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ㅣ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권정생 선생님의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것에 반해 정작 작품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 지갑' 책은 정말 기대가 됐다.
'강아지 똥' 말고 내가 읽어본 작품이 뭐였더라 싶어 찾아보았다. 몽실 언니나 엄마 까투리, 오소리네 집 꽃밭, 아기 너구리네 봄맞이처럼 읽어본 작품도, 황소 아저씨 처럼 제목만 알고 있는 책도 있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책들을 찾아볼수록 앞으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책들이 늘어갔다.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 지갑은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실제로 한 번 읽고, 책을 다시 넘겨 보고, 또 보고 할 때마다 앞서 찾지 못한 새로운 장면들이 보였다. 유쾌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듯한 내용이 그림과 어우러져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만구 아저씨는 장날에 고추 한 부대를 팔았다. 두둑하게 생긴 돈으로 아주머니의 치마도 하나 마련하고 고등어도 한 손 마련했다. 시원한 막걸리도 마셨다.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저씨는 배가 아파 골짜기 안쪽에 쪼그려 앉아 숨어 변을 봤다. 그러는 와중에 아저씨의 지갑이 같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와 한참이 지나서야 돈이 든 지갑이 사라진 걸 알았다.
그날 밤 골짜기엔 톳제비들이 나타났다. 이 톳제비들의 모습은 지금은 보기 힘든 싸리비, 수수비, 갈비의 모습이었다. 텃제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릴 적 재미있게 보던 만화 애니메이션 꼬비꼬비가 떠올랐다. 애니메이션에서도 도깨비들은 낮에는 옥반지, 꽃신, 망태, 빗자루 등의 모습으로 잠을 자다 밤이 되면 활동하곤 했다. 요즘 아이들에겐 낯설 수 있는 도깨비라는 존재가 그림책으로 만나면 참 재미있고 신기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무서운 괴물의 모습이 아닌 참 친숙하고 익숙한 모습의 도깨비이니 말이다.
톳제비들은 할아버지가 싼 똥 무더기 옆에서 돈 지갑을 발견하고 신기해했다. 종이 돈을 보며 이게 뭔지 궁금해 하다 어린 톳제비는 제 똥을 닦는데 썼다. 한참 후에야 톳제비들은 그 종이가 돈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제자리에 원래대로 두었다. 다음날 만구 아저씨는 잃어버린 돈지갑을 찾고 너무나 기뻐하며 돈을 상자속에 넣고 고이 둔다.
톳제비들에겐 똥을 닦는 정도의 보잘것 없는 종이가 인간에겐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귀한 가치를 가진 것이라니. 종이 돈 하나에 울고 웃고 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톳제비들의 모습을 비교시키며 보여주는 구성이 참으로 유쾌하다가도 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면도 느껴져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매력은 그뿐이 아니다. 책의 앞 뒤 표지의 만구 아저씨의 모습(아저씨는 소를 사셨다!), 책 첫 면지의 장터의 장면 (자세히 찾아보면 아저씨가 할머니의 치마를 사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골짜기, 만구 아저씨네 방 안의 물건들. 유쾌하지만 해학적인 이야기와 함께 책 속의 숨겨진 그림 요소들을 찾아내고, 감상하는 것도 너무 좋다. 책을 여러 번 넘겨볼 때 마다 미처 한 번 만 읽었을 땐 찾아내지 못한 멋진 점들을 계속 발견해 냈다.
'강아지 똥' 말고도 권정생 선생님을 떠올릴 좋은 책으로 마음속에 새겼다. 이 책을 시작으로 선생님의 작품을 더 접해보아야 겠다는 다짐도 함께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