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 권불십년
송국건 지음 / 네모북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비화, 야사는 언제나 사람들의 구미를 당긴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보다 베일에 가린 것을 알고 싶어하는 본능 때문일 것이다.
 본 행사보다 후기에 더 재미를 느끼는 이유이다.
 
 이런 점에서 책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는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청와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그것의 진실 여부를 떠나 세간의 화젯거리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송국건은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로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책에 녹여 놓았다.
 노무현 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면면을 함께 그렸다.
 
 대통령과 24시간 같이 하는 경호실과 비서실,
 대통령의 공식 대면 창구인 대변인실,
 역대 퍼스트 레이디와 친인척 등 일반적인 이야기는 이 책의 기본이다.
  대통령의 고향과 종교, 성격, 선물, 음식 등 사적인 부분은 이 책의 백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고 무엇이든 잘 먹지만 과식은 스스로 삼가는 스타일이다.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을 즐긴다. (중략)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청와대와 가까운 그 집에서 삼계탕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중략) 대식가이자 미식가인 DJ는 3끼 식사를 마치면 꼭 후식을 먹는데 계란말이, 생선, 나물류 등이다. (중략) 이희호 여사는 '뻥튀기 마니아'다. 청와대 시절에도 제2부속실 여직원을 시켜 손수레에서 파는 노란 곱창 뻥튀기 과자를 사와 먹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와대 칼국수'는 유명하다. 재임기간 중 단 한 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청와대의 공식 식탁에 칼국수 한 그릇과 떡 한 조각을 덜렁 올렸다. 이 때문에 당시 청와대 오찬이나 만찬에 초대받아 갔던 사람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칼국수를 먹어야 했다. (중략) 보릿고개를 없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저녁을 먹으면서 항상 막거리를 반주로 삼았다고 한다. (중략) 그런 박정희 대통령은 야식으로 라면을 먹곤 했는데,  당시 정부는 분식장려 정책을 펴고 있던 터여서 청와대는 은근히 '라면 먹는 대통령'을 홍보했었다." (p250~p253)
 
 대통령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이 책에서는 대통령의 하루 일과가 '고뇌에 찬 결단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아침 5시쯤 일어나 자신이 고안한 '요가 스트레칭'이라는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중략) 아침식사는 보통 청와대 내의 거처인 관저에서 한다. 이 아침식사부터가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하루 일과 시작이다. 참모들과 식사를 하면서 급한 보고를 받거나 주요 인사를 앞두고 후보자를 불러 면접하는 시간으로 활용된다. (중략) 집무실에선 의전비서관의 주요 일정 보고, 부속실의 비서실 상황 또는 대응이 필요한 주요 언론보도에 대해 보고받은 뒤 첫 일정 시작 10분 전쯤 비서실장으로부터 '전방위 보고'를 받고 10시쯤에 시작하는 오전 회의에 들어간다. 오전 회의는 보통 11시30분쯤 끝나는데, 점심식사까지의 30분 정도 동안 '국내언론보도 분석'을 읽는다고 한다. (이하 생략)" (p401~402)
 
청와대에선 자장면이나 피자를 시켜 먹을 수 있을까. 청와대 직원들의 이야기도 묘사되어 있다.
 "청와대 직원들이 외부에서 자장면이나 피자 같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모든 음식은 면회실에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p249)
 
 이처럼 청와대 사람들과 대통령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통령의 정치자금 이야기와 낙하산 인사 등 정치적인 부분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대통령과 청와대 이야기를 진지하고 정색한 문체로 써내려갔다.
 그렇다고 결코 무겁지 않다. 시시콜콜한 가십을 쓰면서도 가볍지 않게 표현했다.
 
대선을 앞 둔 현재 이 책을 내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담백한 사실만을 전달하려고 노력한 저자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역대 대통령의 정치 성적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 책은 청와대의 시비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느낌도 이 책의 뒤표지에 담겨 있다.
 "나는 청와대에서 성장하고 국가관을 키웠다. 청와대는 누구나 다가갈 수 있고,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청와대 개방은 형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과 마음의 눈으로 통할 때 청와대의 주인은 비로소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 된다." (박근혜_전 한나라당 대표)
 
 "국민들은 청와대에 경외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청와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든 한 번쯤은 탐독해 봐야 할 책이다. 어떤 사람이 청와대의 주인이 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인지 판단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 같다." (이명박_전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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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New York - 시치미 떼고 뉴요커 되기
문어발 스튜디오 지음 / 넥서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인도라는 나라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글과 사진을 보고 인도병에 걸린 적…
 블로그로 연봉 수억원을 번다는 애 둘을 키우는 아줌마를 알고 블로그에 미친 적…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를 정복했다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북한산을 헉헉거리며 올랐던 적…
 
 이처럼 우연한 기회에 전혀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경험하기도 한다.
 책 <All about new york>을 읽으면 뉴욕에 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하나의 블로그다.
 사진에 그림이나 글을 그려넣은 것이며, 스프링공책을 북 찢어 놓은 듯한 이미지의 페이지 구성이며, 책 곳곳에 숨어있는 아기자기한 아이콘이나 삽화가 주는 느낌은 딱 블로그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낸 것과 같다.
 글의 재미를 더하는 사진은 어떻고?!
 사진도 누구나 흔히 찍을 수 있는 그런 사진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면 뉴욕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시치미 떼고 뉴요커 되기'이다.
 또 '느껴라! 변하라! 영어·문화·여행·유학·쇼핑·파티 뉴욕의 모든 것을 말한다'라는 문구도 책 표지 귀퉁이에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뉴욕 여행기 책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한 여성이 뉴욕에 있는 학교에 유학하면서 겪은 생활기다.
 여행기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솔직하다.
 20대의 젊은 여성이 미국, 그것도 뉴욕에서 겪은 생생한 생활담이 행간에 묻어 나온다.
 
 특이한 점은 한글과 영어가 혼용되어 있다.
 참 친절하게도 이런 식이다.
 "결국in the end, after all 나의 가치를 평가하는evaluate 가장 중요한 기준standard은 성적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마음가짐mind, attitude에 있다는 말씀에는 절로spontaneously 고개가 끄덕여졌다nod."(p120)
 
이 말을 영어로는 이렇게 한다는 것을 단어 바로 뒤에 붙였다. 크게 어려운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미국에서 사용하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어를 접하기 시작했거나 유학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그러나 불친절한 점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이 책을 읽고 뉴욕병에 걸리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커피색 겉표지를 넘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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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이나 가지. 뭐."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마치 여행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갈 수 있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정작 여행 한번 가려면 걸리는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시간과 돈이 없다. 시간과 돈이 있어도 여행 후 일상으로의 복귀를 고민하지 않을 만한 배짱이 없다.
 이런저런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이내 "다음에 날 잡아서 가지"라는 결론을 낸다.
 결국 여행은 계획으로만 그친다.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은 휴식을 위해 여행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여행을 가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이 가장 큰 이유이다.
 여행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설사 용기 있게 직장까지 포기하고(휴직·퇴직 등) 여행을 간다손 치더라도 여행 후 사회 복귀가 걱정이다.
 취업이 안 된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여행을 간다는 것은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행동이다.
 
 이런 의미에서 책 <On the road_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팔자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또는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일단 하고 싶은 여행 실컷 한 다음 미래는 그때 생각하자는 무책임한 사람들로 비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돈이 적게 들기 때문에 소일거리를 하면서 장기 여행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미래를 생각하면 그런 여행을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또 대부분이 미혼인 상태이거나 아직 40대 이하의 젊은층이므로 장기여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라고 설득한다. 시간을 내서, 돈을 모아서, 자식이 어느 정도 큰 다음에, 퇴직한 이후에…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아 여행을 뒤로 넘기면 그때 가서 또 다른 문제에 걸려 정작 여행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박준은 태국 방콕에 있는 카오산거리에서 만난 14명의 여행자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여행자들의 시작점이자 출발점이라는 카오산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의 삶과 생각을 그대로 표현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에 나선 30대의 한국인 부부, 자신이 여행한 나라 국기를 가방에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길 좋아하는 17살 미국 소녀, 물건 흥정하는 것을 즐긴다는 25살 이스라엘 아가씨까지…
 
 그들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정말 카오산의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카오산 거리의 후끈한 온도와 사람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 같다. 세계가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이 잘 살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부분 사람처럼 하루 온종일 회사에서 일에 치여 살다 여름 한철 며칠 여행 다녀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가. 물론 이런 삶이 딱히 잘못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삶이 교과서적인 삶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런 삶이 성공적인 삶인지, 대안은 없는 것인지, 그런 삶을 살아야 후회 없이 이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은 꼭 그 자리도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서 삶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주장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이 진정한 삶이냐는 것이다. 다른 대안도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세상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고등학교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여행에 나선 17살 소녀는 이렇게 말한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인도를 여행하는 게 대한민국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건가요? 내가 특별하게 살고 있다고 느낄 때는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어른들이 나를 특별하고 이상한 아이로 바라볼 때, 그때뿐이에요.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내가 그렇게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p237)
 
38살에 여행길에 나선 한 독일 여성은 행복을 찾아 여행을 나섰다며 이렇게 말한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일하며 사는 것, 그런 게 인생의 목표는 아니잖아. 나는 내가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어.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거야."(p132)
 
 28살 독일 청년은 조금 독특한 이유 때문에 여행을 떠났다. 사람들과의 관계, 섹스, 마약으로 자신의 삶이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는 그는 하루 종일 비디오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지내는 삶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행을 떠났단다. 여러 나라를 여행한 그는 지금 독일로 돌아가 자전거 배달 일을 하며 새로운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여행은 이렇다. 세상을 사는 시각을 넓게 하는가 하면 심지어 어떤 이의 삶을 통째로 바꾸기도 한다. 여행이 주는 선물을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무의미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여행을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것 저것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다. 거리는 것도 적지 않다. 여행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는 한 일반인이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발길을 옮길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여행할 준비를 마치려면 정말 오랜 시간,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또 여행 한번 할라치면 이것저것 모든 것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가져가면 요긴하게 쓸 텐데'라는 생각에 챙기다 보면 여행가방이 아니라 아예 이삿짐이 되어 버린다. 혹자는 이런 말은 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내는 것이 여행이라고. 다 갖추고 여행을 하면 여행이 아니라고 말이다. 필요하니까 여행지에서 사라는 것이 아니라 없이 지내라는 말이다. 그래서 불편함을 깨닫거나 없어도 큰 불편이 없다는 것을 터득하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장기여행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행자들이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돈과 시간이 많아 복에 겨워 여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이라는 것이다. 돈과 시간을 걱정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무엇을 해 먹고 살지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책 곳곳에 숨겨두었다.
 
 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들고 그 이유를 찾다 보면 어느새 여행준비 계획을 짜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아니 정작 용기가 없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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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참말로 치욕적이다. 370년 전 조선의 왕이 청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남한산성으로 파천했다. 사체도 잘 썩지 않을 정도로 추운 겨울 47일 동안 인조는 그곳에 갇혔다. 코앞에 청의 군대가 진을 치고 있는 동안 인조는 성에 갇혔다. 아니, 조선의 역사가 갇혔다.
 
 책 <남한산성>은 1636년 12월14일부터 1637년 1월30일까지 47일 동안 청의 공격을 피해 인조가 머물렀던 남한산성에서의 기록이다. 병자호란이다.
 
 저자 김훈은 이 책에서 김상헌을 대표로 한 척화파와 최명길로 대표되는 친화파의 말싸움을 정색으로 그렸다.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조. 조정의 우유부단함에 갈팡질팡하는 민초들의 모습을 암울하게 그렸다. 반대로 청의 오만함과 여유를 조선왕을 능멸하는 시각으로 표현했다.
 
인조가 47일 동안 남한산성에 갇혀 있는 동안 백성들과 신하들은 하나 둘 죽어갔다. 추위와 배고픔에 견디기가 힘들었다. 청과 대적하기에는 너무나 약해진 병력과 화력이었다. 결국 인조는 청의 칸 앞에 엎드려 피가 날 정도로 이마를 땅에 찧는다. 이때 칸은 아랫도리를 내리고 오줌을 지린다. 또 칸은 인조에게 술을 내린다. 동시에 개에게도 음식을 던져준다. 조선의 왕이 개와 비교되는 장면이다.
두 나라의 왕이 이렇게 비교되는 마지막 부분에서 울분을 참기란 쉽지 않다. 

똑똑한 한 사람이 아둔한 백 명을 먹여살린다고 했던가. 반대로 아둔한 한 사람이 백 명을 굶게 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왕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백성들의 삶과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또 참모들은 어떤가.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뜻을 모으지 못한다. 무능한 왕이 더욱 혼란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책 <남한산성>을 읽으며 지금의 우리나라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물리적인 공격과 방어가 아니더라도 경제적인 정신적인 전쟁은 현대 국제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왕과 신하들은 이 같은 현대전을 잘 치르고 있는지. 당파싸움과 개인적인 입신양명을 위해 나랏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는지. 저자 김훈은 책 <남한산성>을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김훈
1948년 서울 출생.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으며, 소설가이자 자전거레이서다. 지은 책으로 에세이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선택과 옹호> <문학기행1, 2>(공저)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강산무진>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삶의 양면적 진실에 대한 탐구, 삶의 긍정을 배면에 깐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관,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된 독특한 사유, 긴장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인 글쓰기로 모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 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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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27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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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를 보고 난 후 멍해지는 기분을 느낀 적은 있지만 TV를 보고 난 후 멍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BS가 2005년 9월부터 방송한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 조용한 음악과 단 몇 단어 혹은 몇 줄의 글이 어우러져 화면에 흐른다. 화면이 보이는 이미지는 사실적이거나 서정적이다. 마치 한 편의 시집을 읽는 듯한 또는 조용한 전시회장을 둘러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구과 영상으로 시청자의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으려는 다른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구성의 프로그램이다. 내레이션도 없다. 단순히 글과 사진영상 그리고 음악이 전부다.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뤄 5분 동안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보다 더 시청자를 멍하게 만드는 것은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커피. 매년 세계는 700만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4000억잔의 커피를 소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커피 이윤의 1%만이 커피 생산자의 몫이고 나머지 99%는 거대 커피회사와 중간거래상, 소매업자의 몫이라고 한다.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에티오피아 농민은 1년에 5만원을 받으려 중노동을 해야 하고, 햄버거 한 개를 먹을 때마다 중남미 열대림이 5제곱미터씩 불타 없어지고, 축구공 한 개를 만들기 위해 파키스탄 아이들이 150원을 받고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해야한다는 문제를 제시한다.
 
 "1%에 속하는 전세계 커피 재배종사자는 50여개국 2천만명, 그들의 대부분은 극빈자들이며 그들 중 상당수는 어린이다."_30p
 
이렇게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이슈거리를 소재로 삼아 영상과 글로만 메시지를 전달한다. 방송 내용을 묶어낸 책이 <지식e>다.
 
 이 책의 215쪽에는 "왜 항상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는가"라는 한 문장만 쓰여있다. 미군기지가 평택 대추리로 이전하게 되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강제 이주에 문제점을 시사하는 내용이 뒷장에 이어진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전달한다.
 
 "if 긴급속보… 정부는 미군기지 확장예정지를 평택 대추리에서 강남구 도곡동, 대치동, 삼성동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_219p
 
 만일 이런 내용의 보도가 나온다면 과연 도곡동, 대치동, 삼성동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또 정치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게 하는 문장이다. 이주를 거부하는 평택 대추리 마을 주민에 세상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만일 서울 강남구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과연 이번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동시에 던진다. 왜 항상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없는 자는 왜 항상 없이 살아야 하는 가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멕시코 민속음악 '라 쿠카라차'에 담긴 멕시코 민족의 한(恨)을 조명하기도 하고, 한 달 539시간을 일하고 받는 월급 70만6000원의 인생,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기도 한다. '황우석 신화와 난자 의혹'이라는 제목의 MBC 'PD수첩'을 예로 들어 경마저널리즘(horse race journalism)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꼼꼼히 제시한다. 매우 절제되고 다듬어진 언어와 영상으로 문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난 시청자는 멍해진다. 너무 쉽게 생각했던 부분, 그래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이 책은 독자에게 전달한다.
 
 영화 <공공의 적>은 많은 관객을 모았다. 연기자의 연기도 연기였지만 무엇보다 관람객의 대리만족이 컸기 때문이다. 사회의 공적을 징벌하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시원하다"는 것이 관람객들의 반응이었다. 이 책은 공공의 적을 지적한다. 그것도 매우 고급스럽게… 그래서 더욱 이 책의 내용이 가슴과 머리에 와서 닿는다.
 
 "이 책은 무관심의 매립장 속에서 너무나 가볍게 버려진 이 모든 소중한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구제하고, 그로써 우리가 스스로 손상시킨 인간성을 다시 회복하고자 호소하고 있다."_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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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빠 2008-06-0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에 관한 설문조사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요
http://blog.naver.com/image2two 에 오셔서
내용을 확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