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문,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
최재봉 지음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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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문,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 - 최재봉 (지은이) 비채 2024-03-06>

ෆ⃛ 
오, 읽으면서 오랜만에 공부하는 느낌으로 진짜 재밌게 읽었다.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책을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진짜 유익한 공부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꽤 값진 독서였다. 

평론집이라는 주제로 처음 읽어보는 것이기도 하고, 신선했다. 나의 고정관념을 한번 흔드는 계기도 되어 주었고, 작가의 생각들을 좀 더 알게 해주었다. 

적고 싶은 내용이 은근히 많아서 책을 펴놓고 순서대로 좀 적어보자면, 

단어 하나의 선택, 쉼표 하나를 덜어내는 일, 마감, 초고와 퇴고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최근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화가 나오니 또 어찌나 반가운지)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머리에 쾅하고 왔던 것은 [독자는 반드시 작가가 의도한 대로만 작품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인데, 나는 기본적으로 작가가 의도한 대로 작품을 읽고 이해하려고 생각했는데, 작가와 독자로 완성되는 글을 너무도 철저하게 읽는 사람의 수용적인 입장으로만 받아들였던 게 아닐까? 때로는 다른 방식으로 읽어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의도를 비롯해 특정 텍스트에 대한 기존의 지배적인 해석에 반기를 들고 새롭고 전복적인 해석을 제출하는 독법인 ’저항적 독서‘를 좀 염두에 두어야 겠다. 

문단의 순혈주의 (문단의 평가 시스템이 문단 구성원 사이의 친소 관계로 굴절, 왜곡 되어 있다는 것, 등단 절차와 문예지의 원고 청탁, 각종 문학상 심사와 시상 등 문학의 생산과 유통 전반에 얽힌 것들)과 권력으로서의 문단의 속성들의 부정적인 면들과 긍정적인 면들도 흥미로웠다. 

🔖유난히 ’한국적‘이라 할 만한 시집과 소설책 뒤에 붙는 해설은 독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으며, 작품의 주제와 성취를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해설은 얼핏 친절한 것처럼 보이지만, 독자의 주체적 독해력을 무시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책을 읽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된다. 
-> 개인적으로 완전 공감…

표절에 대한 이야기들, 똥과 술에 대한 이야기 역시 아주 흥미로웠다. 복수라는 감정이 글쓰기로 넘어가는 것과 부부나 연인이 문단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 실비아 플라스와 테드 휴스 등) 그리고 영화들까지 

여기 나온 책들 전부 다 읽고, 영화도 보고 싶고, 리스트업이 엄청나게 되어버렸…!!

정리가 안되는 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완전 좋았다.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 글쓰기는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피땀 흘리는 노동의 결과라 보아야 한다.

🔖 어느 정도 선에서 더 고치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 작품을 쓰는 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말의 엄밀한 의미에서  ’완성된‘ 작품이란 있을 수 없다. 작가들이 독자들 앞에 내놓은 결과물은 불가피하게 포기와 체념을 수반한 타협의 산물일 수 밖에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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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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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 미쓰다 신조 (지은이), 현정수 (옮긴이) 비채 2019-11-11>

[태평양전쟁 패전 후 일본의 한 탄광. 현縣에서 한 명도 가기 힘들다는 명문 건국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청년 ‘모토로이 하야타’는 오로지 국가의 재건을 최전선에서 열원하고 싶다는 마음에 스스로 탄광부가 되어 일하기 시작한다. 각오한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힘겨운 노동이 이어지던 어느 날, 갱도에서 낙반사고가 발생한다. 하야타는 겨우 목숨을 건지지만 탄광 마을 전체가 뒤숭숭해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불온한 공기로 가득 찬 마을에 죽음의 그림자마저 드리우기 시작하는데……_출처 :알라딘]

책을 다 덮고 나서 이 작가가 더 멋있었다. 과연 이걸 일본 작가가 썼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내가 역사를 완벽하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식민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쓴 글이라는 걸 너무 잘 느꼈다.  어쩌면 일본인 독자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글이었지 않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탄광, 탄광용어와 2차세계대전에서의 일본과 약간 정치경제적 이야기, 은근히 많이 나오는 등장인물에 조금 정신이 사나울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심장이 쫄깃해지고, 마무리마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어서 역시 미쓰다 신조구나 싶었다. 

적지 않은 페이지였지만, 결말을 다 알고 나서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머지 않아 다시 한번 읽을 것 같다. 

미쓰다 신조를 좋아한다면, 일본의 민속학이라든가 미신 등에 거부감이 없다면, 미스터리물을 좋아한다면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재밌어서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2편인 하얀 마물의 탑도 읽으려고 계획중이다. 

🔖 옛날부터 탄광 일은 밑바닥 노동이라 멸시받으면서도 시대마다 국가의 산업과 경제를 훌륭히 지탱해왔다. 그런 일을 하면 전쟁중에 잃어버린 일본인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나라와 나라가 싸우고 있다 해도 두 나라 국민끼리 서로 죽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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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라 이웃나라 -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비카쉬 저스틴 쿠니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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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라 이웃나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 비카쉬 저스틴 쿠니 (지은이) 창비교육 2024-02-26>

ෆ⃛ 
요리를 소개하는 나라들의 이야기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괜히 눈시울이 짠해졌다. 요리라는 건, 삶에 있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인데, 요리야말로 한 나라의 아주 오래된 정신이지 않을까?싶었다. 

외국에서 날아와 한국에서 둥지를 튼 사람들의 이야기, 22명의 이주민과 39명의 청소년, 지역 주민이 만나 음식을 만들고, 이주민들의 고향 사진을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각 꼭지는 요리 이름, 그 나라말로 적은 맛있게 드세요. 한 컷 요리 그림, 이주 배경 주민의 이름과 출신국, 요리에 얽힌 추억과 만드는 방법, 식사 예절이 먼저 나오고, 요리 재료, 만드는 법, 요리 비법과 만화로 요리와 인생 이야기를 짤막하게 그려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와서 이주하게 된 배경이 재밌었고, 식사 예절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특히나 태국 사람들은 식사 후에 트림을 하는 것을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는 의미로 생각해서 개의치 않아도 된다니…!!! 동공지진…!!! 
 
4부 구성으로 메인요리, 간식, 수프&탕, 국수&만두로 되어 있는데 메인요리에서는 아이들에게 돼지고기로 만들 수 있는 필리핀의 아도보를 해 주고 싶었고, 간식은 그나마 여기 음식들 중 해 먹어 본 오코노미야키를 오랜만에 먹고 싶었다. 수프&탕에서는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차카라카를, 국수&만두에서는 오랜만에 팟타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 

요리에 얽힌 이야기는 내가 만약에 오랜 시간 내가 살던 나라를 떠나 있다면 나는 무슨 요리가 생각날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아마도 된장찌개와 김치가 아닐까… 싶었다. 

🔖 친척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제가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다들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는 그냥 조용히 있었어요. “언니가 이야기해야 하는데….”라는 말만 알아들었어요. 밖에 나가 보니, 동그란 추석 보름달이 떠 있었어요. ‘여기 달처럼 일본도 똑같은 달이 있는데….’ 한국의 달과 일본의 달은 똑같잖아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들었죠. 

🔖 맛있는 음식들도 사먹었는데 새우가 정말 맛있었어요. 코코넛에 빨대를 꽂아 마시며 해변도 걸었죠. 모두 고향을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맛들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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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자매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홍정아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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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자매 (리커버) - 이디스 워튼 (지은이), 홍정아, 김욱동 (옮긴이) 을유문화사 2024-03-08>

이디스 워튼의 작품은 #순수의시대 를 접하고 이번이 두번째로 접했다. 순수의 시대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독성이 더 좋다고 해야할까? 이디스워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제본부터가 일단 너무 좋은데 쫙 펴지는 게 아주아주 시원하다! 퓨어한 느낌의 표지까지 취향저격 그자체!! 이 책엔 중편소설 정도의 <버너 자매>와 2개의 단편<징구> <로마열>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버너자매는 #제인오스틴 의 #이성과감성 과 비슷한 느낌일까 싶었는데, 나의 편견을 딱 부숴뜨려주었다. 

언니 앤 엘리자와 동생 에블리나는 “재봉사”라는 간판을 덜고 있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넉넉하지 않지만,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둘은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해나간다. 동생의 생일 선물로 언니 앤 엘리자는 시계를 광장 건너편에 있는 허먼 래미라는 독일인에게 사온다. 그에게 호감을 품지만 동생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는데… 동생은 허먼 래미와의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데…

와…이게 또 이렇게 전개가 될 수 있구나.
동생을 위해 포기하는 언니의 마음이, 동생이 허먼 래미과의 결실을 이루는 그 과정이, 미묘하게 거슬리던 부분들이 허먼래미의 과거와 결합되면서 맞는 잔인한 현실이… 

여자의 삶은 남자를 만나서 또 다른 삶이 펼쳐지는데 그 과정이 참 씁쓸하다. 아니 남자를 떠나서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접근해서 삶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말까지도 너무 현실스러워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시계를 하나 샀을 뿐인데… 인생의 댓가가 너무 가혹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과 등장인물의 감정묘사가 아주 좋았다. 

징구는 나역시도 징구가 뭐야? 하면서 읽다가 마지막을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었다!!  로마열 역시 통수를 치는 반전처럼 느껴져서 인생의 서슬퍼런 인간사랄까. 짧은데 너무 짜릿하게 재밌었다!! 이디스워튼도 좋아하는 작가에 또 이렇게 꼭꼭 담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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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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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 시요일 (엮은이) 미디어창비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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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시는 참 어렵고도 어려운 장르인데, 유난히 서포터즈로 시들을 자주 보는 것 같아서 책이 내게 ”이제는 소설도 좀 적당히 보고 시를 좀 읽어보는 게 어떻겠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시의 세계가 어려운 내게 좀 좋았다☺️ 

책의 제목이 참 좋다.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라고 되어 있다. 그 다음엔 사랑이지가 바로 연달아 떠오른다.
그런 사랑에 관한 많은 이들의 시에 내 사랑도 타인의 사랑도 어디선가 드라마에서 본 듯한, 영화에서 본 듯한, 소설 속의 사랑도 떠오르고 또 떠올랐다. 

읽으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나로 여겨질 내가 문득 튀어나온다. 

유난히 많이 머물렀던 시들이 있다. 그 시들을 곱씹어본다. 

🩵 가장 아름다운 꿈은, 
그애와 함께 있는 꿈이에요 (한정원)

🩵 비 내리는 병실에서 빛이 일렁이고 있다
우리는 서로 같은 아침을 바라본다 (최백규) 

🩵 웃고 있는 서로를 보며 우리가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무엇을 보고 또 알았는지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을 보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주고 받았는지 (황인찬)

🩵 첫눈 오면 뭐 할 거야. (신철규)

🩵 내가 하는 사랑은 네가 나를 가졌다 놓았다 하기에(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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