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친구 사귀려고 좋든 싫든 아이들이 시키는 건 다 했어. 그런데 클로이가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고 하더라. 그래야 진짜 친구가 되는 거라고. 생일 선물을 받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너한테도 알려 주고 싶었어.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혜성이 돌아왔다 24쪽)◈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된 신윤화 작가님의 단편 동화집이다. 친구와 가족, 가정 환경의 변화 등 다수의 아이들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그러나 이 책은 보편의 갈등 주제를 넘어 조금 더 깊숙이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모두에게 벌어질 법한 이야기가 아닌 한 아이가 겪고 있는 이야기, 누구에게도 터 놓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 미국으로 전학 간 단짝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나윤이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혜성이 돌아왔다’, 시험에 망친 후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위로하는 소영이의 ‘바람 부는 날’은 아이의 내면을 조심스레 살핀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쓰다듬는 것. 이는 나를 알아가고자 스스로에게 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 수 놓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와 화분을 키우는 옆집 할아버지와 우정을 담은 ‘벽 하나’는 다름을 돌아보게 한다.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졌다는 것으로 시선을 받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흔한 일이다. 남자인 것 외로는 공통점이 없는 어린 나와 옆집 할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으로 이해한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걱정해 주는 두 사람의 우정은 정겹고 따뜻하다. ◈ 부모에게 외면 당하고 이리저리 밀쳐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탁구공’, 가정 폭력을 당하는 옆집 형과 나의 우정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의 약속’은 환경에 의해 상처 입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환경이 아이를 흔들 수 있다. 이런 아이 곁에서 조심스레 손을 내미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는 아이로 하여금 단단한 뿌리를 내리게 한다. 단단한 뿌리가 생긴 아이는 쉽사리 자기를 잃지 않는다.◈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작고 여렸다. 하지만 목소리 뒤로 느껴지는 힘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어렵고, 혼란스럽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겨날 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고 자라는 이 다섯 명의 아이들은 그 어떤 순간에서도 찬란하게 자기만의 빛을 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