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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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 이향규 (지은이) 창비교육 2023-06-28>

- 사랑받고 위로받았던 기억이 어른이 된 그를 다시 위로해 준 것이다. 

- 같이 천천히 걷고, 넘어지면 부축하고, 잊으면 다시 말해 주면 된다. 잘 때도 팔찌를 벗지 않는 토니를 물끄러미 보다가, 어쩌면 이 팔찌가 가장 필요했던 사람은 그 자신이었겠다고 생각했다. 토니야말로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몇 년이 걸렸을 거다. 

- 음악은 기억을 담기에 좋다. 형태에 갇히지 않고 시공간을 넘으며 여러 장면을 불러온다. 

- 나는 무말랭이가 좋다. 식감도 아삭하지만, 그 안에 담긴 햇볕이 따뜻하다. 누구나 겨울을 나야 할 때가 있다. 밀리너 엄마의 꿈을 응원한다. 

- 누군가의 고단한 삶이 위로가 될 때, 그건 그가 나보다 더 불행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그가 존엄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의인법은 내가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 돌보는 일은 ’전문직‘인 것 같다.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필요와 요구를 알아채는 뛰어난 감수성, 타인의 속도에 맞추는 인내심, 의식주처럼 삶의 재상산에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 시대 변화를 학습하는 능력, 강건한 체력과 정신 건강이 요구된다. 

- 죽음을 기억하라. 지금 삶에 감사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
 꽤나 좋은 에세이였다. 아니 꽤나가 아니고 많이 좋았던 에세이였다. 나의 북계정의 피드를 자주 와주시는 분들은 아마 아시겠지만, 에세이는 좀 많이 어려운 나라서 거부반응이 곧잘 일어나는 사람인데, 중간중간 눈물이 차올랐다. 억지 감동이 아닌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른의 이야기였다. 

📍사물을 잘 묘사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사물이 기억의 문을 열면 잊고 있던 순간과 묻어 두었던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 글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라는 저자의 프롤로그는 아주 정확했다. 사물에 대해 쓴 글이지만, 결국은 모든 건 사람과 이어져 있었다. 단 하나도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영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영국으로 이주하여 한국과 영국을 걸쳐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국의 문화 이야기도(이런 역사적 이야기 깨알재미, 펍에 대한 이야기 특히 재밌었다), 내가 바라보지 못하던 것들에 대한 것도 있었다. 

사실 읽으면서 슬프다는 감정이 많이 들었다. 파킨슨 병이 온 남편의 지팡이로 인해 누군가를 또 이해하게 되는 것, 영국의 공동묘지 문화를 보고 저자가 느끼는 것, 죽음, 팬데믹으로 생긴 연대감,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영국군인들, 돌봄의 가치 등. 큰 어른에게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듣는 느낌이었다. 어떠한 판단이나 오해없이 내 귀를 내어줄 수 있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의 이야기여서 좋았다.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람이었습니다)가 책 제목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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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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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 박서련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3-07-07>

- 곧 인간성이 만료된다는 것을 예감하면서도 끝내 가야 했던 곳은 대체 어디였을까. 뭘 하고 싶었을까. 누구를 만나려는 거였을까.

- 노안이라는 낱말의 질감은 오래 도망치다 마침내 붙잡힌 사람이 느낄 법한 무력감과 이상한 안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가 늙었구나. 모르지 않았으나 남의 입으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 식상한 것은 둘째치고 미묘한 질문이었다. 올해도 아니고 내년도 아닌 내후년이 30년 차인 것이 뭐 대단한 일이 되나. 

- 네가 사랑하는 젤로는 너를 사랑해서 어른이 되어버렸어.

- 클레어가 저지른 실수들도 클레어라는 사람도 자기 일상을 망치기에는 너무 사소하다는 걸 잘 알기에 그 여자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 “엄마가 너 원치 않는 몸으로 낳아서 미안하고…… 폐경이 벌써 와서 미안해.”

-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내가 살아온 방식을 바꿔야 하는구나. 엄마가 되려면. 

*
박서련 작가의 이름은 꽤 많이 접해본 것 같은데 처음 작품을 읽어보았다. 신선하달까? 내가 평소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였다. 예를 들면 늘 같은 밥에, 같은 반찬을 먹다가 낯선 나라의 음식을 먹어본 느낌이었다.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단편은 아무래도 전부 다 좋기는 쉽지 않기에) 내 취향에 맞는 거를 적어보자면 

감염자의 출몰로 버려진 차들을 타고 이혼한 전남편이 있을 군부대로 향하는 주인공과 감염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남학생과의 가는 길을 이야기한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재난형 생존물(?) 요런걸 좋아해서 흥미로웠다. 

성우라는 직업으로 오랜 세월 젤로를 연기한 오선재 앞에 등장한 어리고 예쁘고 재능 있는 여자애 이희강, 그 아이로 인해 변성기를 맞이한다는 <젤로의 변성기> 

트렌스젠더로 나라의 연구 차원에서 임신을 할 수 있는 인공 자궁 이식 수술 실험에 참여하는 수진, 엄마가 되고 싶었던 수진, 그리고 수진의 엄마와의 이야기를 그린 <김수진의 경우>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변하여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의 엄마와 딸은 관계가 왠지 눈시울이 찡했다. 

이 세 가지가 기억에 남고, 같은 일에 대해 기억하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취하는 지가 흥미로웠던 <한나와 클레어>는 특히 재미있었다. 

7가지가 전부 다 다른 이야기같아서 무지개색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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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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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전홍진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3-06-30>

- 안전기지가 없다면 세상을 탐구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항상 예민한 상태가 됩니다.

- 우울증은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으로 늪처럼 빠져들어가는 경향을 강화시킵니다.

- 자존감 형성에 있어 어린 시절의 ‘안전기지’의 형성과 ‘적당한 좌절’의 경험이 중요한 근간이 됩니다. 이 안전기지와 적당한 좌절 모두 부모님(특히 어머니가)이 역할을 하게 되지만 다른 보호자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 사소하고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가족이 모여서 함께 저녁을 먹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중요합니다.

- 좋은 기억을 만들어서 트라우마의 기억이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어린 시절의 경험과 부모와의 관계는 평생에 걸쳐 예민성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그런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뇌는 현재의 좋은 기억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는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 예민한 성격은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 이 리뷰를 쓴다는 것 자체가 나 예민한 사람이오! 라고 인정하는 느낌이 되지만, 사실, 이런 류의 예민함에 대한 책은 꽤나 많이 나왔다. 하지만 실상 읽은 것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아니 한 권 있으나 완독을 못했기에 읽은 게 아니라서 읽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인지 스스로를 평가해보는 테스트는 28개 항목 중 13개가 이상이면 매우 예민한 사람이다. 이미 가뿐하게 넘겼다. 꽉 채워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다. 이렇게 적은 걸 보니, 나는 이미 예민한 사람이고, 예민한 친구이고, 예민한 아내이고, 예민한 엄마이고 예민한 딸이자 며느리라는 말의 동의어일 것이다.

사실 읽으면서 중간 중간 눈시울이 빨개진 적이 있다. 그건 내가 공감능력이 너무 높아서 내 상황으로 대입시켜보니 감정이 훅 빠져들어갔던 것이다. 그만큼 나는 정의하자면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이다.

사실, 나는 이미 예전부터 나의 예민성을 알고 있었고, 어느 부분에서 취약하고, 어느 부분은 괜찮고, 내게 안전기지 역할을 누가 하는지도 이미 알았기 때문에, 이 책 자체가 도와준 것은 부모의 역할로서의 길잡이를 갖는데 조금 더 일깨워줬다. 그리고 이 책은 예민함을 가진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더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타인(가족, 친구, 동료 등)을 더 이해하고, 알아주고 싶은 사람이 읽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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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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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 가네시로 가즈키 (지은이), 양억관 (옮긴이) 문예춘추사 2023-07-10>

- 집 앞에 도착해서 불이 켜진 하루카의 방을 올려다보는 것이 나의 일과이며 기쁨이었다.

-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은 분노라기보다는 짙은 피로였다. 오늘은 월요일, 내일은 평소처럼 회사에 가야 한다.

- 일상의 톱니바퀴가 완전히 뒤틀려 버렸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 “자신의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겠지. 애석한 일이야. 고작 자신의 반경 1미터 정도만 생각하고 태평하게 살다가 죽으면 행복할 텐데 말이야.“

-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거야.“

- ”아무것도 부수지 않고 뭘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야.“

- ”나는 지금까지 힘껏 살아왔어. 다른 사람에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해. 그렇지만 지금은 모든게 부끄러워. 박순신의 말대로 나는 지금까지 반경 1미터 정도의 시야밖에 갖지 못했던 거야. “

-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벌벌 떨어! 두려움은 기쁨이나 슬픔과 똑같아서 그냥 감각일 뿐이야! 나약한 감각에 사로잡히지 마!”

- “폭력에는 정의도 없고 악도 없는 거야. 폭력은 그냥 폭력일 뿐이야. 그리고 사람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 ”변화도 없이 늘 정해져 있는 일상을 그리도 지겨워하던 주제에 정작 그 일상에서 벗어난 일이 벌어지니까 너무 귀찮아서 안 보이는 척 못 들은 척하면서 일상에 달라붙어 있으려 하는 거야. “

💙월급쟁이, 47살, 스즈키 하지메, 도쿄출신, 도쿄에서 나고자란 그, 22년째 같이 사는 아내, 그리고 어여쁜 딸, 그러던 그의 일상에 딸 하루카이 고등학생 복싱선수에게 폭행을 당한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딸에게 딸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우연히 만난 고삐리팀. 재일교포 박순신, 오키나와 출신 미나가타, 홋카이도 출신 가야노. 그들을 만난 아버지 하지메는 딸을 폭행한 이시하라라는 복싱챔피언에게 복수할 수 있는 무대에서 뛰기 위해 죽을 각오로 몸을 만든다.

작가가 재일교포라는 선입견을 가져서일까? 한 때 영화 “go”를 엄청 좋아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쿠보즈카 요스케를 한때 멋지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나였다. 그 후 두번 영화로, 그리고 책으로 읽은 적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tmi이지만 일본어를 공부해 본 사람치고 (물론 당연히 한국인이라면 생각할 듯 하지만)아주 오랜시간 얽혀있는 한일 양국의 감정의 실타래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재일교포로서 쓴 이 책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빠의 딸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 일대기이지만, 내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마음 속이 뜨거워지는 어떤 포인트들이 있었다.

단순히 딸과 아빠의 관계를 벗어난 소중한 뭔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누군가의 모습으로 자꾸 그려졌다. 복싱챔피언으로 나쁜 짓을 해도 그걸 커버쳐주는 사회와 어른들, 당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의 입장으로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리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좀 멋졌다. 그 나이에, 쉽지 않은데 말이지,

너무 우울하게 쓰는 것 같은데, 생각이 잠시 깊어진 일뿐, 내용 자체는 재밌게 술술 읽혀나간다. 감동포인트와 재미 포인트가 적절하게 버무러져 있는 이 책, 이 여름에 괜찮을 듯 싶다. 감동과 통쾌함이 같이 버무려져 있는 책,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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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불멸 위픽
김희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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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불멸 - 김희선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3-06-14>

나는 삼척으로 가려고 터미널을 갔다. 승차권을 받고 대합실 의자에서 기다린다. 주머니에는 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유산이라고 하기에는 뭣한, 흔해빠진 열쇠 하나가 있다. 그 열쇠는 아버지가 죽기 몇 시간 전 병원 침상에서 이야기했던 열쇠였다. “이제 너에게 우주의 비밀을 알려줄 때가 됐구나.” 라면서..

아버지가 말하는 삼척, 아버지는 삼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생의 마지막 1년을 바쳤다. 사진관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암실에서 그렇게 틀어박혀 있었다. 아버지는 그렇다고 뭔가 한 것은 아니었다. 삼척의 부재를 증명하기 위해 그저 그 곳에 가지 않는 것뿐이었다.

📌 “과연 이 사람들, 신부와 신랑 말이다, 어떤 걸 진짜라고 기억하게 될까? 내가 만들어준 이 비디오 속 모습을 진짜라고 믿게 될까? 아니면 실제로 일어났던 결혼식 장면들을 기억하게 될까? 때론 내가 그들에게 기억을 선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버지의 말은.. 왠지 모르게 쿵 하고 다가왔다. 내가 알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성된 것일까? 문득 기억이라는 것에 의문을 품어보게 되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또 한 가지 더한 생각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는 자주 내 머릿속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곤 한다. 내 머리라는 작은 공간에서 나의 기억들이 오래전 것들을 불러 일으키고, 환기되고, 재창조되고, 새로운 형태로 나만의 오감을 건드려서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나만의 것으로 불멸한 것이라고..

위픽 시리즈의 단편의 매력을 좀 잘 알 수 있게 해주었던, 짧지만 생각을 깊이 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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