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1968년 사진 한 장 - 역사상 가장 거대한 속임수의 재구성
훌리오 무리요 예르다 지음, 정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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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히틀러는 1945년 4월30일 지하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의 죽음은 적어도 역사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의 시신은 소련 정보국 요원에 의해 화장된 후 강에 뿌려진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그 시신을 확인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오히려 그 시신은 히틀러와 닮은 '가짜 히틀러'이며 '진짜 히틀러'는 남미를 통해 남극으로 도주했다는 가설이 전해지고 있다.
남극 빙하 아래 기지를 세웠고 그곳에서 제3제국을 꿈꾼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기반으로 쓴 책이 소설 <히틀러의 1968년 사진 한 장>이다.

 

2006년 어느 날 영국 신문 <가디언> 신문기자 앞으로 사진 한 장이 전해진다.
1968년 4월이라는 날짜가 선명한 흑백사진에는 생일 케이크를 마주한 히틀러의 모습이 또렷했다.
79세 생일을 맞아 찍은 사진이었다.
1945년 사망한 히틀러가 1968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가능한가. 이 사진은 여러 사진 전문가에 의해 진품으로 확인되었다.

 

이 사진을 전달한 사람은 한 생물학자.
'밀레니엄 리서치 2000'이라는 과학 탐사팀의 일원으로 여러 과학자와 함께 남극으로 파견됐다. 
우연히 남극에서 '히틀러의 요새'를 발견한 과학자들은 알 수 없는 요원들에게 모두 살해당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아 그 생물학자는 6년 동안 죽음을 피해다니면서 자신이 수집한 증거를 세상에 알려줄 사람을 찾는다.
그 증거 중 하나인 '1968년 히틀러 사진'이 그 신문기자에게 전달된 것이다.
그 생물학자에 의하면 히틀러는 1971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이 알고 있는 역사와 전혀 다른 사실이다.

 

생물학자와 신문기자는 의기투합하여 이 사실을 뒷받침해줄 증인들을 찾아 나선다.
1945년 당시 히틀러의 도주를 도왔던 사람들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비밀리에 남아있는 나치조직 '울티마 툴레'에 의해 증언자들은 하나 둘 살해된다.
그 나치조직은 생물학자와 신문기자의 생명까지 위협해온다.

 

쫓고 쫓기는 상황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책 뒤 부분에는 반전도 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새롭다.
사실과 가설을 절묘하게 섞은 팩션이다.

 

이 책의 저자 훌리오 무리요 예르다는 이 책으로 ‘알폰소 10세 역사소설상’을 수상했다. 
여러 비평가는 이 책에 대해 히틀러의 죽음을 둘러싼 역사와 신화의 허구를 과감히 파헤친 용감한 스릴러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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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고종황제 -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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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선 마지막 왕 고종. 
물론 그의 아들 순종이 있지만 조선을 마감하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왕은 고종이다.
그는 열강의 문호개방 압력과 일본의 침략에 맞서야 했다.
또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다.
500년 조선 역사를 마감해야 했던 그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무능한 왕'으로 후세에 알려진 이유이다.

 

책 <이경 고종황제>에는 "왜 고종의 통치를 부정하면서 망국의 책임만 추궁하는가"라고 쓰여 있다.
또 "고종과 대한제국의 기본 좋은 재발견"이라면서 고종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고종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고종의 새로운 면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무능함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일으켰다.
지금까지 고종에 대해 알려진 바를 나열한 정도이다.
물론 조금 구체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혀 새로운 역사를 밝혀낸 것은 아니다.

 

책 내용 중 상당 부분은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이야기이다.

또 일부는 고종보다 시국을 전달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서 고종이 어쩔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다른 역사서에도 많이 등장하는 '정석'이다.

 

이 책에는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고종이 승부를 걸었지만 실패했다는 내용이라면, 이 책은 다른 역사서와 다르지 않다.
승부를 걸어서 성공했던 사료를 내놓아야 했다.
이 책은 역사서로서 승부를 걸었지만 독자에게 승리했다는 평을 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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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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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래리는 1차 세계 대전에서 전우의 죽음을 목격한다.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는 래리는 제대 후 일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행복한 삶을 포기하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 등을 여행하며 고행의 삶을 산다.

 

그의 약혼녀 이사벨은 현실적인 여인이다.
래리를 사랑하지만 직업도 없이 방랑하는 그의 삶에 환멸을 느낀다.
결국 래리와 파혼하고 그레이와 결혼한다.
그레이는 증권회사 사장의 아들로 이 책에서는 부의 상징이다.
이사벨은 사랑보다 부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그레이와 이사벨은 빈털터리가 된다.

집도 절도 없는 그들에게 집을 내준 사람은 엘리엇이다.

 

엘리엇은 이사벨의 삼촌이다.
별 볼일 없는 신분 출신이지만 귀족 사회에 속하길 갈망하는 사람이다.
귀족들과 파티를 즐기고 그들의 구미를 맞춰준다.
껍데기뿐인 귀족 같은 삶을 쫓다 삶을 마감한다.

 

한편, 래리는 소피라는 여인과 결혼한다.

소피는 남편과 자식을 잃고 약과 술에 의지해 살아가는 여인이다.

이사벨은 래리가 자신보다 못한 여인과 결혼한 것에 질투를 느낀다.
치밀한 계획으로 소피가 래리를 떠나도록 만든다.
소피는 방탕한 생활 끝에 죽음을 맞이한다.
래리는 택시 운전사가 되어 살기로 작심한다.

 

저자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은 한발 떨어진 거리에서 이들의 인생 여정을 지켜보는 내용이 책 <면도날>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용에 큰 전화점이나 강약은 없다.

오히려 너무 잔잔해서 요즘 독자의 구미에는 밋밋할 수 있다.

 
제목이 왜 <면도날>인지 모른다. 
면도날처럼 작은 간격을 두고 삶이 좌우된다는 뜻인지, 면도날처럼 삶에는 양면이 있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혹자는 구원으로 가는 여정은 면도날을 넘어서는 것처럼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책은 오랜만에 읽은 고전이다.
고전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1910~1940년대 시대상을 구경할 수 있다.

의식주와 사고 방식이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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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 읽고만 있어도 좋은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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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은 한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한 여행기다.
유럽 여행을 가게 된 이유부터 여행지의 동선까지 노플랜이다.
살짝 농도를 낮춘 육두문자나 날아다니고,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는 사차원이다. 
이 책을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무대뽀’다.
 
다른 여행 책은 필요 이상으로 얌전하다.
어떤 책은 정좌하고 읽어야할 정도로 근엄하다.
이 책은 정반대다.
솔직하고 재미있다.
근엄한 독자에게 이 책은 책도 아니다.
블로그질로 비칠 수 있다.
 
그런데 글 중간마다 여행지에 대한 설명을 달아두었다.
정색하고 글다운 글로 썼다.
정보를 담은 셈이다.
 
저자 정숙영은 글을 맛깔스럽게 담았다.
책에서 손을 놓기 쉽지 않을 정도다.
소설도 아니고 여행 책을 그렇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순간 푸하하 웃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정보를 빵빵하게 담은 여행기가 흘런 넘치는 요즘 이 책은 틈새를 노렸다.
빡빡한 일상에 찌든 사람에게 먹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더위에 지친 요즘, 얼음 동동 띄운 콜라 한 잔을 건네는 책이다.
 

다음은 이 책 첫 부분에 있는 내용이다.
살짝 맛을 보시라.
 
이 여행기는 다음과 같은 증상에 잘 듣습니다.
1.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중 루트, 숙소, 언어, 항공권, 패스 등 각종 복잡한 준비 사항의 압박으로 발생하는 두통
2. ‘헬로’와 ‘땡큐’만 아는 영어 젬병이라 언어 장벽이 무서운 영어 공포증
3. 평소 덜렁거리기, 칠칠치 못하기로 국가 대표급인지라, 배낭여행 간다고 했더니 엄마가 “기왕 죽으려면 객사하지 말고 집에서 곱게 죽어라.” 하며 말리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가고 싶어서 애태우다 생기는 화병
4.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지, 건강은 받쳐 줄지, 준비할 시간은 모자라지 않는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건 아닌지, 다녀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는 각종 소심증
5. 몇 년 전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사진은 물론 여행 갔을 때 신었던 양말 한 짝만 봐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향수병
6. 요령 부족, 판단 미스, 타이밍 착오 등으로 생긴 수많은 태클에 쓰러지고 상처 입으며, 인생이 흑인 머리카락처럼 마냥 꼬여 앞날이 막막하고 캄캄하여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러나 아직은 너무 젊은 당신이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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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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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이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책이다.
책 크기가 작은 <걷기 예찬>은 30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용은 알차다.
건강을 위해 걸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걷지 않으면 성인병에 잘 걸린다는 협박도 없다.
다만, 걷기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걷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걷기를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걷게 하는, 그런 책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제대로 된 걷기를 설명하면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예를 든다.
그는 달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그가 본 달의 분위기와 지구의 푸른 빛은 지구인도 TV를 통해 보았다.
그는 달의 흙 냄새를 맡았 보았을까? 아니면 발바닥으로 달 흙의 감촉을 느꼈을까?
그저 달에 발자국만 남기고 돌아왔다.
맨발 자국도 아닌 신발자국일 뿐이다.
닐 암스트롱은 달을 느끼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제대로 된 걷기는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이 책에서 강조한다.

 

“닐 암스트롱은 그의 모든 신체적 기능들을 보조하여 자신을 외부세계로부터 보호해주는 진기한 기계들이 가득히 부착된 갑옷이 몸에 꼭 끼여 갑갑하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다급한 용변 같은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암스트롱은 자신이 달에서 보고 만지고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보는 것이 무엇인지 좀 뒤늦게 자문해본다. (중략) 그는 우주복을 벗어버리고 고요의 바다에 몸을 던져 뒹굴고 싶고 달의 모래를 한 움큼 집어가지고 뿌리면서 바람이 부는지 어떤지 알아보고 싶고 맨발로 달리면서 발바닥에 땅의 감촉을 느끼고 싶다.”

 

걷는 데는 장소도 구애받지 않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사례로 든다.
감옥에 갇힌 죄수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만큼 발자국이 낸 길이 깊게 파여 가는 것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감옥에 갇힌 수인들이 골똘하게 계산을 해가면서 감방 안을 끝없이 거닐고 있다. 자신들의 보폭을 측정해보고 나서 그들은 상상 속에서 자신들이 실제로 걸어나간 코스의 지도를 그려본다. 오늘 그들은 여섯 시간을 걸었으니 30여 킬로미터를 여행한 셈이다. 예를 들어서 그들은 루아르강을 따라 르망에서 루에로, 투르에서 소뮈르로, 혹은 피렌체에서 피에졸레 언덕으로 올래 걸어갔던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감방을 벗어나지 않은 채 세계일주를 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일 걸릴 것인가?”

 

아스팔트 길과 맨땅을 걷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그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상에 대한 지식을 무한히 넓히기 위해서도 길이 필요하다. 아스팔트에는 역사도 없고 이야기도 없다. 심지어 그 위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해도 자동차들은 그곳에 아무런 기억의 자취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버린다. 자동차는 장소와 역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풍경을 칼처럼 자리고 지나간다. 자동차 운전자는 망각의 인간이다. 풍경이 차의 앞 유리창 너머 멀리서 휙휙 지나갈 뿐 아무런 길에 대한 감각적 마취 혹은 최면상태에 빠져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중략) 반면에 걷는 사람은 전신의 감각을 열어놓고 몸을 맡긴 채 더듬어가는 행로와 살아 있는 관계를 맺는 가운데 매순간 발밑에 밟히는 땅을 느낀다. 그는 자신이 거쳐 가는 길 위의 숱한 사건들을 골고루 기억한다.”

 

저자는 걷기의 장점을 장황하게 나열하지 않는다.
걷기를 주제로 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들이 모여 결국 ‘걷기 예찬’이 된다.
걷기를 싫어하거나 걸을까 말까 망설인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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