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적의 화장법>은 반전이다. 반전을 즐기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책이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 출장을 가기 위해 공항에 있다. 기다리던 비행기가 연착된다. 책을 읽으려는 순간 한 남자가 나타나 말을 건다. 처음에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풀더니 점차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한다. 자신이 20년 전 주인공의 부인을 강간했고 심지어 10년 전에는 죽였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공항 경찰에게 신고한다. 그러나 경찰은 오히려 주인공을 술주정뱅이 취급한다. 주인공과 그 남자의 대화는 격렬해진다. 주인공은 그 남자의 머리를 잡고 벽에 찧는다.
 

공항에 있던 다른 승객들은 한 남자가 자신의 머리를 벽에 찧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린다. 주인공과 그 남자는 결국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영화 <Identity>처럼 이 책도 다중인격을 소재로 삼았다.

 

이 책의 표지는 적개심을 느낄 정도로 빨갛다. 여성이 화장하는 모습이 있다. 제목도 화장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책은 다분히 여성 취향 적일 것 같다. 심지어 저자 아멜리 노통도 여성이다. 그런데 내용은 상상 밖이다. 여기서 한번 놀랐다. 내용에 반전이 생기면서 한번 또 놀랐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속에 벌어진 일을 책으로 냈다는 점에 새삼 놀랐다. 이 책은 16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그것도 단 두 명이 대화하는 내용이 전부이다. 다른 등장인물이래야 공항 경찰 정도이다.

 

마지막 반전은 제목에 있다. 적의 화장법에서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화장법은 가면을 의미한다. 결국, 가면쓴 자신이다. 이중인격을 표현한 제목치고는 고상하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반전을 기대한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궁녀 - 궁궐의 꽃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궁녀>는 충격이다. 거창한 정신적 쇼크가 아니다. 궁녀에 대해 무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제조상궁은 종 1품이며 월급이 웬만한 장관보다 많았다. 조선시대 궁녀의 수는 500~600명 정도였다는 구체적인 사실도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백제시대 삼천궁녀는 허구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바느질하는 궁녀가 있는가 하면 물 긷는 궁녀가 따로 존재했다.
궁녀는 소속이 어디냐에 따라 급이 달랐다고 한다. 왕, 왕비, 세자를 모시는 궁녀는 일반 궁녀보다 지위가 높았다. 나라 재정상태가 좋지 않으면 궁녀를 출궁시켜 그 수를 줄이기도 했다. 출궁 후에도 궁녀는 결혼이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어떤 지위에 있었던 궁녀에 따라 다르지만 궁의 비밀을 아는 궁녀는 남자와 성관계도 금지당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궁녀에 대한 자료가 부실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궁녀는 왕실의 최측근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왕조실록에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심하게 말하면 궁녀는 왕의 여인들이다. 왕의 여인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왕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예컨대 왕의 침소에서 불침번을 서는 궁녀가 몇 명이고 누가 어디에서 근무를 하는지는 비밀이다. 당시는 이를 알려고 하는 행위가 역모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궁녀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저자 신명호는 조선시대 마지막 궁녀의 진술과 <추안급국안>을 비롯한 몇몇 기록물을 샅샅이 뒤져 궁녀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추안급국안은 법정 기록으로 역적들의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 당시 신하들은 궁녀에 대해 알고도 모른척해야 했다. 그러나 역모에 가담한 궁녀는 국사범에 대한 조사이므로 엄밀하게 이루어졌다. 피의자의 인적사항과 혐의 내용, 진술 들이 공개되어 있어 궁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집대성한 기록이 없는 궁녀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작가는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모아 이 책을 썼다. 중국, 일본의 궁녀와 다른 조선시대 궁녀에 대한 내용도 있고, 궁녀 선출방법, 궁녀의 조직, 궁녀의 일과 삶, 궁녀의 성과 사랑에 대해서 기술했다. 궁녀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책이다. 추측이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궁녀의 실체를 그렸다. 한 권의 논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다큐멘터리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쓴 책이다. 역시 스테디셀러에는 이유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寓畵箱子), 개정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외뿔>은 2001년 출판했고 2008년 개정판이 나왔다. 2009년 12월에는 동명의 책이 또 나왔다. 이 책은 산문집이다. 작가 이외수의 이런저런 생각이 담겨 있다. 자신의 생각을 세 번째 내놓는다. 고집스럽다. 외뿔이라는 제목에서 그의 고집을 엿볼 수 있다. 시대 흐름을 탄 그의 생각을 '외뿔스럽게' 내놓는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번뜩이는 재치로 세상을 희롱한다. 이 시대에 오리가 많은데, 정확한 학명은 탐관오리란다. 영화 <공공의 적>이 세간에 인기를 끈 이유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내용을 필름에 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도 그런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하다.

 

이 책은 2001년판의 개정판이다. 원본은 8년 전 것이다. 작가는 시대를 비판하고 있지만 직설적이지 않다. 비유적인 비판이 많다. 때로는 형이상학적이기까지 해서 깔끔하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지금 작가가 같은 내용으로 글을 쓴다면 그때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할 것 같다.

 

이런 점이 조금 아쉽지만 같은 저자는 같은 제목의 책을 꾸준히 내놓는다. 그 시대에 맞는 비판과 풍자를 내놓으려는 저자의 본능 때문일 것 같다. 작가는 의롭지 못한 것에 독설을 토해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이다. 지난여름 그의 집에서 만난 그에게서 그렇게 느꼈다.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책 표지를 넘기는 순간 작가의 촌철살인이 꿈틀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분홍 배경에 앳된 소녀가 민들레 홀씨를 불어 날리는 표지는 눈길을 끈다. 제목이 마음을 끈다. 책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런 소설이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청소년들이 사는 모습이 이 소설에 담겨 있다. 20대까지는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라고 했던가. 꾸미지 않아도 젊다는 것이 예쁘고 아름답다. 그러나 저자 공선옥이 소설에 등장시킨 인물들의 삶은 젊은 나이처럼 예쁘지 않다. 친구가 죽고, 대학생이던 친구가 공장에 취직하고, 아빠 없는 아이를 낳는다.

 

특히 1980년 광주가 이야기의 배경이다. 이 소설은 암울한 시대의 성장일기 정도이다. 등장 인물이 많아 시점이 혼란스럽다. 깔끔하지 않다. 이 책의 평가가 대부분 좋은 편이다. 그렇다면 독자인 필자가 이 책의 진수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 느낀 답답함은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2009 아마존 종합 베스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책 <듀이>에 대한 내용이다. 어느 추운 겨울, 미국 아이오와주 스펜서 시립도서관 책 반납통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도서관 직원이자 저자인 마이런이 이 고양이에게 듀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도서관를 찾는 사람들에게 듀이는 활기를 준다. 이 활기는 경제 위기로 실의에 빠진 커뮤니티에 희망을 준다. 고양이가 암으로 죽기까지 19년 동안 듀이는 사람들의 품과 무릎에서 지낸다.

 

이 책은 잔잔하다. 고양이의 하루 일과와 사람들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또 20년 전 미국의 생활과 경제를 중간에 설명한다. 소설이 아니므로 긴장이나 반전이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많은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심심한 베스트셀러이다. 강한 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게 밍밍하다. 
내용은 단순한데 길다. 자칫 지루할 수 있어 아쉽다. 짧게 담백하게 듀이의 이야기를 풀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