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래리는 1차 세계 대전에서 전우의 죽음을 목격한다.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는 래리는 제대 후 일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행복한 삶을 포기하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 등을 여행하며 고행의 삶을 산다. 그의 약혼녀 이사벨은 현실적인 여인이다. 래리를 사랑하지만 직업도 없이 방랑하는 그의 삶에 환멸을 느낀다. 결국 래리와 파혼하고 그레이와 결혼한다. 그레이는 증권회사 사장의 아들로 이 책에서는 부의 상징이다. 이사벨은 사랑보다 부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그레이와 이사벨은 빈털터리가 된다. 집도 절도 없는 그들에게 집을 내준 사람은 엘리엇이다. 엘리엇은 이사벨의 삼촌이다. 별 볼일 없는 신분 출신이지만 귀족 사회에 속하길 갈망하는 사람이다. 귀족들과 파티를 즐기고 그들의 구미를 맞춰준다. 껍데기뿐인 귀족 같은 삶을 쫓다 삶을 마감한다. 한편, 래리는 소피라는 여인과 결혼한다. 소피는 남편과 자식을 잃고 약과 술에 의지해 살아가는 여인이다. 이사벨은 래리가 자신보다 못한 여인과 결혼한 것에 질투를 느낀다. 치밀한 계획으로 소피가 래리를 떠나도록 만든다. 소피는 방탕한 생활 끝에 죽음을 맞이한다. 래리는 택시 운전사가 되어 살기로 작심한다. 저자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은 한발 떨어진 거리에서 이들의 인생 여정을 지켜보는 내용이 책 <면도날>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용에 큰 전화점이나 강약은 없다. 오히려 너무 잔잔해서 요즘 독자의 구미에는 밋밋할 수 있다. 제목이 왜 <면도날>인지 모른다. 면도날처럼 작은 간격을 두고 삶이 좌우된다는 뜻인지, 면도날처럼 삶에는 양면이 있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혹자는 구원으로 가는 여정은 면도날을 넘어서는 것처럼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책은 오랜만에 읽은 고전이다. 고전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1910~1940년대 시대상을 구경할 수 있다. 의식주와 사고 방식이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