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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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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김홍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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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 책, 단숨에 다 읽어내려갔다. 읽으면서 연신 말한 건, 어라? 이거까지 간다고? 하하하
11월 3일 아침 9시가 지난 시간, 차의 트렁크에 납치되어 풀려나온지 네 시간이 지났다. 장은 은행의 대출심사역을 맡고 있는 과장이다. 그리고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말뚝들이 나타났다. 말뚝들, 그건 죽은 사람의 몸이었다. 연대를 알 수 없는 것부터 비교적 근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말뚝들. 말뚝들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어라? 이야기가 이렇게 흐른다고? 아니, 응? 어디로 흘러가는 거야? 근데 또 읽다보면 그래 그럴 수 있어. 라는 생각에 흡입한다. 자신을 납치한 이들은 누구였는지? 왜 였는지, 말뚝들은 왜 나타나는지? 왜 말뚝을 보면 눈물이 나는지, 말뚝은 도대체 누구인지, 왜 장에게 가까워지는지.
이 소설은 내가 읽은 소설 중에 가장 한국적인 상황을 위트있게 꼬집어내며, 지금 현실에 필요한 것을 잘 돌려말한(=돌려깐) 느낌이었다. 타인의 곤란에 인색해지는 우리, 신분사회가 없어진 지 오래건만 등급이 있다. 양반과 쌍놈이 있다. 사건과 사고, 조롱과 혐오. 돈이 돈을 낳는 사회, 권력과 배후, 정치, 최근의 사회적인 이슈까지. 어쩜 이렇게 잘 버무려놨을까? 물론 억지인가? 싶은 면도 없지 않지만 다들 알지 않는가. 소설이다. 하지만 실제는 소설보다 더 할 수 있다. 왜 사랑과 전쟁이 설마 그렇겠어? 하지만 실제는 더 심하다고 한다…?
정체를 모르는 말뚝들은 우리가 미처 기억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미처 받지 못한 애도를 받기 위해 나타난 것 같기도 하고,
생각 하나,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죽음을 알고 살아가게 된 걸까.
생각 둘, 사실은 모두가 하나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 셋, 한 사회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 세상이 왜 날이 갈수록 잘못되어가는지 알 것 같았다. (92)
✴︎ 어른이 뭔지, 나이를 더 먹어서 어른인지, 인턴이 아니라 정규직이라 어른인지, 옆에 앉은 그가 어른이 아니라는 근거는 뭔지, (164)
✴︎ “쟝한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돼요? ~ 세상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건 그냥 사고예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세상의 모든 일이고요. 왜 특별히 쟝에게만큼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184)
✴︎ “그래도 누군가는 이들을 기억하고 있겠죠. 쟝이 그러는 것처럼요.” 장은 떠올렸다. 저 많은 말뚝들이 누군가의 기억으로 서 있던 바다의 풍경을. 파도가 그렇게 시끄러웠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