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이 돌아왔다! 문지아이들 178
신윤화 지음, 이윤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에서도 친구 사귀려고 좋든 싫든 아이들이 시키는 건 다 했어. 그런데 클로이가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고 하더라. 그래야 진짜 친구가 되는 거라고. 생일 선물을 받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너한테도 알려 주고 싶었어.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혜성이 돌아왔다 24쪽)

◈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된 신윤화 작가님의 단편 동화집이다. 친구와 가족, 가정 환경의 변화 등 다수의 아이들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그러나 이 책은 보편의 갈등 주제를 넘어 조금 더 깊숙이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모두에게 벌어질 법한 이야기가 아닌 한 아이가 겪고 있는 이야기, 누구에게도 터 놓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 미국으로 전학 간 단짝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나윤이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혜성이 돌아왔다’, 시험에 망친 후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위로하는 소영이의 ‘바람 부는 날’은 아이의 내면을 조심스레 살핀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쓰다듬는 것. 이는 나를 알아가고자 스스로에게 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 수 놓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와 화분을 키우는 옆집 할아버지와 우정을 담은 ‘벽 하나’는 다름을 돌아보게 한다.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졌다는 것으로 시선을 받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흔한 일이다. 남자인 것 외로는 공통점이 없는 어린 나와 옆집 할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으로 이해한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걱정해 주는 두 사람의 우정은 정겹고 따뜻하다.

◈ 부모에게 외면 당하고 이리저리 밀쳐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탁구공’, 가정 폭력을 당하는 옆집 형과 나의 우정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의 약속’은 환경에 의해 상처 입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환경이 아이를 흔들 수 있다. 이런 아이 곁에서 조심스레 손을 내미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는 아이로 하여금 단단한 뿌리를 내리게 한다. 단단한 뿌리가 생긴 아이는 쉽사리 자기를 잃지 않는다.

◈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작고 여렸다. 하지만 목소리 뒤로 느껴지는 힘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어렵고, 혼란스럽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겨날 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고 자라는 이 다섯 명의 아이들은 그 어떤 순간에서도 찬란하게 자기만의 빛을 낼 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산책 갈까? 웅진 우리그림책 115
김주현 지음, 김유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좋아.

너와 함께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을 수 있어서.


◈ ‘오늘 산책 갈까?’는 산책을 즐기는 아이와 강아지의 하루를 그린 그림책이다. 아이의 산책 풍경은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다. 아이와 강아지의 시선을 따라 만나는 봄 날의 산책은 지친 일상의 휴식처럼 독자들에게 행복감을 선물해준다.


◈ 봄 날의 풍경이 먼저 눈에 띄는 책이지만, 이 책은 산책의 순간을 세심하게 포착해 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어른이 아닌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산책인 만큼 아이의 산책 길은 더욱 더디고, 느릿느릿하다. 아이와 강아지는 들판 사이로 날아가는 나비를 보고, 온갖 색을 뽐내는 봄 꽃을 즐긴다. 꿈틀꿈틀 기어가는 애벌레, 힘주어 씨름하는 사슴 벌레와 장수 하늘소도 아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작은 존재,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아이와 강아지의 시선을 따라 다니며 독자들은 어느새 아이의 곁을 함께 걷는 동행자가 되고 만다.


◈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왔다. 초록이 선명한 바깥을 등지고 창문을 꽁꽁 닫은 실내로 찾게 되는 무더운 여름날. 일부러라도 ‘오늘 산책 갈까?’ 하고 외쳐야 할 시기다. 아이와 함께 걷는 여름날은 그림책 속 풍경처럼 알록달록 다채로운 꽃의 향연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산책처럼 작은 곤충을 만나며 한 발자국, 선명한 푸르름 속 쏟아지는 햇빛을 보며 한 발자국 멈추어 보는 건 어떨까? 평범한 하루의 일상이 즐거운 선물처럼 느껴질 듯싶다.



#오늘산책갈까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티테이블 @woongjin_junior #그림책 #그림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리와 지구 산책 - 제15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20
정현혜 지음, 김상욱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뜨레토리모, 넌 사랑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알게 됐구나. 너는 특별해서 늘 걱정이 됐었지. (128쪽)


◈ 열두 살 소녀 도예리는 사실 ‘지구에서 10년 형’이라는 죗값을 치루고 있는 외계인 아뜨레토리모 다. 잔잔한 호수 같은 행성 스카우르나에서의 삶은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평온한 삶이었으나, 지구에서 삶은 매일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은 충동과 함께한다. 예리는 죗값을 채우고 지구를 떠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 이런 예리의 생활에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난다. 강아지 이름은 모리. 예리는 모리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예리에게 늘 조언을 해주는 리스토는 지구에서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모리에게 더 이상 감정을 품지 말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예리는 이미 사랑이란 감정을 알아 버렸다.


◈ 제 15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분 우수상인 ‘지구와 모리 산책’은 외계인의 시점이라는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어린이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열두 살 소녀이지만 외계인의 기억을 가진 예리의 목소리는 책을 읽는 독자들과 주인공의 거리를 멀찍이 떨어트려 놓는다. 이 책의 주인공과 독자는 하나가 아닌 서로 다른 타자이다.


◈ 그러나 멀찍이 시작한 주인공과 독자의 관계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점차 가까워지고 만다. 친구 관계, 부모와의 갈등 문제로 지구를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예리, 즉 아뜨레토리모의 모습에 현실의 고민과 갈등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외계인이지 지구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는 ‘나’가 중심인 어린이의 세상을 만난다.


◈ 독자적이고 타인과의 감정 교류가 없는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려던 예리의 계획은 아주 작은 강아지 모리로 인해 깨어지고 만다. ‘나’가 중심인 평온한 세상에서 벗어나 타자를 인식하고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는 세상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예리는 결국 고향인 스카우르나가 아닌 지구에서 사는 삶을 선택한다. 예리의 선택은 갈수록 타인과의 교류를 줄이고 혼자인 삶을 선호하는 오늘 날 시대에 유의미한 물음을 던진다.


◈ 독특한 화법으로 기존의 SF 동화의 목소리를 벗어던진 이 책은 타인의 목소리가 점차 나의 목소리로 전환되는 순간을 잘 포착하여 담아냈다. 타자의 눈으로 바라본 시선이 어느새 나의 시선과 닿을 때, 우리는 나의 삶을 타자의 시선처럼 더욱 깊이 있게 볼 수 있다.


◈ 독특한 화법과 신선한 이야기로 독자의 흥미를 일으키는 이 책, 눈 여겨 볼 법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돌이에요
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백만 살이에요.
백만 년 일 일. 어? 콩이 변했어요.
백만 년 십구 일. 일곱 개의 콩잎이 나던 날 알이 깨졌어요.
나는 새에게 인사해요. 안녕.

◈ 돌 하나가 있다. 돌은 백만 년 동안 한 자리에 머물렀다. 그런 돌 곁에 콩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다. 일곱 개의 콩잎이 나던 날, 돌의 다른 한 쪽에선 알이 깨지고 새가 태어났다. 콩이 무럭무럭 자라고, 새가 날아가고,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동안 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 지우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책이다. 오랜 시간이 쌓여 생긴 돌과 땅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이 책은 색과 패턴, 질감의 표현이 남다르다. 마치 실제 지층과 화석을 연상시키는 듯한 그래픽의 표현은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의 입에서 연이은 감탄을 이끌어낸다. 단순한 그림과 대조되는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질감과 패턴은 이 책을 쉽고도 깊이 있게 만들었다.

"발끝에 차이는 돌들 중에 저보다 짧은 생을 산 돌은 없습니다. " - 작가의 말 중-

◈ 지우 작가님은 발끝에 채는 돌의 시간을 떠올리며 이 책을 만드셨다고 한다. 오랜 시간 묵묵히 한 자리에서 변하지 않고 머무르는 존재. 그러한 존재가 바라보는 변화의 이야기가 무척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기에 어려움이 없다. 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재미만으로도 아이들의 눈빛은 충분히 반짝거린다.

◈ 백만 살의 돌이 본 세상은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여름 장대비에 떨어진 떡갈나무 이파리, 어느 소년의 물수제비, 이백 삼십 번째 고사리 포자, 세차게 땅을 치던 아이들의 줄넘기 줄, 태어난 지 십일 된 애벌레의 꿈틀거림. 옆 산에서 날아온 민들레 홀씨.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존재의 곁에선 늘 꿈틀거리는 생명의 역동이 있었다. 이렇게 쉼 없이 변하고 움직이는 모든 시간이 쌓이고 쌓여 변하지 않는 가치에 쌓여간다. 길을 가다 문득 눈에 보이는 돌 하나를 가만히 집어 보자. 이 돌에 쌓인 시간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 돌은 무엇을 보았을까. 돌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팅 워즈 라임 어린이 문학 47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루밍 성범죄, 자살 시도, 위탁 가정, 노숙, 필로폰 중독. 이토록 끔찍한 상황을 다룸에도 불필요한 묘사나 욕설, 자극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는 이 책! 청소년 소설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 ‘맨발의 소녀’로 뉴베리 아너 상을 수상한 킴벌리 브루베이커 작가의 작품으로, 이 책 역시 전작과 동일하게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하였다. 각종 매체의 관심 및 수많은 수상 이력을 가진 이 책은 한 권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주인공 델라는 열한 살, 델라의 언니 수키는 열일곱 살이다. 델라가 다섯 살일 때 엄마는 필로폰 문제를 일으켜 감옥에 수감되었고, 자매는 엄마와 동거하던 클리프턴 아저씨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 책은 두 자매가 클리프턴 아저씨네 집에서 황급히 도망치고 난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책 소개로도 짐작하듯, 이 책은 그루밍 성범죄를 당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 뿐만 아니라 책 속에는 자살 시도, 위탁 가정, 노숙, 필로폰 중독 등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가 가득한 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불필요한 묘사나 적나라한 욕설, 자극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다.

< 나는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은 먼저 말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48쪽- >

◈ 이야기가 진행되며 델라는 자신들이 겪은 문제를 힘겹게 드러낸다.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애써 용기를 끌어 모아 말한다는 델라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읽는 과정은 아주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는 것이 피해자들에겐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것인지 델라와 수키를 통해 독자들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원래 아이들은 어른이 돌봐야 하는 거야. 이렇게 상처받으면 안 되는 거였어. -214쪽- >

◈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이 어째서 수많은 공공 기관과 각종 언론에서 극찬을 받았는지 납득하게 된다. 암담하고 두려운 현실을 마주한 주인공들이 문제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용기 있고, 희망이 가득하다. 문제를 부각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직면한 주인공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에 집중한 책이기에 그렇다. 청소년 문제의 현실이 갈수록 끔찍하고 무서워 진다 하더라도, 청소년 소설은 그 암담한 현실을 이런 방식으로 담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