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란 밤의 달리기
이지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평점 :
♡
<노란 밤의 달리기 - 이지 (지은이) 비채 2024-10-21>
♡
이전의 이 작가의 단편소설집 나이트와 러닝을 매우인상깊게 읽었었다. (호불호가 꽤 있던데, 나는 완전 “호”였다.)
이번 소설. 개인적으로 엄청 좋았다. (또 나오는 방어기제, 개인적으로ㅎㅎㅎㅎ)
읽으면서 얼마나 킥킥댔는지(카페에 들고 가서 읽어서 혼자 키득거리느라 혼났다...웃음의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ㅎㅎㅎㅎ), 읽으면서 얼마나 몽글몽글해졌는지,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보고 가늠해보기도 했다. 필사 포인트들이 얼마나 많은지, 어쩜 이렇게 소설을 시처럼 적었는지.
인생을 축제처럼 살으라고 휴일이라고 지어주신 나는 시각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다. 연상의 애인 엘과 사귀고 있고, 작업실의 임대료가 올라갈 때마다 옮겨서 지금은 세운상가에 거처를 마련했다. 구 여친 나리의 sns도 엿보고 말이다. 아빠가 게이인 걸 알고 엄마는 나갔고, 그런 아빠는 사업을 하겠다고 돌아다니고, 함께 예술을 하던 친구들은 점차 현실로 나아가고 있고, 어쩌다 동물원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백수 형수 형을 만나기도 하고.
와. 이거 줄거리를 적으려니 어렵다.
[청춘에 관한 소설은 많고 많지만, 끝까지 위트를 잃지 않는 작품은 귀하다. 《노란 밤의 달리기》는 ‘하루키적 경묘함’을 갖췄다는 찬사를 받으며 데뷔한 소설가 ‘이지’의 신작 장편소설로, 을지로 세운상가에 터 잡은 청년 예술가들의 일상을 그린다._알라딘 책소개]
와! 내가 이 작가의 글이 왜 이리 좋나 했더니, 하루키적 경묘함을 갖췄다고 찬사를 받았구나...!!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들을 사랑하는 나에게 이 작가의 글들이 와 닿지 않을 수가 없었네!!
좋았던 문장이 너무 많아서 플래그가 덕지덕지 붙었다. 청춘이란 게 어떤 시기를 말하는 게 아니고, 정신이 젊어야 청춘이라 한들, 우리가 정의하는 청춘은 20대의 싱그러움과 열정을 갖추고 있는 걸 청춘이라 일컫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는가. 결혼하고 애를 낳고, 가장의 무게가 짊어진 자리에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내 가족이 아닌 타인을 보살피고, 마음을 연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 가장 꼽자면, 나의 그 20대 시절 어딘가를 보는 것 같아서, 지나온 나의 열정과 패기와 무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나의 기대들이 녹아 있어서 일 것이다. 인생이 어떻게 향해갈지는 그 누구도 모르고, 그러니까 모르는 것 투성이니까. 그래서 모르니까 사는 거라고. 가족도, 사랑도, 우정도,일도, 인생도.
좀 모호한 리뷰가 되었지만, 아무튼 이 작가의 글들이 참 좋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볼테다.
✴︎ 잡고 있는 엘의 손에 신경을 집중해봤다. 말랑하고 딱딱한 감촉이 마디마디 느껴졌다. 이건 물렁뼈, 이건 미끈액. 엘의 손에 내 손을 얹고 바라봤다. 우리의 마음은 손에 있을까.
✴︎ 사랑은 그렇다. 하리보 같은 것. 인생도 그렇다. 아무것도 아닌 것.
깨알재미, 작가가 의도했을 거 같은데, “나이트러닝”이 깨알같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