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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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제시 버튼 (지은이),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긴이)   비채   2024-07-30>

ෆ⃛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메두사의 이야기는 거의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메두사 신화를 요즘의 중요시하는 가치들을 중심에 두고 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부제에는 <신화에 가려진 여자>라고 적혀 있다. 내가 느끼기에 신화에서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 그것도 여자. 어찌보면 최약체인 여자의 서사를 이야기한다.

이야기, 말동무, 친밀감이 필요했던 고립된 삶을 삶고 있는 열 여덟살의 메두사. 4년 전 흑발의 머리가 아테나에 의해 뱀의 머리로 바뀐다. 그리고 사람들을 피해 들어온 섬. 무한한 생명을 가진 두 언니와 메두사 셋이서 살고 있다. 그런 섬에 페르세우스라는 남자가 들어온다. 메리나라고 소개한 그녀는 그와 바위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하며 점점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그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그건 메두사의 머리를 가지고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돌아가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를 비틀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메두사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글이 신선했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두근두근하며 읽었던 보람이 있었다.

여성(=약자)이기에 당하는 부당한 대우들을 이겨내는 험난한 과정처럼 느껴졌다.

🔖언니들은 내가 지난 일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삶의 새 장을 시작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한 장을 끝내기 전에는 새로운 장을 시작할 수 없었다.

🔖그가 진정한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유일한 희망은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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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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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캐런 제닝스 (지은이), 권경희 (옮긴이)   비채   2024-08-12>

ෆ⃛
이름 하나 말고는 가진 것 없이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일흔살의 늙은이. 새뮤얼. 파도와 함께 휩쓸려 온 시신이라 생각한 남자가 살아 있다. 그 남자는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선이었고, 그 배가 침몰되어 떠밀려온 것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자신의 과거가 계속해서 떠올려진다. 그와 함께 있는 4일동안의 기록.

스스로를 섬에 가둔 새뮤얼. 떠밀려온 남자와 함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새뮤얼. 과거 자신의 삶이 난민자의 모습과 같기에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새뮤얼 아버지의 독립운동을 하였고, 불구가 된다. 그러나 새뮤얼은 이민자 학살에 가담하고, 교도소에서 23년이나 복역한다. (읽었는데… 왜 나의 기억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 하핫)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한 삶을 살아내는 새뮤얼이 안쓰러우면서도 나라가 흔들리고, 사회가 흔들리고, 가정이 흔들리면서 이렇게까지 무너져내릴 수 있는지 이해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달까.

새뮤얼과 난민자를 내내 동등한 입장으로 놓고 읽혔는데, 책을 읽는 내내 먹먹함과 불편한 마음이 공존했다. 이런 마음을 들게 하는 책들이 널리 읽혀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가독성이 되게 좋다. 엄청 재밌다. 반전이 있다! 이런 요즘 유행하는 (?) 글에 부합되는 글은 아니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분명 있는 좋은 소설임에는 틀림없었다.

🔖 마치 역사 같은 건 없는 것처럼. 과거에 일어난 모든 일은 이 나라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 일어난 일, 다른 사람들이나 기억하고 있는 일인 것처럼.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는 게 언제부터 부끄러운 일이 되었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치멜루가 아래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세상 사람 모두 유명해지고 부자가 될 순 없어! 누군가는 땀 흘리며 일을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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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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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 일홍 (지은이)   부크럼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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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겐 짧고, 엄마에겐 기나긴 여름방학의 끝이 보여간다.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월할 줄 알았는데, 어째 점점 버거워지는 것 같다. 이런 방학에 읽기 적절했던 책이랄까…? 글이 글자로 안 읽히고,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되돌아가서 읽고, 결국 덮어버리게 되는.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지금 적절한 책이었다.

가볍게 생각을 전환하고 싶을 때, 책을 펴서 읽었다.
책의 세계로 빠져들어 잠시 다른 세계로 갔다가 돌아왔다. 현생에 지쳐 있는 내게 응원의 문장이 마음을 두드려주었다.

내가
사랑에, 사람에, 일에, 육아 등으로 자신이 해야할 들을 잘 견디라고, 그리고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해주기에. 선물하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 어른이 된다는 건 숱한 책임들 뒤로 밀려난 자시을 잊지 않고 끌어내는 일이라고. 버티는 나를 지켜 내는 일이라고. 가장 가까운 마음을 아끼려 드는 것도 나의 몫이라고.

🔖 나의 괴로움을 내가 키워 내고 있음을 느낄 때, 그때야말로 단순해져야 할 때다. 흔들리는 마음은 흘러가게 두고, 버리지 못하면 잠시 보관하는 마음으로. 쏟아지는 부정에 속지 말고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의 기초를 행해야 할 때. 대부분 한숨 자면 괜찮아질 것들이었고, 맛있는 음식 한 입과 숨찬 운동 한 번이면 잊히는 불안이었고, 따뜻한 물로 씻고 나오면 개운해지는 마음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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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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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
이주윤 (지은이)   빅피시   20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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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과 다른 또 다른 맛이었다.
글쓰기를 위한 문장을 필사하는 느낌이었다. 아주 좋은 점이 있었다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되는 걸 무작정 쓰는 게 아니라 저자가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게 좋은지에 대한 부분들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가장 인상에 깊었던 게 쓰고 싶은 글의 분위기를 상상하라는 것인데, 정말 글들에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내가 글을 쓰면서 원하는 분위기라는 걸 잡고 쓴다는 걸 생각하니 아 내가 어떤 글을 좋아하고, 어떤 글을 따라하고 싶은지 느껴졌다. (이런 글쓰기의 포인트강의 같은 느낌 좋다!!)

소설, 시, 에세이, 연설문, 희곡, 서간문, 평전 등 다양한 글들을 통해서 글쓰기를 맛볼 수 있었다. 손으로 쓰고 머리에 새기고 눈에 새기고 마음으로 소리내어 읽고 짧은 생각을 적어두기도 하니 읽었던 책들 중에서는 이런 문장들이 있었구나 새삼 마음에 와 닿았다.

미니북으로 제공된 문장부호책은 어쩜 이리 귀여운지😆 귀여워서 자꾸 자꾸 찾아보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지 않을까. 그리고 독서의 끝은 역시 글쓰기로 귀결되는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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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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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 매튜 퀵 (지은이), 박산호 (옮긴이)   미디어창비   2024-07-29>

ෆ⃛
칼에게 보내는 고등학교 선생님인 루카스의 편지로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로, 머제스틱 극장에서 22살의 제이콥이 총을 난사했던 그 날 밤. 루카스는 사랑하는 아내 다아시를 잃는다. 그리고 그 마을 사람들 중 17명이 사망한다. 루카스는 이전에 매주 금요일 두시간씩 자신의 정신분석을 했던 칼에게 편지를 쓰며 사건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제이콥의 동생 앨리가 자신의 집 뒷마당에 찾아오고, 그와 함께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루카스의 부모님, 제이콥과 앨리의 엄마가 그들에게 가한 학대, 총기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책 한 권 읽는데 들이는 품이 존재한다. 그 시간들을 취미생활이라고 치부하기엔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 한 권 고작 읽는다고 무엇이 변할까? 책 한 권 읽는데 대략 4~6시간을 투자한다 쳤을 때, 현생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실용서적이나 자기계발서나 그런 게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관 속에서 나는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나만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어찌보면 소설에서 뭔가를 깨닫고 느끼고 덮고 잊히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좀 많이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어쩌면 진부할 수 있고, 어쩌면 사회의 어떤 부분을 보여주었고, 원인과 결과가 나오는 값을 그럴 수 있지라고 읽을 수 있다.

*쓸데없는 생각일 수 있는데, 가까운 이(부모, 가족)가 토해내는 행동과 말들이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는데, 점점 문제가 생기는 것들이 현재에 와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이전에는 미디어의 발달이 뎌뎠기 때문에 덜 알려진 것일까?

*부모가 개별적으로 좋은 사람일 순 있으나 가족간의 어떻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것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 “우리 영화가 만들어낸 우주에서는 선과 악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점을 바비가 확실히 이해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완전하게, 그들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묘사할 거라고 설명했죠.

🔖”우리가 허구에서조차 마주하지 못하는 대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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