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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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권하던 책입니다.
책 <나는 여기가 좋다>는 한창훈 작가의 여러 작품을 묶은 소설집입니다.
여러 작품 중에 책 제목과 같은 '나는 여기가 좋다'가 기억에 남습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을 담은 작품입니다.
섬에서 생활해온 50대 부부가 배를 타고 낚시를 합니다.
오래전, 남편은 고깃배를 마련하면 한이 없겠다며 기어코 배를 샀습니다.
처음과 달리 세월이 갈수록 고기가 잡히지 않습니다.
배를 사면서 진 빚을 해결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배를 팔아 빚을 갚기로 했습니다.
배를 남의 손에 넘기기 전, 아내를 배에 태우고 마지막 낚시를 나온 것입니다.
부인은 섬을 떠나 자식이 있는 육지로 가겠다고 합니다.
남편은 만류합니다.
부인은 이혼을 해서라도 섬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부인은 육지로 나가지 않으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이들은 밤낚시를 마치고 항구로 돌아옵니다.
 
한창훈의 소설에는 사투리가 있습니다.
전라도 사투리가 강합니다.
작가는 전라도 출신이면서 고깃배를 탄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는 바다가 주요 소재입니다.
섬과 바다와 사투리… 여기에 사람 냄새가 더해진 것이 그의 소설입니다. 
 
그의 소설에는 손에 잡히는 결론이 없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합니다.
특히 삶을 반추하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툭툭 튀어오르는 어휘도 매력적입니다.
이런 단어도 있구나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저자의 입담이 셉니다.

 

이런 표현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쫄깃쫄깃한 오징어를 씹는 맛.
진한 다방 커피를 마시는 맛.
한창훈 소설을 읽는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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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선생과 함께 한 나날들 - 백범 김구 비서 선우진 회고록
선우진 지음, 최기영 옮김 / 푸른역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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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 선우진옹(翁)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백범 김구 선생의 비서였다.
백범을 기억하는 이가 많겠지만 비서만큼 할까.
다행히 선우진옹이 올해 초 백범에 관련된 책을 한 권 남겼다.
책 <백범 선생과 함께한 나날들>이다.

 

저자는 1945년 2월 중국 충칭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합류하면서 백범의 비서가 됐다.
백범 등 임시정부 요인들은 1945년 11월 고국으로 돌아왔다.  
1949년 6월26일 육군 소위 안두희의 총탄에 의해 백범이 서거했다.
그때도 저자는 백범과 함께했다.

 

약 4년간의 회고가 이 책의 줄거리이다.
특히 1948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8선을 넘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가 백범 선생 및 아들 김신씨와 함께 찍은 사진은 특히 유명하다.
그 사진이 이 책의 표지다.

 

저자는 백범의 일거수일투족을 이 책에 기록했다.
백범은 해방 후 남북 신탁통치를 반대했다.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김일성과 만난 이야기가 이 책의 백미이다.
김일성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당시 북한의 상황도 알 수 있다.

 

또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와의 관계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백범은 이승만 박사를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이승만 박사는 백범을, 시쳇말로 챙기지 않았다.
일견 백범과 이승만 박사의 사이가 좋지 않은 듯 보인다.
실제 이승만 박사는 백범의 행보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백범이 죽음을 맞이한 당시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민족의 남북 분단을 저지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백범은 한이 되었을 것이 뻔하다.
허망하다 싶을 정도로 유명을 달리했다.
육군 소위가 왜 백범을 암살했을까.
백범은 당시 민족의 정신적 우상이었다.
이를 두고 이승만 정권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아무튼, 저자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안두희가 일어나자 내가 2층으로 안내를 했다. 백범 선생은 휘호를 쓰려는 듯 의자에 단정히 앉아 계셨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평온한 표정이었다. 이때가 12시40분을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나는 선생의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바로 지하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모 아주머니가 만둣국이 다 되어간다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위층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났다. 순간 식은땀이 났다. 정신이 멍해졌다.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백범 선생 방에서 바로 나오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별안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급하게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안두희가 손에 권총을 든 채 2층에서 고개를 숙이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래층에서 이풍식, 이태국 비서가 뛰어올라가려는 순간, 안두희가 권총을 계단에 철커덕 떨어뜨렸다. '선생을 내가 죽였다… '"

 

백범은 서울 서대문 옆에 있는 경교장(지금의 강북삼성병원)에서 생활했다.
이날도 경교장 2층에 있었다.
저자는 백범을 찾아온 안두희가 권총을 차고 있는 것을 보고도 무심코 넘어갔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백범 선생 비서로서 선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라며 복잡한 심정을 밝혔다. 
 
저자는 평생 잊지 못할 한을 간직한 채 대전 현충원에 누워있다.
저자가 측근으로서 본 백범의 마지막 4년을 우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무렵까지 우리 역사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권한다.

 

한편, 안두희는 감옥에서 풀려나고 군으로 복직했다.
한국전쟁에서는 2계급 특진도 했다.
예편 후 생명의 위협을 느껴 이리저리 숨어 지냈다.
1996년 10월23일 인천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중년 남성의 몽둥이에 맞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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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스타일 - 우리 시대 모든 프로페셔널의 롤모델
진희정 지음 / 토네이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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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손석희 교수는 왜 유명해졌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찾는 책이 <손석희 스타일>이다.
저자 진희정은 책에서 손석희를 해부하고 있다.
손석희의 특징을 끄집어내서 분석한다.
 

사실 손석희가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 될 여지는 적었다.
이른바 SKY로 대변되는 명문대를 나오지도 않았다.
신문 기자를 꿈꿨지만 실패했다.
결국, 방송사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그 흔한 '빽'도 없다.
오히려 노조활동을 하면서 미운털만 박혔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눈부시다.
방송사 초년병 시설 <1분 뉴스>에서 현재 <100분 토론> 진행자로 성장했다.
<시선집중>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라는 비교적 한정된 방송으로, 그것도 인터뷰이에게 질문만 해대면서 그는 유명해졌다.

유명세의 후광은 물론 시청자, 청취자이다.
많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런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TV라는, MBC라는 메이저 매체의 덕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는 노력했다. 
방송사 직원으로 안주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가 43살이라는 나이에 홀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내공을 키웠다.
돌아와서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과 TV 프로그램 <100분 토론>을 맡았다.

 

그는 겸손했다.
지난해 브론즈 마우스 상을 수상했을 때 손석희는 상의 33%를 제작진에게, 33%를 인터뷰이에게, 33%를 청취자에게 돌렸다.
1%만 자신과 가족이 가져가겠다고 했다.

 

손석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특히 손석희가 상대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은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그만큼 손석희는 '까칠한 인터뷰어'이다.

 

그럼에도, 정치가, 학자, 고위 관료, 기업인들이 그의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유는 간단하다. 손석희와의 인터뷰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계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손석희의 방송에 출연해 의견을 개진 또는 소명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을뿐더러 설령 손석희의 창끝에 찔리는 아픔을 겪는다 할지라도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재확인할 수 있는, '실(失)'보다 '득(得)'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정치판으로 진출하지 않았고, 광고에도 출현하지 않았다. 
이 궁금증에 대해 저자는 "중요한 건 그가 인기를 얻기 위해 헌신하는 방송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원칙과 소신을 잃지 않기 위해 헌신한 결과, 폭넓은 인기를 얻은 것이다"라고 대변했다.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 아쉬움도 남는다.
저자는 오랜 기간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업 CEO를 인터뷰했다.
그래서일까?
책 내용 중간마다 기업 CEO의 이야기가 섞여있다.
기업 CEO의 이야기로 손석희의 '스타일'을 강조한 듯 보인다.
일리 있다.
그러나 손석희의 '스타일'을 잔뜩 기대한 독자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비치치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기업 CEO 이야기가 손석희의 ‘스타일’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손석희'라는 이름까지 붙였지만 정작 손석희와의 인터뷰는 한 곳도 없다.
손석희가 책, 언론 인터뷰 등에서 말한 내용을 나열하는 정도에 그친다. 
김이 세는 부분이다.

 

손석희를 반기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은 '손석희 영웅만들기'로 비칠 수 있다.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는 완벽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손석희 팬클럽 회보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손석희에 대해 '시선집중'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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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 1884부터 1945까지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1
김흥식 기획, 김성희 해설 / 서해문집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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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최근 '옛날 신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1976년부터 1985년까지 신문을 볼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도 볼 수 있고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사도 읽을 수 있다.

신문은 역사책처럼 당시를 기록으로 남긴다.
객관성이 생명이다.
역사책보다 구체적일 때도 있다.
역사를 확인할 때 신문이 빠지지 않는 사료인 이유이다.

 

역사책이 아닌 신문으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역사책은 후대에 쓰인 것이다.
신문은 당시에 쓰인 것이다.
그만큼 생생한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신문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욕구를 만족시킨 책이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이다.
갑신정변이 있던 1884년부터 일본이 패전한 1945년까지 여러 신문 기사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뿐만 아니라 구독료와 광고료 수입으로 운영한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을 읽어 볼 수 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당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기사 내용만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당시 인쇄된 신문을 (스캔한 사진형태로) 옮겨왔다.
그 옆에 해설을 달아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면서 신문을 읽을 수 있다.

 

기사 내용도 다양하다.
<독립신문>은 1897년 3월1일자에 고종의 환궁을 다루면서 아관파천 1년을 조명했다.
<조선일보>는 1940년 8월11일자에 폐간사를 1면에 실었다.
당시 사용했던 말투와 문체에서 역사책과 다른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사진으로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광고를 보는 재미도 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신문의 발달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언론의 시작점을 발견할 수 있는 자료(資料)이다.
또 민초(民草)가 본 역사의 면면이 담겨 있는 사료(史料)이다.
오랜 기간 동안 기자생활을 한 김성희는 "주요 사건의 전후 사정을 가능한 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설명하려 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우리 근대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다"라고 책 '여는 글'을 통해 밝히고 있다.
한 사건은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저자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역사적 진실을 헤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족을 붙이면, 이 책은 일반 책보다 크다.
두꺼운 지도책만큼 크다.
휴대하면서 읽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소장하며 읽어볼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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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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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큼 애매모호한 책이다.
저자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계속 물음표를 붙이게 한다.
 

저자는 18살 소녀 미쓰코와 아버지의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관계 개선의 모티브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사는 집에서 미쓰코와 아버지는 서로 이해하고 화해한다.

그러나 미쓰코의 아버지가 아르헨티나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이래저래 상상을 나래를 펼치다 보면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부녀의 관계를 개선해주는 신 같은 매개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 책의 내용은 몽환적이다.
뚜렷한 그 무엇이 잡히지 않는다.
책 두께가 얇아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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