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 궁궐의 꽃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궁녀>는 충격이다. 거창한 정신적 쇼크가 아니다. 궁녀에 대해 무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제조상궁은 종 1품이며 월급이 웬만한 장관보다 많았다. 조선시대 궁녀의 수는 500~600명 정도였다는 구체적인 사실도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백제시대 삼천궁녀는 허구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바느질하는 궁녀가 있는가 하면 물 긷는 궁녀가 따로 존재했다.
궁녀는 소속이 어디냐에 따라 급이 달랐다고 한다. 왕, 왕비, 세자를 모시는 궁녀는 일반 궁녀보다 지위가 높았다. 나라 재정상태가 좋지 않으면 궁녀를 출궁시켜 그 수를 줄이기도 했다. 출궁 후에도 궁녀는 결혼이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어떤 지위에 있었던 궁녀에 따라 다르지만 궁의 비밀을 아는 궁녀는 남자와 성관계도 금지당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궁녀에 대한 자료가 부실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궁녀는 왕실의 최측근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왕조실록에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심하게 말하면 궁녀는 왕의 여인들이다. 왕의 여인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왕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예컨대 왕의 침소에서 불침번을 서는 궁녀가 몇 명이고 누가 어디에서 근무를 하는지는 비밀이다. 당시는 이를 알려고 하는 행위가 역모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궁녀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저자 신명호는 조선시대 마지막 궁녀의 진술과 <추안급국안>을 비롯한 몇몇 기록물을 샅샅이 뒤져 궁녀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추안급국안은 법정 기록으로 역적들의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 당시 신하들은 궁녀에 대해 알고도 모른척해야 했다. 그러나 역모에 가담한 궁녀는 국사범에 대한 조사이므로 엄밀하게 이루어졌다. 피의자의 인적사항과 혐의 내용, 진술 들이 공개되어 있어 궁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집대성한 기록이 없는 궁녀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작가는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모아 이 책을 썼다. 중국, 일본의 궁녀와 다른 조선시대 궁녀에 대한 내용도 있고, 궁녀 선출방법, 궁녀의 조직, 궁녀의 일과 삶, 궁녀의 성과 사랑에 대해서 기술했다. 궁녀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책이다. 추측이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궁녀의 실체를 그렸다. 한 권의 논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다큐멘터리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쓴 책이다. 역시 스테디셀러에는 이유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