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네온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13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수영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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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네온 -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은이), 이수영 (옮긴이) 은행나무 2023-10-13>


와… 진짜 종잡을 수 없는 단편들이었다. (단편이라고 하기엔 중편에 가까운 글도 몇 편 섞여 있긴 했지만)

총 9편의 이야기는 모두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었다. 어렵다기보다는, 이야기를 따라가기 전 ‘화자가 누구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었다. 화자의 정체가 끝내 명확해지지 않거나, 혹은 명확해진 순간 오히려 더 불편해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모든 편을 다 적기엔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아, 인상 깊었던 작품 위주로 적어본다.

#우회하시오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건가… 설마…’ 하는 의심이 끝까지 따라붙는다.
#궁금한
호감에서 시작된 감정, 그리고 선의라고 믿었던 행동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읽는 내내 불편했고, 그 불편함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골든드림1949
내가 떠올린 그 배우가, 혹시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묘한 상상으로 이어졌다.
#고행
읽는 동안 계속해서 ‘이 인물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밤네온 이 가장 인상 깊었다.
중편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의 분량이었고, 오랜만에 화자가 누구인지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줄리애너의 과거를 통해 그녀가 지나온 ‘밤과 네온으로 가득했던 시절’을 따라가다 보면, 경악할 만한 이야기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인데, 묘하게도 낯설지 않다. 아마도 그 모든 것이 인간의 얼굴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편의 첫 장을 펼칠 때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일까’ 기대했다가, 매번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책장을 덮었던 기억만 진하게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폭력이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폭력은 바로 알아차려지지는 않는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였고, 이야기의 방식에 따라 자신은 선한 존재로 그리기도 했다. 네온의 빛은 밤이 없으면 무용한 것처럼, 빛은 어둠이 있기에 빛나고 어둠은 빛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처럼,
작가가 말하는 바가 인간세계의 양면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었다.

✴︎ 밤, 네온. 서로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둘.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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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작별
김화진 외 지음 / 책깃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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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작별 - 김화진, 이꽃님, 이희영, 조우리, 최진영, 허진희 (지은이) 책깃 2025-12-05>


#우연한작별 #김화진 이 작가님은 대개가 비슷한 결을 띄고 있는데,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누구나가 특별해지고 싶지만, 평범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테니까, 무리 중에 빛나는 이는 극소수이니까 이런 글이 와닿는게 아닐까. 나 역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니까.

뭐든 먼저 알고 있는 것 같은 애였던 외사촌 연선, 나의 수많은 처음에 연선이 있었다. 유일한 단짝이지만 다른 친구들과 나눠야 하고, 연결로써 대화의 소재로 전락한 나는 연선에게 질투와 혐오 그 어딘가의 감정에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연선과 나.

짧은데 엄청나게 몰입했다. 그리고 중학교 때 한 친구가 생각났다. 반에서 무리가 여러개 있다면 그중 제일인 무리에서 인기 있던 예쁘장한 아이가 서로가 서로를 뒷담화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갔고, 그 아이와 우연히 친해졌고, 몇년을 꽤 친하게 지냈는데… 이런 저런 계기로 내가 먼저 손을 놨지만 어쩐지 그 아이가 자꾸 생각났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를 살짝 엿보게 했던 그 아이가 생각나서 이상했다. 그냥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응?)

사람은 저마다 한두명씩은 자신을 옭아매는 존재가 있지 않을까. 그 아이가 연선같은 존재는 아니었지만, 아마도 내가 중간의 통로같은 느낌이 아니라 마음을 나눈 친구였어서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 드는 걸지도.

#에버어게인 #조우리
현장실습을 간 고3인 우현. 밥도 못 먹고 출근한 우현, 그게 마지막이었다. 사회적 죽음이었던 우현. 엄마인 진영은 vr을 통해 아들에게 마지막 식사를 해주고 싶다. vr을 통해 우현이 죽은 아침으로 돌아간다.

쉬쉬하는 산재들, 약간의 통쾌함에 전율했다.

#휴일 #최진영
엄마는 느닷없이 죽었고, 가장이 되었다. 동생 윤은 엄마의 사망소식을 들었고 윤은 방황중이다. 덤덤한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흔든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내 상상 속에서

#너에게맞는속도 #허진희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학교 미르고는 매 학기 시험을 봐서 탈락자를 만든다. 살아남은 졸업생은 자동으로 미르대에 입학, 모두가 인공 지능 3.0의 최신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그곳에 1.5속도를 사용하는 우로빈이 들어오고 모의고사 1등을 하는지 백구슬과 음도일은 내기를 한다.

현대 사회의 우리는 출발선이 모두 다름을 이제는 서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걸 알면서도 소위 개천에서 용나는 걸 비꼬고 막는다. 모두들 자신들이 가진 것을 놓지 않기 위해 인정해주기 어려워한다. 본질을 벗어남으로써 본질을 인정해버리는 느낌의 글이었다.

#에이저 #이꽃님
AI가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학습의 무용함을 느끼고 생긴 가장체험 에이저를 통해 아이들은 우정, 협력, 지혜 등을 배운다. 충만은 에이저에서 친구 제이를 만난다. 이번 키워드는 전쟁, 이 에이저를 통과해야 한다.

와. 이거 다 읽고나자마자 뒤통수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AI보다더 나은 ‘인간’임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아 소름끼쳤다.

#페페 #이희영
악성 호흡기 바이러스의 진화로 바이러스와 전쟁이 아닌, 공존을 하는 시대를 산지 30여년… 유치원까지만 직접 만나고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가상 세계로 진입한다. 집에서 셀프라 하는 캐릭터로 출석하고 공부를 한다. 그러다 마루의 학교가 진짜 등교를 하는 학교로 선정된다.

아래의 단편 3개는 하나같이 근미래에 있음직한 이야기가 너무도 소름끼친다. 근데 그게 너무도 그럴듯해서…그 시기를 막으려는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큰그림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알게 해서 인간다움을 지켜내자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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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의 밤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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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의 밤 - 조수경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5-12-05>


읽고 나서 바로 리뷰를 쓰고 싶지 않은 책이 있다. 그 이유는 내가 너무 날 것의 감정을 토해놓을까봐 매우 우려스러운 책일 때다. 이 책이 그 책이었다.

이전에 #아침을볼때마다당신을떠올릴거야 를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다. 그때도 리뷰를 참 늦게 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39살의 형우는 꿈을 꾼다. 물속에서 잠이 든 꿈을…
돌아가신 아빠는 프리다이빙 선수였다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는 말했다.아빠는 프리다이빙을 하러 가서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고, 그래서 바다에 가지 않는 형우의 가족. 그리고 10년 전인 29살에, 엄마는 어느샌가 방에만 갇혀 지내는 동생 은우와 함께 여행을 간다고 했다. 엄마는 동생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다. 엄마의 짧은 유서 “너는 꼭 잘 살아줘.“ 형우는 트럭을 장만한다. 우연히 만난 여자가 건넨 명함 뒤의 자살 희망자・자살 사별자들의 다이빙 모임이 있습니다. 라는 글귀를 보고 프리다이빙 모임을 통해 극복해나가는데,

와, 이 소설 정말 좋았다. 길게 쓰다가 자꾸 줄이는데, 아마도 조금이라도 스포가 될 만한 것을 알지 말고 읽는게 더 감동적으로 확 와닿을 것 같다.

소설 뒷표지에 #정이현 작가의 추천사를 다시 읽고 다시 읽으니 마음에 구구절절 와 닿는다. 소설의 용도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소설을 읽을까? 좋은 소설의 궁극적 목적은 위로가 아니라 이해라고.

이해는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수평선을 달리는 개념이지만, 그 수평선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느냐 없느냐를 소설이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의 자리로 나를 넣어보는 일, 그 귀찮은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사유함으로써 우리는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 강추추추추💗💗💗

✴︎ 난 바보처럼 그걸 몰랐어요. 사람마다 마음의 체급도, 빛을 발하는 자리도 다르다는 것을요.

✴︎ 힘들 땐 잠깐 마음을 끄고 살아야 해요. 몸은 어차피 우리가 살게끔 설계돼 있으니까 잠깐씩 마음을 끄고 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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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매일 공부의 힘 -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오르는 아이들의 비밀 이은경 초등 공부 마스터 클래스 1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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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매일 공부의 힘 - 이은경 (지은이) 서교책방 2025-11-19>


내겐 첫째가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고, 둘째는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생각해보니 정확히 5년 전에 초등학교 입학 관련 책을 봤던 기억이 난다. 아이의 입학인데도 마치 내 입학인 것처럼 설렘과 불안함이 밀려온다.

첫째의 시절을 겪었기에 사실 읽으면서 뜨끔한 부분도 (굉장히) 많았고, (의외로) 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도 (조금) 있었고,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순간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사실 ‘나의 불안’ 때문이다. 주양육자인 내가 해야 할 것을 놓쳐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아,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공부 습관을 길러주는 건 결국 서서히 부모의 손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인 힘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중요한 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는 내 안의 확신이 있는지 점검하고, 내 불안에서 비롯된 조급함은 아닌지 따져가며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부터 사교육과 문제집, 태블릿 학습, 화두인 스마트기기 사용법까지 아주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법들이 가득하다. 초등 매일 공부를 위한 부모의 원칙까지, 버릴 게 하나 없이 너무 좋은 책이다.

첫째 때 내가 이런 책을 봤더라면 첫째에게 조금은 덜 뭐라 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초등학교에 곧 입학할 자녀가 있는 분도, 이미 저학년·고학년을 지나고 있는 분도 늦었다고 느낄 필요 없다. 아이들은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책은 강력 추천이다.

✴︎ 초등의 공부는 ‘속도전’이 아니라 ‘기초체력전’이라는 사실을요. 단기간에 초등 시기에만 열심히 달려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힘들어도 버티고, 실망해도 포기하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회복하는 힘. 그게 진짜 ‘공부력’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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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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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 헤르만 헤세 (지은이), 신동화 (옮긴이) 엘리 2025-12-01>


헤르만 헤세가 무명의 청년 시인일 때 썼던 아홉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베르가모의페스트외 의 작가 #옌스페테르야콥센 의 글이 정말 좋았는데, 그에게 원고를 보내고, 그가 이 책을 출간해주었다고 한다.

솔직히 산문이라서 어떻게 적어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 그냥 내가 주관적으로 느낀 바를 적어보자면,

자연과 자연을 빗댄 묘사들이 압권이었다.

✴︎ 달이 비치는 바다의 빛처럼 박자가 움직이는 그 곡을
✴︎ 이미 사라져버렸음에도 오랜 시간 더 우리에게 빛이 닿는 별의 존재처럼요.

그리고 서문에 그가 적었듯, 나는 자신을 위해 예술가의 꿈나라를, 미(美)의 섬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유미주의적 특성 덕분에 묘사가 압권이기도 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런 표현이 있기에 각자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독자의 머릿속에서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이게 가장 기억에 남는 느낌인데, 이야기 자체를 기억하기 보다는 지극히 섬세한 인간의 꿈 속을 갔다 온 느낌이랄까, 그 속에서 나는 꿈의 관찰자가 되어 옳고 그르다거나하는 판단을 멈추고 방관자처럼 그의 의식 세계를 좇았다.

얇은 책이지만 쉬이 읽히지 않았으며, 읽고 다시 읽을수록 그 깊이가 다르게 느껴졌고, 마음이 조급할 때보다는 내게 여유가 있을 때 읽으면 그 깊이를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두고두고 필사를 하면 곱씹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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