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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평점 :
<사냥이 끝나고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은이), 최호정 (옮긴이) 키멜리움 2024-01-05>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읽어본 것들이 있다. 장편은 처음이기에 너무 설레였다.
갈매기, 벚꽃 동산, 그외 단편집을 접하고 안톤체호프의 단편의 매력에 완전 쏘옥 빠져들었던 내게 유일한 장편 범죄소설이라는 이 매력적인 문구는 나를 흔들었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은 때론 황홀만 문장으로 나를 설레게도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프랑수아즈 사강은 사랑의 감정에 대한 것들에 있어 나를 전율시키는 반면, 안톤체호프는, 내 기준에서는, 특히나 어두운 면쪽으로 돋보이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그가 쓴 범죄소설이라니!!
액자식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신문사 편집부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는 자신의 원고를 읽어줄 것을 부탁했고, 그 이야기가 나오는데, 소설 속 화자이자 예심판사인 지노비예프에게 키르네예프 백작이 그를 찾는다. 그 백작은 술을 좋아했고, 지노비예프는 그의 정원에서 백작의 영지 산림 관리인의 딸 올가를 만난다. 올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는 나이 많은 영지 관리인인 우르베닌의 청혼을 받아들이는데… 올가는 결혼식 당일날 기뻐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지노비예프는 치안 판사 칼리니나의 딸 나데즈다와의 이전의 관계도 자신의 자존심으로 박살내버리고, 올가에게 마음이 향하는 백작, 지노비예프를 잊지 못하는 나데즈다, 그런 나데즈다를 사랑하는 또다른 의사, 얽히고 설힌 감정들이 모든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데…
줄거리를 요약하는게 만만치 않아 대충 정리해보면 이러한데, 사실 이 작품이 후에 애거서크리스티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안톤 체호프의 인간의 마음의 바닥을 꿰뚫어보는 글은 대단했다. 어떤 복선들이 있었고, 그 복선들을 미처 줍지 못했던 내가 나중에 헉했다. 사실 살인이 소설의 2/3되는 지점 쯤에서 일어나고, 그 풀이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빨리 수습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하지만 그 과정 또한 앞서 서술한 바들이 탄탄하게 뒷받침을 해주기에 전혀 아쉽지 않았다.)
소위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의 도덕성의 결여, 마음이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들이 펼치는 이 이야기, 고전이지만 내겐 너무나 매력있는 소설이었다. 무조건 재독이 필수다!!
현대적(?) 추리 소설에 조금 질려있다면, 고전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대환영일 것 같은 이 책!! 강추합니다 >.<
🖍️ 삶은 8월 밤의 그 호수처럼 미쳐 날뛰고, 방탕하며, 불안하다. 많은 희생자가 그 어두운 물결 아래 영원히 숨겨져 있다. 바닥에는 두꺼운 퇴적물이 쌓여 있다.
나는 이 문장이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마음들을 엿보여 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