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말 낭독 x 필사책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재성 편저, 정서우 낭독 / 유노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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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의 말 낭독 × 필사책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은이), 정서우·임재성 (편저) 유노북스 20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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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글을 필사로 만날 수 있다니!

필사를 좋아하지만, ‘정말 좋다’고 느낀 필사책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설 속 문장만 따로 떼어 놓으면 앞뒤 맥락을 알기 어려울 때가 있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글은 무교인 내게는 쉽게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은 개인적으로 삶의 지침서 같은 느낌을 주어서 특히 좋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편역자인 임재성이 약 10년에 걸쳐 괴테의 작품을 읽고 연구하며 그의 삶과 사상을 함께 풀어냈기 때문인 것 같다. 단순히 좋은 문장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괴테의 생각과 삶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어 훨씬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전문 내레이터의 낭독 QR도 수록되어 있어 가볍게 틀어 놓고 듣기에도 좋다. 괴테의 글을 좋아하지만 정작 읽어 본 작품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와의 대화」축약본, 「선택적 친화력」 정도뿐이다. 그럼에도 이 세 작품만으로도 그의 문장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괴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필사책은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100편의 문장을 한 편씩 따라 적는 동안 내 마음속 호수에도 작은 파문이 번질 것이다. 그 파문은 분명 사라질지언정, 백 번이나 흔들린 마음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까 일단 쓰자,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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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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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은이), 김보람 (옮긴이) 다산책방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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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있는 엄마와 비행기로 27시간 떨어진 미국에 있는 유학생 딸. 두 사람은 스카이프 화면 너머로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며 물리적 거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사랑을 이어간다. 참으로 다정하고도 아련한 모녀의 이야기다.

나는 누군가의 딸이기도 하지만,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당연히 딸의 시선으로 읽어 내려갈 줄 알았던 책이었건만, 첫 장을 펼치자마자 나는 어느새 엄마의 마음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내 아이 역시 품을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떠날 것이다. 그때 나는 그 거대한 독립의 시간을 어떻게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도 어떻게 하면 엄마라는 안식처이자 친구 같은 동반자로 남을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내 아이에게 엄마를 향한 부채감을 주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보호자를 넘어, 아이가 지치고 두려울 때 언제든 조건 없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다정한 친구. 훗날 아이의 기억 속에 그저 '다정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마음 깊이 새겨보았다.

✴︎ “가끔 꿈을 꿔. 네가 뭔가를 두려워한다는 걸 엄마가 알게 되는 그런 꿈 말이야. 그러고 나면 네가 무사하길, 네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잠에서 깨. 우리 딸, 그렇게 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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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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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대의 종말 - 비비언 고닉 (지은이), 홍한별 (옮긴이) 엘리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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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어 본 비비언 고닉의 글이었다. 무려 30여 년 만에 번역된 책이라고 하지만, 전혀 오래된 글이라는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대를 초월한 인류 공통의 화두인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

책에는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등장한다. 아는 작품보다 모르는 작품이 훨씬 많았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작품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동시에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져 행복한 고민에 빠졌고, 소개되는 작품들을 먼저 읽어본 뒤 이 책을 만났더라면 더 풍성하게 읽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무엇보다 익숙한 작품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읽어내는 비비언 고닉의 통찰이 무척 인상 깊었다.

버지니아 울프, 이디스 워튼, 조지 엘리엇, 진 리스, 샬럿 브론테, 윌라 캐더, 한나 아렌트, 래드클리프 홀, 그레이스 페일리, 레이먼드 카버, 레프 톨스토이, 귀스타브 플로베르 등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비비언 고닉의 비평은 문학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주었고, 사랑과 인간에 대해 한층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주었다.

사랑은 시대가 바뀌어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감정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와 함께 달라진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인간을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재밌는 거겠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나고, 또 그 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소개된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었다.

✴︎ 쇼팽 본인은 작가가 된 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자기는 글이 한 번에 나오거나 아니면 아예 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실제로는 아마추어리즘의 증거일 것이다. 사실 작가의 삶은 온통 수정, 오직 수정이 아닌가? 고치지 않고 어떻게 생각이 또렷해지고 작품이 깊어지나? 어떻게 통찰에서 지혜로 나아가나? 어떻게 사물을 둘러가며 보고 핵심으로 들어가나? 열린 창으로 흘깃 내다보는 게 아니라 세계 전체를 창조하나? (67)

✴︎ 결국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감정을 이해하더라도 삶에 통합하지 못하면 오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감정을 부인하고 감정의 힘을 무시하면, 완전히 망한다.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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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티아라 플라워 - 꽃으로 쓰는 삶의 기록
이정아 지음 / 스토리닷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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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티아라 플라워 - 이정아 (지은이) 스토리닷 202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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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의 삶은 어떨까?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한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의 통찰이 담긴 글이라고 생각하면, 인생을 배우는 책으로도 충분하다.

맨 처음에는 단순히 예쁜 꽃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이 설레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마치 인생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티아라 플라워의 하루와 지나온 길, 꽃과 사람 그리고 브랜드, 티아라 플라워의 철학과 디자인의 본질, 영감의 여행과 소통법, 앞으로의 길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이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가득했다.

다 전하기에는 어려우니 각 장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자면,

1장에서는 나는 플로리스트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지 플로리스트의 아침 루틴(정확히는 티아라 플라워라는 브랜드의 하루겠지만), 꽃시장에 들르는 일, 꽃 냉장고 정리, 수업을 위한 준비, 꽃 컨디셔닝, 꽃꽂이 세팅과 생화 관리법, 그리고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들이 특히 흥미로웠다.

2장에서는 결국 나다운 것을 브랜드로 만들어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끝까지 지켜야 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3장에서는 단점을 보완하느라 애쓰기보다 장점을 더욱 살리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저마다 꽃마다 가진 포인트를 살려 강약을 조절하는 것처럼, 사람도 자신의 강점을 살려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4장에서는 영감을 얻는 방법으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꽃을 만나는 이야기,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5장에서는 앞으로의 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꽃바구니와 달항아리를 활용한 꽃꽂이 등 다양한 사진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시각적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꽃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은 결국 사람도 오래 바라보게 되는 걸까. 이 책을 읽고 나니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꽃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꽃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일을 오래 사랑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 내가 제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남과의 비교보다는 자기 내면에 집중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들여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꽃,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가 보이게 된다. 우린 모두 다 다른 사람인 것을 인정하고 남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은 생각을 해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기 일이 비록 작은 일이라 해도 전력을 다하고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해 내간다면 어느 날 자신을 더욱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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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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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 앨런 레비 (지은이), 노지양 (옮긴이) 오팬하우스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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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서 딱 1년을 산 테오.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 86세의 노신사는 작은 도시 골든으로 와 카페 챌리스에 걸려 있는 92점의 초상화를 보고 주인들에게 하나씩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실천해 나간다. 그리고 그 작은 마을은 테오의 등장으로 조금씩, 그리고 분명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읽는 내내 꽤 오랫동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선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문득 ‘내가 너무 세상에 찌들어 있었던 걸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요즘 시대에 더욱 필요한 가치들을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하고 결과를 요구하는 시대 속에서, 천천히 사람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기다려 주는 일, 이름 없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를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버비보어 서점 주인 토니가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던 이야기를 테오에게 들려주는 장면에서는, 지금도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 또 초상화를 돌려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연락할 때 대부분이 먼저 의심하고 경계하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그 의심을 넘어서는 진심이 있다는 것도 함께 보여준다.

테오가 골든에 머문 1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는 거창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귀하게 대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친절과 관심이 사람들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또 다른 선의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 사람의 진심이 소설의 조연을 모두 주연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했다.

✴︎ “저는 이름 없는 예술가라면, 그러니까 우리 같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옆에서 그렇게 격려해 줄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2)

✴︎ “캐서린. 저처럼 오래 살다 보면 좋은 의도가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는 걸 많이 보게 됩니다. 조용히 실천했더라면 더 나았을 일들이 알려지면서 다른 양상이 펼쳐져요.” (307)

✴︎ “검사님, 어제 저를 바꿔놓은 게 뭔지 아세요? 그 작은 아저씨예요. 어제 전까지만 해도 제 머릿속에 그 사람은 어떤 개념만 있었어요. 제 귀한 딸을 그렇게 만든 ‘그따위 자식’이었어요. 그래서 ‘그따위 자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달라진 이유는 그 사람 얼굴을 봤기 때문입니다. 검사님도 보셨어요? 진짜로요? 슬쩍 말고, 잠깐 흘깃 본 것 말고, 제 말은 정말 보셨나요?”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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