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카베 악바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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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 카베 악바르 (지은이), 강동혁 (옮긴이) 은행나무 2025-05-23>


이 소설은 종교, 죽음, 중독, 정체성처럼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주인공은 이란계 미국인 시인 ‘사이러스 샴스’.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한 그는, 어릴 적 어머니를 비행기 사고로 잃고,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단절을 겪었다. 이야기는 사이러스의 내면과 기억을 따라가는데,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게 뒤섞이며 흘러간다. 처음엔 조금 어지럽고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장이 좋다.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고, 고통이나 질문들이 강하게 와닿는다. 사이러스가 겪는 혼란, 그 속에서 찾아가려는 죽음의 의미 같은 것들이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든다. 이야기가 직선의 구조라기 보다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서 전체 흐름을 잡으려면 집중이 필요하다.

중간쯤 등장하는 인물 ‘오르키데’와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삶과 죽음, 고통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존재와 만나면서 사이러스 안에도 변화가 생긴다. ‘순교’를 원하던 인물이 점점 ‘살아 있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순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교를 꿈꾸던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가가 중심에 남는다. 읽고 나서도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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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호호책방
김유 지음, 국지승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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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호호책방 - 김유 (지은이), 국지승 (그림) 주니어김영사 2025-05-28>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게 좋아서 깊은 산속을 나와 바닷마을로 온 여우 씨. 그리고 작은 것들이 존재하는 그의 작은 집, 여우 씨가 이사 왔을 때 곱지 않은 눈으오 봤던 이웃 사람들. 괜한 오해를 받았지만 오히려 꽃떡을 만들어 나눠준 여우 씨. 누구보다 책을 좋아한 여우 씨는 작은 집 안에 작은 책방을 열기로 해요. 마음을 호호 불어주는 “호호책방” 그렇게 손님들이 찾아와요. 여우 씨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어울릴 책을 건네줘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쓰인 그림동화책이지만 어쩐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호호책방에서 내 마음을 호호 위로 받은 느낌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아파하면서도 관계 속에 있기에 또 다른 위로와 따스함을 얻는다.

7살인 딸아이와 읽으니 아이가 자꾸 호호 거린다. 아이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게 어색할 수 있다. 그 감정이 뭔지 표현하지 못해 답답할 수 있다.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누고, 책을 통해 위로받는 경험. 그건 아주 작지만 깊은 힘이 되어 아이에게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알고자 하는 마음만이 있다면 낯선 곳에서도,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시기가 생겨도 우리는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고💗

#바닷마을호호책방 #그림책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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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심리학 - 일 년, 열두 달 마음의 달력
신고은 지음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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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심리학 - 신고은 (지은이) 현암사 2025-05-20>


일 년, 열두 달. 마음의 달력에 소제목을 단 이 책, 아주 유용했다. 매달 마지막 날,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어 다음 달의 나를 위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흐른다. 어찌됐든 1월에서 12월로, 끊임없이 반복되며. 계절은 바뀌고, 굵직한 행사들이 찾아온다.

3월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 아래 각종 모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무더위가 짙어지고 나면, 어느새 결실을 맺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나의 결과를 생각하게 되고, 그 앞에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그 고비고비마다,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5월의 나는 너무 힘들었다. 5월 둘째의 어린이집에서 소풍이 있었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첫째의 생일, 시어머니의 생신, 아빠의 생신까지.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일이 끊임없이 터지고, 감정 소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엔 좀 심했다. 정말 매일 뭔가가 생겼다.)

그때마다 나는 길가에 핀 들꽃을 보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과 맞닿을 듯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행복이구나. 이렇게 누릴 수 있는 것도, 지나고 보니 참 감사한 일이구나.
왜 그토록 자주 하늘을 올려다봤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면 나는 분명 우울해질 것이다. 안 그랬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 그때는 이 책을 꺼내 들고, ‘단풍을 보러 가야지’라고 적어두었으니 매주 산책을 할 것이다. 12월이 되면, 또다시 이룬 게 없다고, 나이만 먹었다고 한탄하겠지. 그때도 이 책은 내게 괜찮다고, 다정하게 말해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 책과 함께, 매달, 매년
아주 조금씩, 쥐똥만큼 변하고 성장해갈 것이다. 🩵

삶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것 같을 때, 결국 다잡아야 하는 건 나의 마음이다.
이 책은 그런 마음과 감정을 조율해준다.
일 년이 아닌 한 달이라는 단위로 끊어, 매달의 나에게 말을 걸어오니 더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그저 그런 하루들이 쌓여 결국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고, 다정하게 토닥여주는 책이다.

포스트잇을 이렇게 많이 붙인 이유는 주황색은 나를 위한 방법론, 파란색은 (내게 도움이 되는) 심리 이론, 노란색은 그냥 와 닿은 문장, 분홍색은 내 마음을 흔든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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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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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 (지은이), 모명숙 (옮긴이) 열림원 2025-05-20>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라는 소제목을 달고 출간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나는 그저 글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정원 어딘가에 놓여 있는 기분이 들었다. 풀냄새가 나고, 새가 지저귀고, 다채로운 꽃들이 피어 있는 그 풍경 속을,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따라 조용히 걸어간다.

자연과 정원, 풍경에 관한 울프의 문장은 감탄스러울 만큼 섬세하다. 그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녀의 글에는 항상 겹겹의 감정이 담겨 있어서,​ 그것은 풍경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인간의 감정이 투영되는 하나의 ‘장소’로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기였다. 그곳엔 덜 다듬어진 감정들이 고스란히 살아 있어, 오히려 더 진하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정원의 묘사 속에 스며든 전쟁의 그림자, 밝고 평화로운 장면들 속에 살짝 배어 있는 불안감이 대비되어, 울프가 바라보던 세계의 복잡함이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표현 하나하나가 정말 예술이다.
“겨울이 젖을 빠는 아기처럼 깊이 잠들지는 않았다.”
“쿠션처럼 부드럽고, 마음속까지 파랗다.”
“연못은 피어오르는 흰 가시투성이다.”

어쩌면 이렇게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장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 줄 한 줄이 전부 새롭고, 그만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읽는 동안 몇 번이고 문장을 다시 읽고, 곱씹게 된다.

이 책엔 울프의 다른 작품에서 나온 문장들도 함께 실려 있는데, 이 또한 이 책이 보여주는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울프는 단순히 자연을 예쁘게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삶의 표정들을 조용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담아낸다.

✴︎ 정말로, 나는 뜨거운 날의 정원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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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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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지은이), 김정훈 (옮긴이) 쌤앤파커스 2025-06-02>


물리학자로서 여러 책을 써낸 저자이기에, 처음엔 이 책도 과학 이론이 중심일 줄 알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알게 됐다. 이 책은 과학을 빌려 쓴 ‘관계’에 대한 사유라는 것을. 세상을, 사회를, 개인을, 전체에서 조각조각 떼어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라, 그 조각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끝없이 되짚는 이야기였다.

물론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 쉽게 따라가진 못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학에 머물지 않는다. 철학, 사회, 정치, 문학, 인물들을 가로지르며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연결 안에서 우리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혼자 존재하는 ‘나’가 아니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의 변화와 종교, 정치에 대한 고찰은 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되 그 시선이 따뜻하고 깊어서 인상 깊었다.

로벨리는 과학자의 언어로 말하지만, 어딘가 시인 같다. 그의 문장은 사색적이고 조용하며, 무엇보다 ‘홀로 있지 않은 존재들’에게 향하고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아주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생긴다. 모든 존재를 고립된 점이 아닌, 서로를 비추는 결로 보는 눈. 그리고 그 눈은, 어쩌면 사랑의 감각과도 닮아 있다. 차가울 것 같은 이성적이고 냉정함 속에,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나와 세계를 연결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글들이었다. 로벨리는 과학을 말하면서도 인간을 말하고, 물리적 세계를 설명하면서도 감정의 진동을 포착해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식보다 감각에 더 가까웠고, 이해보다는 공감에 더 가까웠다.

이제 그의 책을 하나씩 차근차근 읽어야겠다🩵

✴︎ 우리가 세계의 일부임을 깨닫고, 모든 존재와의 연결성을 인식할 때, 우리는 더욱 공감하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어판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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