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교자!
카베 악바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순교자! - 카베 악바르 (지은이), 강동혁 (옮긴이) 은행나무 2025-05-23>
♡
이 소설은 종교, 죽음, 중독, 정체성처럼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주인공은 이란계 미국인 시인 ‘사이러스 샴스’.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한 그는, 어릴 적 어머니를 비행기 사고로 잃고,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단절을 겪었다. 이야기는 사이러스의 내면과 기억을 따라가는데,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게 뒤섞이며 흘러간다. 처음엔 조금 어지럽고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장이 좋다.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고, 고통이나 질문들이 강하게 와닿는다. 사이러스가 겪는 혼란, 그 속에서 찾아가려는 죽음의 의미 같은 것들이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든다. 이야기가 직선의 구조라기 보다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서 전체 흐름을 잡으려면 집중이 필요하다.
중간쯤 등장하는 인물 ‘오르키데’와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삶과 죽음, 고통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존재와 만나면서 사이러스 안에도 변화가 생긴다. ‘순교’를 원하던 인물이 점점 ‘살아 있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순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교를 꿈꾸던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가가 중심에 남는다. 읽고 나서도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