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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7월
평점 :
<플라이, 대디, 플라이 - 가네시로 가즈키 (지은이), 양억관 (옮긴이) 문예춘추사 2023-07-10>
- 집 앞에 도착해서 불이 켜진 하루카의 방을 올려다보는 것이 나의 일과이며 기쁨이었다.
-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은 분노라기보다는 짙은 피로였다. 오늘은 월요일, 내일은 평소처럼 회사에 가야 한다.
- 일상의 톱니바퀴가 완전히 뒤틀려 버렸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 “자신의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겠지. 애석한 일이야. 고작 자신의 반경 1미터 정도만 생각하고 태평하게 살다가 죽으면 행복할 텐데 말이야.“
-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거야.“
- ”아무것도 부수지 않고 뭘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야.“
- ”나는 지금까지 힘껏 살아왔어. 다른 사람에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해. 그렇지만 지금은 모든게 부끄러워. 박순신의 말대로 나는 지금까지 반경 1미터 정도의 시야밖에 갖지 못했던 거야. “
-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벌벌 떨어! 두려움은 기쁨이나 슬픔과 똑같아서 그냥 감각일 뿐이야! 나약한 감각에 사로잡히지 마!”
- “폭력에는 정의도 없고 악도 없는 거야. 폭력은 그냥 폭력일 뿐이야. 그리고 사람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 ”변화도 없이 늘 정해져 있는 일상을 그리도 지겨워하던 주제에 정작 그 일상에서 벗어난 일이 벌어지니까 너무 귀찮아서 안 보이는 척 못 들은 척하면서 일상에 달라붙어 있으려 하는 거야. “
💙월급쟁이, 47살, 스즈키 하지메, 도쿄출신, 도쿄에서 나고자란 그, 22년째 같이 사는 아내, 그리고 어여쁜 딸, 그러던 그의 일상에 딸 하루카이 고등학생 복싱선수에게 폭행을 당한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딸에게 딸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우연히 만난 고삐리팀. 재일교포 박순신, 오키나와 출신 미나가타, 홋카이도 출신 가야노. 그들을 만난 아버지 하지메는 딸을 폭행한 이시하라라는 복싱챔피언에게 복수할 수 있는 무대에서 뛰기 위해 죽을 각오로 몸을 만든다.
작가가 재일교포라는 선입견을 가져서일까? 한 때 영화 “go”를 엄청 좋아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쿠보즈카 요스케를 한때 멋지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나였다. 그 후 두번 영화로, 그리고 책으로 읽은 적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tmi이지만 일본어를 공부해 본 사람치고 (물론 당연히 한국인이라면 생각할 듯 하지만)아주 오랜시간 얽혀있는 한일 양국의 감정의 실타래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재일교포로서 쓴 이 책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빠의 딸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 일대기이지만, 내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마음 속이 뜨거워지는 어떤 포인트들이 있었다.
단순히 딸과 아빠의 관계를 벗어난 소중한 뭔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누군가의 모습으로 자꾸 그려졌다. 복싱챔피언으로 나쁜 짓을 해도 그걸 커버쳐주는 사회와 어른들, 당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의 입장으로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리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좀 멋졌다. 그 나이에, 쉽지 않은데 말이지,
너무 우울하게 쓰는 것 같은데, 생각이 잠시 깊어진 일뿐, 내용 자체는 재밌게 술술 읽혀나간다. 감동포인트와 재미 포인트가 적절하게 버무러져 있는 이 책, 이 여름에 괜찮을 듯 싶다. 감동과 통쾌함이 같이 버무려져 있는 책,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