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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워즈 ㅣ 라임 어린이 문학 47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7월
평점 :
그루밍 성범죄, 자살 시도, 위탁 가정, 노숙, 필로폰 중독. 이토록 끔찍한 상황을 다룸에도 불필요한 묘사나 욕설, 자극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는 이 책! 청소년 소설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 ‘맨발의 소녀’로 뉴베리 아너 상을 수상한 킴벌리 브루베이커 작가의 작품으로, 이 책 역시 전작과 동일하게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하였다. 각종 매체의 관심 및 수많은 수상 이력을 가진 이 책은 한 권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주인공 델라는 열한 살, 델라의 언니 수키는 열일곱 살이다. 델라가 다섯 살일 때 엄마는 필로폰 문제를 일으켜 감옥에 수감되었고, 자매는 엄마와 동거하던 클리프턴 아저씨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 책은 두 자매가 클리프턴 아저씨네 집에서 황급히 도망치고 난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책 소개로도 짐작하듯, 이 책은 그루밍 성범죄를 당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 뿐만 아니라 책 속에는 자살 시도, 위탁 가정, 노숙, 필로폰 중독 등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가 가득한 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불필요한 묘사나 적나라한 욕설, 자극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다.
< 나는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은 먼저 말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48쪽- >
◈ 이야기가 진행되며 델라는 자신들이 겪은 문제를 힘겹게 드러낸다.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애써 용기를 끌어 모아 말한다는 델라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읽는 과정은 아주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는 것이 피해자들에겐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것인지 델라와 수키를 통해 독자들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원래 아이들은 어른이 돌봐야 하는 거야. 이렇게 상처받으면 안 되는 거였어. -214쪽- >
◈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이 어째서 수많은 공공 기관과 각종 언론에서 극찬을 받았는지 납득하게 된다. 암담하고 두려운 현실을 마주한 주인공들이 문제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용기 있고, 희망이 가득하다. 문제를 부각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직면한 주인공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에 집중한 책이기에 그렇다. 청소년 문제의 현실이 갈수록 끔찍하고 무서워 진다 하더라도, 청소년 소설은 그 암담한 현실을 이런 방식으로 담아나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