건과 스캔들 10건을 소개한 이 책의 내용은 정말 기이하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을 되새김질한다면 순종 임금의 장인 윤택영 후작의 이야기를 반추할 수 있겠다. 빚을 지고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임금의 장인이 그렇게 했고 결국 빚쟁이가 무서워 고국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지금부터 딱 100년 전인 1906년 황태자 순종의 태자비 민씨가 세상을 떠났다. 이때 여러 가문이 동궁계비 책봉 운동을 벌였다.
윤택영도 딸을 태자비로 앉히기 위해 50만원(현재 가치로 500억원)을 로비자금으로 썼다. 당시 경성의 고급 주택 한 채 가격이 만원 남짓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윤택영의 열세살 난 셋째 딸이 동궁계비에 책봉됐다. 졸지에 황태자를 사위로 얻은 것이다. 황실과 사돈을 맺은 지 1년만인 1907년 고종이 양위하고 순종이 황제로 등극했다. 윤택영은 임금의 장인이 된 셈이다. 권력과 명예가 동시에 그의 손에 떨어졌다.
그런데 황실과 사돈을 맺기 위해 뿌린 50만원 중 대부분이 빚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빚 갚을 생각보다는 또 빚을 얻어 호의호식하는 재미에 빠졌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설마 임금의 장인이 돈을 떼어 먹겠느냐고 생각했고, 일부는 눈치만 볼 뿐 면전에 대고 돈을 갚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느새 빚이 300만원(현재 가치로 3000억원)으로 늘자 윤택영은 왕비인 딸, 심지어 왕인 사위에게도 빚을 갚아달라고 떼를 썼다. 하지만 황실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큰 빚이었다. 결국 빚쟁이의 눈을 피해 중국 북경으로 도망쳤다. 그는 순종이 세상을 떠나 국상을 치를 때만 잠시 경성에 다녀갔을 뿐 이후 해외 도피행각을 벌여야 했다. 1935년 어느 스산한 가을 윤택영은 중국 북경의 한 허름한 병원에서 늑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임종을 지키는 가족도 없이… "
 
이 내용은 <신동아> 1932년 10월호에 '영화에서 몰락으로 조선 귀족 행장기'라는 제하로 실렸던 실화다. 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친왕 대우를 받았으며 해풍부원군이던 후작 윤택영씨가 금일에 왜 300만원의 큰 채무 때문에 몸을 베이징 객창에 두고 파산신청을 받고 있을까? 이와 같은 신세에 있는 귀족이 어찌 윤택영 후작 한 사람에 그치겠는가마는, 윤택영 후작이 순종의 장인 되는 이로 영화가 뭇 귀족을 대표할 만한 지위에 있었던 만큼 윤택영의 이야기가 뭇 사람들의 입가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코너를 상기하자면 '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이란 소제목의 미스터리 살인사건을 소개한 부분이 떠오른다. 1933년 몸통 없는 아이의 머리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부검결과 한 살 내외의 남자 아이였는데 이 아이의 몸통은 사건 발생 후 21일에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어린아이가 왜, 어떻게 죽었고 머리가 잘렸는지 수사하는 21일간의 내용은 섬뜩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이런 기이한 내용을 묶은 책이 경성기담이다. 괴담이 허무맹랑한 것이라면 기담은 있을 법한 실제 일을 바탕에 깔고 있어 더욱 이목을 끈다. 이 책의 저자 전봉관 작가에 따르면 당시 경성 아니 조선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임에도 역사책에 한 줄도 기록되지 않은 사건이 이 책의 내용이다. 또 그 중에서도 기이한 것만 골랐다고 한다.
이렇게 따지면 야사(野史)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검증도 되지 않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아 정말 말 그대로 '믿거나 말거나'식의 기록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의 객관성과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당시 언론 보도 내용에 기반을 둔 사건을 모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할리우드 액션 드릴러 영화를 보듯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넘겨도 좋고, 행간을 읽으며 암울한 식민지 시대의 분위기를 느껴도 좋다"고 전했다. 이 책을 아무 생각 없이 대할 수도 있지만 또 그 시대의 정황을 느끼면서 읽으면 더욱 진한 시대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권한다. 특히 밤이 긴 겨울, 이 한 권의 책을 손에 쥐면 밤이 짧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