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
-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 권불십년
송국건 지음 / 네모북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비화, 야사는 언제나 사람들의 구미를 당긴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보다 베일에 가린 것을 알고 싶어하는 본능 때문일 것이다.
본 행사보다 후기에 더 재미를 느끼는 이유이다.
이런 점에서 책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는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청와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그것의 진실 여부를 떠나 세간의 화젯거리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송국건은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로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책에 녹여 놓았다.
노무현 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면면을 함께 그렸다.
대통령과 24시간 같이 하는 경호실과 비서실,
대통령의 공식 대면 창구인 대변인실,
역대 퍼스트 레이디와 친인척 등 일반적인 이야기는 이 책의 기본이다.
대통령의 고향과 종교, 성격, 선물, 음식 등 사적인 부분은 이 책의 백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고 무엇이든 잘 먹지만 과식은 스스로 삼가는 스타일이다.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을 즐긴다. (중략)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청와대와 가까운 그 집에서 삼계탕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중략) 대식가이자 미식가인 DJ는 3끼 식사를 마치면 꼭 후식을 먹는데 계란말이, 생선, 나물류 등이다. (중략) 이희호 여사는 '뻥튀기 마니아'다. 청와대 시절에도 제2부속실 여직원을 시켜 손수레에서 파는 노란 곱창 뻥튀기 과자를 사와 먹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와대 칼국수'는 유명하다. 재임기간 중 단 한 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청와대의 공식 식탁에 칼국수 한 그릇과 떡 한 조각을 덜렁 올렸다. 이 때문에 당시 청와대 오찬이나 만찬에 초대받아 갔던 사람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칼국수를 먹어야 했다. (중략) 보릿고개를 없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저녁을 먹으면서 항상 막거리를 반주로 삼았다고 한다. (중략) 그런 박정희 대통령은 야식으로 라면을 먹곤 했는데, 당시 정부는 분식장려 정책을 펴고 있던 터여서 청와대는 은근히 '라면 먹는 대통령'을 홍보했었다." (p250~p253)
대통령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이 책에서는 대통령의 하루 일과가 '고뇌에 찬 결단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아침 5시쯤 일어나 자신이 고안한 '요가 스트레칭'이라는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중략) 아침식사는 보통 청와대 내의 거처인 관저에서 한다. 이 아침식사부터가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하루 일과 시작이다. 참모들과 식사를 하면서 급한 보고를 받거나 주요 인사를 앞두고 후보자를 불러 면접하는 시간으로 활용된다. (중략) 집무실에선 의전비서관의 주요 일정 보고, 부속실의 비서실 상황 또는 대응이 필요한 주요 언론보도에 대해 보고받은 뒤 첫 일정 시작 10분 전쯤 비서실장으로부터 '전방위 보고'를 받고 10시쯤에 시작하는 오전 회의에 들어간다. 오전 회의는 보통 11시30분쯤 끝나는데, 점심식사까지의 30분 정도 동안 '국내언론보도 분석'을 읽는다고 한다. (이하 생략)" (p401~402)
청와대에선 자장면이나 피자를 시켜 먹을 수 있을까. 청와대 직원들의 이야기도 묘사되어 있다.
"청와대 직원들이 외부에서 자장면이나 피자 같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모든 음식은 면회실에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p249)
이처럼 청와대 사람들과 대통령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통령의 정치자금 이야기와 낙하산 인사 등 정치적인 부분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대통령과 청와대 이야기를 진지하고 정색한 문체로 써내려갔다.
그렇다고 결코 무겁지 않다. 시시콜콜한 가십을 쓰면서도 가볍지 않게 표현했다.
대선을 앞 둔 현재 이 책을 내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담백한 사실만을 전달하려고 노력한 저자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역대 대통령의 정치 성적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 책은 청와대의 시비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느낌도 이 책의 뒤표지에 담겨 있다.
"나는 청와대에서 성장하고 국가관을 키웠다. 청와대는 누구나 다가갈 수 있고,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청와대 개방은 형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과 마음의 눈으로 통할 때 청와대의 주인은 비로소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 된다." (박근혜_전 한나라당 대표)
"국민들은 청와대에 경외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청와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든 한 번쯤은 탐독해 봐야 할 책이다. 어떤 사람이 청와대의 주인이 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인지 판단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 같다." (이명박_전 서울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