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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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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 전찬민 (지은이) 달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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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계절이 지나가고, 해가 바뀔 때마다 타인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떨어지는게 아니라 살면서 축적된 인간관계를 통해 생긴 환멸과 혐오로 인해 타인의 생각을 궁금해 하지 않으려는 내가 있었다. 이런 내가 타인의 생각 덩어리인 에세이를 안 읽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삶은 관심없다(아니 관심없는 척을 하지만) 소설을 즐겨 읽는 나의 밑바탕에는 누구보다 가장 갈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직접체험이 아니라 간접체험으로라도 그걸 메우려는 것일지도. 그리고 에세이가 소설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날 것으로 내게 주는 충격이 싫어서였다. 그런 내게 이런 나의 어줍잖은 편견을 확 깨부순 책이 이 책이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타인이 이야기하는 자신의 삶과 생각에 위로받고, 웃을 수 있구나 라고. 최근에 읽은 에세이 중 원탑. (올해의 에세이를 고르라고 하면 읽은 게 별로 없기에 주저없이 이 책이다)
이 책, (모든 책에 내 기준이라고 적는 이유는 이 책 별로인데?라고 말할 누군가를 향한 나의 방어기제일 것이다.) 진짜 좋았다. 울다가 웃다가 새벽에 갑자기 깨서 불현듯 든 생각을 메모장에 적을만큼.
타국 일본에서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 아버지와의 일화, 결혼하게 된 과정, 엄마가 되서 좀 더 멋진 엄마가 되는 모습,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 타국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글들. 자신의 결핍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 그 치열함. 일본 도쿄에서의 20년 차 된 저자의 글이 너무도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 나온 자전거 이야기에 최근에 나는 이 나이를 먹고 자전거를 배웠다! 아이의 낮은 자전거를 비틀비틀 거리면서 타지만 행복했다.
✴︎ 아직도 모두가 나를 흔들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휘청인다. 때로는 내 자신이 나를 흔들 때도 있다. 휘청이면 어떤가. 빛이 드는 공원의 나무들처럼 뿌리를 잘 내렸다면, 세상의 기준으로 미달이라고 쏟아지는 비교들 속에서 흔들릴 만큼 다시 내 삶을 찾을 수 있다.(178)
✴︎ 늙는다는 건 점점 낡고 색이 바래는 것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것이 불편하고 번잡스럽게 여겨지면 나이들었다는 방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키라 씨는 시간마다 달라지는 하늘의 색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의 온도, 새로운 곳으로 내딛는 한 발, 처음 맛보는 쓰디쓴 커피 등등 모든 것이 새로우니 아직도 인생이 너무나 낭만적이라며 소녀같이 웃으신다. 80세, 탄생보다 죽음이 더 가까운 나이에 그녀는 낭만을 온몸으로 느낀다. ~“살아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 가운데 가장 흔하고 황홀한 건 낭만이야.”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