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왕 이채연 ㅣ 창비아동문고 306
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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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운동회 때 아이들 모두가 함께 뛰는 단체 축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축구 규정에 맞게 팀을 나누는게 아닌 말 그대로 '막 축구'였다. 여자애들은 우르르 공을 향해 몰려가 어떻게든 공을 한 번 차보려고 온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그랬던 축구 경기가 끝나고 나자 우리 반 한 여학생이 내게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축구만 3시간쯤 해보고 싶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도대체 공 한 번 제대로 차 보지 못하고 공을 따라 운동장만 이리 저리 뛰어다닌 그 '막 축구' 경기가 무엇이 그리도 이 아이의 마음에 꽂혔을까. '축구왕 이채연' 동화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내게 말을 건넸던 그 여자아이가 생각났다.


축구왕 이채연의 이야기를 보고 책장을 덮었을 때 놀란 점은 이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이 책은 세 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스물네 명이 된 작가님의 학교 여자 축구부 아이들을 보고 썼다고 하신다. 작가의 말 내용에는 이 동화책의 실제 주인공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녀들의 이름이 차근차근 거론된다. 그 이름들을 하나씩 보고 있으면, 이 책이 이 아이들에겐 얼마나 갚진 선물일까 싶어 감탄하게 된다.


여자 아이들이 축구에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배워 전국 대회까지 출전하는 내용인 만큼 책 속에는 축구의 기본기와 기초 상식들도 많이 나온다. 아이들이 패스 훈련, 슈팅 연습 등을 하는 장면, 축구에서 움직임과 패스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장면 등 내용 구석 구석에서 축구를 향한 작가님의 열정과 애정이 느껴진다. 나 역시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을 설명할 땐 아이들에게 경기 규칙 외로도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이나 움직임들까지 설명이 길어진다.


하지만 이런 기능적인 중요성, 필요성 등의 내용들보다 이 이야기에서 빛을 발하는 건 축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감정에 대한 부분이다. 축구를 통해 같은 팀끼리 마음이 하나 되는 순간, 힘껏 찬 공이 골대의 경계를 넘어가는 순간, 상대방의 공을 빼앗아 차올릴 때와 같이 아이들이 공에 집중하여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글 속에 참 잘 녹아나있다. 그런 감정들을 글로 함께 접하고 있으면 도대체 이 '축구의 맛'이 무엇이길래 아이들이 이토록 빠져드는 건지 나까지 궁금해진다. 어쩐지 같이 뛰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축구를 계기로 모인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니만큼 책 속 주인공 채연이와 소민이와의 얽혀있는 관계가 풀려나가는 것을 함께 보는 것도 참 의미있다. 관계가 좋지 않은 친구가 있다면 채연이와 소민이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 나가며 관계를 개선해나갈 힌트를 얻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다.


오늘 운동장 체육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가기 전 쉬는 시간 5분을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놀게 했다. 10분여의 짧은 쉬는 시간동안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서 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만큼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와 있는 자체를 행복해했다. 그 짧은 사이에 공은 어디서 주워 온 건지 고새 공을 가져와 저희끼리 팀을 나누어 축구를 한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그저 공을 가지고 함께 노는 것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이다. 내게 '축구 3시간만'을 외치던 여학생도 그 틈에 끼여 열심히 공을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이런 걸 보면 운동을 꼭 '남학생이 잘 하는 운동', '여학생이 좋아하는 운동' 으로 미리 나눌 필요는 없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


축구부의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축구'라는 운동 종목 하나로 하나가 되어 함께 울고, 웃고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나도 아이들의 감정을 함께 느껴 울컥하기도 하고 함께 행복하기도 하게 된다. 이 책을 쓰신 선생님처럼 멋지게 축구부를 지도할 만한 능력은 없어도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즐겁게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운동'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 함께 책속의 주인공들 처럼 즐거운 운동 경기를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남자, 여자라는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여학생들도 축구를 '잘'하고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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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읽어 주세요!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63
에밀리 그래빗 지음, 김효영 옮김 / 비룡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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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에밀리 그래빗 작가의 책 '또 읽어 주세요!'를 받았을 땐 굉장히 기대되었다. 워낙 전에 읽은 작가의 책들이 좋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이번 책들은 내용 자체보다는 책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점들이 많았다. 이 책을 받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몇 번을 돌려 읽었는지 모른다.


'또 읽어 주세요!' 의 책은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아기 용이 책을 자꾸 읽어달라고 조르는 간단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간단하고 평범한 내용이 매력적인건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라면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일거다. 우리 집 아들도 잠에 들고 싶지 않으면 꼭 책을 들고와서 책 볼까? 한다. 책 보자! 하면서 한 권 읽고, 또 읽고, 또 읽어달라고 조른다. 엄마는 잠이 와서 죽겠는데도 말이다!


처음 엄마 용이 책을 읽어줄 때는 책의 내용도 빠짐 없이 아주 잘 읽어 주었다. 잠을 자 본적 없는 빨간 아기 용 세드릭의 이야기였다. 세드릭은 종종 아름다운 공주를 납치해 와 파이나 빵, 토스트로 만들어 먹기도 했단다. 실제로 아기 용이 들고 온 빨간 책 안에는 세드릭과 아름다운 공주, 수줍고 겁많은 괴물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기 용은 이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엄마 용이 잠이 와서 이야기의 내용을 슬쩍 슬쩍 바꿔가며 아이에게 자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어도 아기 용은 개의치 않고 또! 또! 읽어주세요! 하며 졸라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니 책 내용이 바뀌는게 뭐가 중요하겠나 싶다. 그저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자체와, 잠에 들기 싫은 마음이 큰 것이지.


엄마는 아기 용의 부탁에 못이겨 책을 또 읽어주다가 결국은 잠에 들고 말았다. 엄마를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모습에 아기 용은 책속의 세드릭처럼 화가 나서 초록색이던 온 몸이 붉게 변해버렸다. 그리고는 화가 나 입으로 불을 뿜었다. 그래서 결국 책에는... 구멍이 났다! 진짜 구멍이 났다. 책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책의 앞면만 봤지, 뒷면은 보지 못한 채 책을 열었는데 실제로 둥그렇게 뚫린 구멍이 있다니. 신기해서 책을 요리 조리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점을 찾게 되었다. 책 뒷 표지에서는 아기 용이 들고 있던 책 속의 주인공 세드릭과 공주, 겁많은 괴물들이 구멍을 바라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뒷표지를 시작으로 이때부터 책 이쪽 저쪽 숨은 그림들을 다 찾아보기 시작했다. 책의 하드커버 안쪽으로 붙어있는 속지들을 보니 여기도 또 재미있는 요소들이 잔뜩이었다. 앞 표지에 붙은 속지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놀이하고, 간식먹고, 양치하고, 목욕하는 아기용의 모습이었다. 한장을 넘겨 책 안쪽 표지에는 책 읽어 달라며 빨간 책을 들고 온 아기 용의 모습도 나왔다. 이야기의 내용을 담은 본격적인 글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이 책의 이야기는 그림들로 시작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뒷 표지에 붙은 속지에는 아기용이 가지고 온 책 속 주인공들이 책에 생긴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그 옆으로 보여지는 작가 소개 란에는 '화제시 대피 요령' 이라는 팻말을 들은 '에밀리 그래빗' 작가님의 사진이 있다. 팻말을 든 작가님의 사진 덕분에 책 속의 이야기가 허구이지만 허구가 아닌 것 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주었다.


또 아기용이 읽어달라고 하는 책들은 어떤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에 따라 책 속 세드릭과 공주, 괴물들의 모습도 시시각각 바뀐다. 아기용이 책을 마구잡이로 흔들면 그 안의 글자와 그림들 (세드릭, 공주, 괴물, 성 등)도 모두 흔들리며 뒤섞인다. 책 속의 이야기가 단지 이야기가 아닌 정말 실제로 책 속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존재하는 것만 같이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구멍이 났을 때, 이 주인공들은 모두 구멍을 통해 책 밖으로 빠져 나온 것일까?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어쩜 이렇게 기발한 생각으로 책을 만드셨을까!


심지어 이 책의 가장 큰 비밀은 책 자체였다. 종이로 된 겉 표지를 벗겨내자 빨간 책 커버가 보였다. 세상에! 내가 보고 있는 이 책은 아기용이 구멍을 내 버린 그 빨간 책이었다. 내가 들고 있는 책이 바로 아기 용이 들고 있는 '빨간 책' 이라니! 세상에나. 에밀리 그래빗 작가님은 아기용 이야기를 단지 책 속의 이야기로만 남는게 아닌,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어 주셨다.


아이가 좀 더 크다면 내가 찾아낸 그림 하나하나를 짚어보며 함께 읽었겠지만, 아직 어린 우리 아들은 책에 난 구멍만으로도 이야기를 재밌어 했다. 또! 또! 라고 말하는 반복되는 부분에 집중했고, 아기 용이 화가 나 만들어버린 구멍을 신기해하며 눈을 대어 보기도 하고 즐겁게 놀았다. 그 뒤 다음날 밤에도 또 읽을까? 하면서 스스로 '또 읽어 주세요!' 책을 들고 왔다. 확실히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요소가 많은 책이다.


아이에게 연두색 종이 커버를 벗겨내 보여주며 빨간 책의 비밀을 말해준다면, 아이는 또 얼마나 신기해 할까? 책의 구멍으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정말 빠져나오는 건 아닐까? 이런 상상 만을도 책 자체가 너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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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ㅣ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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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것에 반해 정작 작품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 지갑' 책은 정말 기대가 됐다.


'강아지 똥' 말고 내가 읽어본 작품이 뭐였더라 싶어 찾아보았다. 몽실 언니나 엄마 까투리, 오소리네 집 꽃밭, 아기 너구리네 봄맞이처럼 읽어본 작품도, 황소 아저씨 처럼 제목만 알고 있는 책도 있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책들을 찾아볼수록 앞으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책들이 늘어갔다.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 지갑은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실제로 한 번 읽고, 책을 다시 넘겨 보고, 또 보고 할 때마다 앞서 찾지 못한 새로운 장면들이 보였다. 유쾌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듯한 내용이 그림과 어우러져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만구 아저씨는 장날에 고추 한 부대를 팔았다. 두둑하게 생긴 돈으로 아주머니의 치마도 하나 마련하고 고등어도 한 손 마련했다. 시원한 막걸리도 마셨다.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저씨는 배가 아파 골짜기 안쪽에 쪼그려 앉아 숨어 변을 봤다. 그러는 와중에 아저씨의 지갑이 같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와 한참이 지나서야 돈이 든 지갑이 사라진 걸 알았다.


그날 밤 골짜기엔 톳제비들이 나타났다. 이 톳제비들의 모습은 지금은 보기 힘든 싸리비, 수수비, 갈비의 모습이었다. 텃제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릴 적 재미있게 보던 만화 애니메이션 꼬비꼬비가 떠올랐다. 애니메이션에서도 도깨비들은 낮에는 옥반지, 꽃신, 망태, 빗자루 등의 모습으로 잠을 자다 밤이 되면 활동하곤 했다. 요즘 아이들에겐 낯설 수 있는 도깨비라는 존재가 그림책으로 만나면 참 재미있고 신기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무서운 괴물의 모습이 아닌 참 친숙하고 익숙한 모습의 도깨비이니 말이다.


톳제비들은 할아버지가 싼 똥 무더기 옆에서 돈 지갑을 발견하고 신기해했다. 종이 돈을 보며 이게 뭔지 궁금해 하다 어린 톳제비는 제 똥을 닦는데 썼다. 한참 후에야 톳제비들은 그 종이가 돈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제자리에 원래대로 두었다. 다음날 만구 아저씨는 잃어버린 돈지갑을 찾고 너무나 기뻐하며 돈을 상자속에 넣고 고이 둔다.


톳제비들에겐 똥을 닦는 정도의 보잘것 없는 종이가 인간에겐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귀한 가치를 가진 것이라니. 종이 돈 하나에 울고 웃고 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톳제비들의 모습을 비교시키며 보여주는 구성이 참으로 유쾌하다가도 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면도 느껴져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매력은 그뿐이 아니다. 책의 앞 뒤 표지의 만구 아저씨의 모습(아저씨는 소를 사셨다!), 책 첫 면지의 장터의 장면 (자세히 찾아보면 아저씨가 할머니의 치마를 사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골짜기, 만구 아저씨네 방 안의 물건들. 유쾌하지만 해학적인 이야기와 함께 책 속의 숨겨진 그림 요소들을 찾아내고, 감상하는 것도 너무 좋다. 책을 여러 번 넘겨볼 때 마다 미처 한 번 만 읽었을 땐 찾아내지 못한 멋진 점들을 계속 발견해 냈다.


'강아지 똥' 말고도 권정생 선생님을 떠올릴 좋은 책으로 마음속에 새겼다. 이 책을 시작으로 선생님의 작품을 더 접해보아야 겠다는 다짐도 함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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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그림 사전
앨런 샌더스 그림, 아만다 우드 외 글, 권지현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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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학년에 올라오면서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과목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영어'라고 말하겠다. 교사의 입장이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주당 2시간의 수업 시간은 아이들의 영어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욕구 자체가 없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그래서 올해 내 관심사 중 하나는 '영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들에게 영어를 쉽게 지도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무작정 좋다는 방법들을 도입해가며 1학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닥 효과는 좋지 않았다. 아이들의 실력도, 흥미도도 너무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어느정도 자라버린 아이들은 취향도 확고했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영어가 익숙하고 유창했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매 단원 첫 시간에 나누어주는 영어 단어를 보며 막막해 했다. 그나마 성실한 아이들은 단어와 표현이라도 모두 익히지만, 노는게 더 좋은 아이들은 가면 갈 수록 영어를 기피하고 싫어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즐겁고, 재미있는, 그리고 좋아하는 대상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된 책이 바로 이 '알파벳 그림 사전' 이었다. 각 알파벳에 따라 다양한 단어들이 그림과 함께 실려있는 이 책을 보고 우리 아이들과도 이런 책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우리도 함께 이런 그림 사전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아이들에게 보여주질 못했다. 이 책은 우리집 4살짜리 아들 책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들은 책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던건지 '이건 내 꺼!' 하면서 책을 들고 갔다. 그리고 첫 장을 넘겨 '에이~ 비~ '하고 알파벳을 읽어나갔다. 아들은 유튜브에서 접한 A,B,C song을 너무나 여러 번 들어서인지 알파벳을 보고 무슨 글자인지 말은 할 수 있다. 아이가 재미있게 보니 먼저 보여주자 싶어서 옆에 앉았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초등학교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가 봐도 너무나 좋은 구성인게 눈에 보였다.

각 알파벳마다 연관되는 단어가 굉장히 많이 나와있었다. 심지어 그림까지 말이다. 각 알파벳 단어를 한 가지 주제와 연결해, 그 주제와 관련된 영어 단어들을 모두 사전안에 담아놓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책 양쪽 면이 모두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는 알파벳 책을 보면서 숨은그림찾기 하듯 저 혼자 이런 저런 것들을 찾아냈다. 특히 '탈것'과 '바다생물'을 가장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탈것 페이지와 바다생물 페이지에선 책장을 쉽사리 놓치지 못했다. 이 책은 4살 아이의 마음을 완전 빼앗아버렸다.

주제별로 알파벳을 엮고 그 안에 해당 주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담아두었으니 단어들의 수준도 다양했다. 아주 쉽고 익숙한 단어부터, 생소하고 낯선 단어들까지 정말 많았다. 하지만 모두 주제와 연결된 단어들이라 아이들이 궁금해할법한 단어 위주였다. 영어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림이 많고 다양해서 그냥 책장만 넘겨도 재밌었다. 이 책은 4햑년 아이들의 마음도 쉽게 빼앗아갈 것 같았다.

탈것, 동물, 바다생물 같은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주제에서부터 직업, 박물관, 우주 등 초등학생 애들이 흥미있어 할 만한 내용도 많았다. 책을 자주 보다보면 어느새 단어들이 익숙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우리 아이는 매일 이 책을 꺼내들고 숨은그림찾기를 하며 논다. 이 책은 점차 영어를 시작하는 아이의 길잡이가 되며, 훗날 아이에게 방대한 영어 단어집이며 사전이 될 것 같다.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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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고 나서 깨달았던 사실 중 하나는 내가 예쁜 것에 꽤 많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예쁜 것에 약한 사람이 비단 나뿐이겠냐만은, 성인이 되고 나서 느낀 나의 또다른 면모 중 한 가지 였기에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 스스로가 '아, 나는 예쁜 것에 많이 약한 사람이구나.' 라는걸 인식한 순간 너무 익숙했던 나라는 존재가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 이 이야기의 제목을 본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아! 나처럼 예쁜 것을 좋아하나보다. 심지어 사람이 아닌 생쥐가! 도대체 예쁜 것을 좋아하는 생쥐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참 궁금했다.


이야기를 읽고 보니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이 책은 '예쁜 것만 좋아하는'에 맞춰진 것이 아닌 '생쥐 옹야'에 맞춰진 이야기였다.


옹야는 예쁜 것만 좋아하는지라, 예쁜 것만 파는 가게의 창 밖에 서서 하염없이 물건을 구경하던 생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옹야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날이 새는지 모르고 액세서리를 두르고 치장하며 즐거워하던 옹야는 가게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엉망이 된 가게가 생쥐의 탓임을 알게 된 주인아저씨는 생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데려와 가게를 지키게 했다.




아저씨는 고양이 야옹이에게 생쥐를 잡으면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꽁치를 주겠다고 했지만 야옹이는 생쥐를 잡지 목했다. 오히려 생쥐 옹야에게 푹 빠져버렸다. 작고 예쁜 액세서리를 두른 채 가게 안에 나타난 생쥐는 다른 생쥐들과 정말 달랐다. 생쥐라면 고양이를 무서워하며 도망치기 마련일텐데, 옹야는 고양이가 야옹-야옹 우는 걸 보고 오히려 제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며 좋아하기까지 했다. 생쥐와 고양이가 친구가 된다니. 상상도 못한 전개였다. 자신을 잡아먹을지 모르는 고양이에게 서스럼없이 다가가며, 고양이를 친구로 바라보는 옹야의 모습이 참 아이들과 닮아보였다. 편견이 없기에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경계를 보이기 보다는 서스럼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듯 했다.


아저씨와의 만남은 또 어떠한가. 온갖 예쁜 것을 치장한 옹야를 본 아저씨도 옹야를 잡으려던 무서운 표정은 어디가고 깔깔 웃으며 옹야를 반겼다. 심지어 옹야에게 작은 악세사리들도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아저씨도 생쥐에 대한 편견은 버린 채 결국 작은 생쥐 액세서리 가게까지 차렸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옹야의 열정은 새 친구 야옹이와, 아저씨를 만나게 했고 나중엔 생쥐 액세서리 가게까지 만들어지게 했다. 야옹이 역시 무작정 생쥐 옹야를 잡아먹으려 덤비기 보다는 나와 다름에 편견 없이 생쥐 옹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 다른 존재를 친구로 삼았다. 아저씨는 또 어떤가. 가게의 물건을 어지럽히고 물건을 훔쳐간 옹야에게 화가 났지만, 결국은 물건을 돌려주러 온 옹야의 모습에 배꼽잡고 웃으며 옹야를 두 손으로 안아주었다. 생쥐는 액세서리를 못찬다는 편견을 버리고 작은 생쥐를 위한 액세서리를 선물하다, 결국 작은 생쥐를 위한 액세서리 가게까지 열었다. 이 가게는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있는 가게가 되었다. 생쥐는 액세서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린 탓이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옹야로 시작한 이야기지만, 옹야같은 열정과 야옹이와 아저씨같이 편견, 고정관념이 없다면 결국은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무슨 생쥐가 예쁜 반지를 차요!' 하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졌던 아이들일지 몰라도, 이야기를 덮는 순간 야옹이와 아저씨처럼 생쥐 옹야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옹야의 열정을 응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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