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게이징 -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Wow 그래픽노블
젠 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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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드레스 메이커'로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 상 2관왕에 오른 젠 왕 작가님의 새로운 그래픽노블이 나왔다. 책의 제목은 '스타게이징'. 이 책은 젠 왕 작가님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실제로 스타게이징은 미국도서관협회가 제정한 '아시아/태평양계 아메리칸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래픽노블 '스타게이징'은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작가님의 어린시절이 많이 반영된 작품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작가님은 실제로 어린 시절에 대만과 중국인 이민자 부모와 그들이 낳은 미국 태생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자랐다고 한다. 작가님의 어린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탓인지 이 책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문화와 생활 모습이 굉장히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게다가 케이팝 문화에 푹 빠져있는 주인공 '문'의 모습은 이 책을 더욱 호감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책의 제목 '스타게이징'이란 말은 3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1) 별을 바라보고 관찰함. 2)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에 빠짐. 3) 스타를 쫓아다님. 이러한 스타게이징의 의미는 책장을 덮을 때 독자에게 더욱 깊이 다가간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스타게이징'만큼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크리스틴과 문 린. 두 아이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유웬씨와 그녀의 딸 문 린은 주인공 크리스틴의 집 별채에서 살게 되었다. 크리스틴은 문의 첫 인상을 '자신감 넘침, 재미있음, 아시아계 같지 않음' 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문은 케이팝 가수 챠라에 푹 빠져있는 아이었고, 크리스틴에게 함께 커버댄스를 함께 추길 권할 정도로 활기차고 명랑한 성격이었다. 이상한 소문만으로 문을 경계하던 크리스틴도 금세 문에게 호감을 느끼고 좋은 친구가 된다.

자유롭고 개성이 넘치는 문의 모습은 그 어떤 사람보다 달라보였고, 크리스틴의 눈에는 이런 다름이 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자녀가 완벽한 아이로 자라날 것이라 믿는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감과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험 성적 등 크리스틴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많았고, 이는 자유롭고 개성이 강한 문과 비교되며 더욱 더 크리스틴의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걸 모두 갖고있는 문. 결국 크리스틴은 문의 비밀을 친구들에게 들키게 만들어 버린다. 자신의 비밀을 놀리는 다른 친구에게 폭력을 가한 문. 그런 문은 심지어 쓰러져 버리기까지 한다. 이 모든 사건이 마치 자신때문인 것 같아 괴로워하는 크리스틴.

2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이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책에서 손을 놓기 힘들다. 그만큼 흡입력이 강하고 재미있다.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나 역시 이런 시절을 똑같이 겪어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두 주인공들의 심리에 큰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아시안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은 이 책의 재미를 배로 높인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문화와 환경을 책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 존중, 다름, 자아찾기, 우정.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들은 아주 많다. 하지만 책속의 주인공 '문'처럼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들 속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책. 자신의 개성을 뽐내며 자신있게 춤추는 책. 우리도 이런 별같은 책 스타게이징을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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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곰이 있어요 감정그림책 1
박종진 지음, 키큰나무 그림 / 이야기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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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우리 반에 곰이 있어요'는 표지가 너무 귀여워서 관심이 갔다. 우두커니 앉아있는 곰을 둘러싼,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의 표정들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호기심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여섯 살 난 우리 아들도 책을 보자마자 곰 그림에 관심을 보이며 읽어달라 조르더라.

책 제목과 같이 이야기는 학교 교실에 있는 곰의 이야기였다. 아이들 사이에서 웃지도, 울지도 않은 채 아무런 반응 없이 멍하게 앉아 있는 곰. 아이들은 이런 곰의 반응을 이끌어 내려고 안달이다. 곰이 교실에 있는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인데, 곰이 있는 사실에 놀라지 않는 반 아이들의 반응 또한 놀라웠다. 게다가 아이들은 곰을 놀리고 반응을 이끌어 내려고 애쓰기까지 한다. 곰의 정체도, 아이들의 반응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들이다.

아이들은 곰을 놀리기 위해 곰의 책가방에서 물건을 꺼내다 곰이 쓴 일기장을 발견한다. 곰의 일기장을 읽게 된 아이들. 아이들은 곰이 왜 곰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일기장을 읽어 나가면서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곰을 위해 반 친구들 모두가 하나 되어 곰에게 용기를 주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참 반가운 건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 때문이다. 감정을 주로 다루는 그림책이니만큼 이 책은 감정 표현을 배워나가는 저학년 교실에서 읽어주기 적합하다. 곰의 일기장에 소개된 다양한 상황들은 우리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법한 소재다.

특히 곰의 일기장에는 오늘의 감정이라는 칸에 다양한 감정 얼굴 표정이 그려져있다. 곰의 일기를 보며 아이들이 이 일이 일어난 날 곰의 감정은 어떤 표정일지 찾아보기 활동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곰의 일기 자체도 아이들과 살펴보기 참 좋다. 그림일기로 표현된 만큼 1학년 국어 그림 일기 단원과 연계하여 살펴볼 수 있다..더불어 책 속의 주인공들이 저학년으로 설정된 만큼 국어 문법 단원과 연계하여 곰의 일기를 살펴보며 잘못된 글자를 바르게 고쳐나가기 활동을 해 볼 수도 있다.

책 속에 제시되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도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곰과 아이들의 경험 속에서 드러나는 어른들의 언어나 행동은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종종 아들이 잔뜩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면 나도 책 속의 어른들처럼 아들에게 '소리 지르면 안돼!' 하고 말을 자주 하는데,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이때 너도 책 속의 아이처럼 속상했어?'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무심코 한 나의 말이 아이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책은 비단 아이에게만 좋은 책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유익한 책이다.

감정 표현은 배워야 잘한다. 이 책은 이 단순하지만 어려운 사실을 짚어주며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정서를 위해 도움을 준다. 아이들은 책 속의 주인공에 공감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감정을 익히고 표현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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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자전거 여행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그래픽 컬렉션
라이언 앤드루스 지음, 조고은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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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모험이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약속을 어기고 자전거를 돌려 마을로 돌아갔을 때 어쩌면 이 무모한 모험은 끝이 났을 수도 있었다. 마을에서 추분 축제가 열리는 밤, 강물에 띄운 등불을 따라 멀리까지 따라가 보기로 한 아이들. 아이들은 두 가지 약속을 정했다. 아무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기. 하지만 이 약속을 친구들은 너무나 쉽게 어겼다. 주인공 벤만이 이 모험을 진지하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모두가 떠나갔지만 벤은 모험을 떠나기 전 약속한 두 가지를 끝까지 지켰다. 그리고 이런 벤의 곁에는 이들 무리를 뒤따라온 왕따 친구 너세니얼만이 홀로 남아있었다.

벤과 너세니얼의 우연한 모험은 시작부터 놀라웠다. 두 아이는 커다란 낚시꾼 곰을 만나 등불과 관련된 옛날 노래 가사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저 밤하늘의 첫 번째 별이 된 등불 장인과, 강물에 등불을 던지게 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벤과 너세니얼이 따라가는 등불에 대한 이야기였다. 낚시꾼 곰은 빛나는 등불이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되듯, 자신 역시 불빛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했다. 자전거를 타고 아주 먼 곳까지 떠나는 아이들. 곰 역시 아이들의 자전거를 얻어 타고 머나먼 곳까지 함께 떠나기로 하였다.

모험은 가히 환상적인 순간들로 가득했다. 커다란 절벽으로 가로막히기도 하고, 얼음장보다 차가운 바닷물을 건너 계단으로 가득한 높은 산을 발견하기도 하였으며, 길을 잃은 아이들 앞에 거대한 리프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별들과 우주, 태양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으로 느낄 수 있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판타지물을 많이 접했지만, 이렇게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화려한 세계가 그려지는 이야기는 참 오랜만이다. 그래픽노블의 시각적 장면이 환상적인 모험과 시너지를 이루어 책을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329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초등학생 중학년 정도만 되어도 이 책을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판타지와 상상 속 세계를 글만으로 머릿속에 이미지화 시키기 어려운 아이들에겐 이 그래픽노블이 적격이다.

친구들과 함께 한 우연한 약속으로 시작된 환상적인 모험. 마법같은 일들이 계속되는 이 모험속에서 아이들은 두려움도 잊은채 성큼성큼 앞을 향해 나아간다. 아이들 스스로가 택한 모험이기에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는 것이다. 무심코 시작된 약속을 끝까지 지켜냈기에 값진 모험의 기회를 얻게 된 벤과 너새니얼. 그 과정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용기내는 법, 진정한 친구를 얻는 과정 등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내용이 듬뿍 담겨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면 우리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는다.

아이들의 모험을 보며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나도 함께 올려다보고 싶은 갈망이 생겼다. 남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남들이 볼 수 없는 멋진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약속을 지켜야겠다.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말 것. 절대 뒤돌아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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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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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버지니아 울프 작가님의 '자기만의 방'을 읽어보고 싶었다. 욕심껏 책도 사놨지만, 꽤 두툼한 책의 두께에 쉽사리 도전하질 못하고 있다. 꼭 읽어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어쩐지 용기가 필요한 상황. 책꽂이에 꽂아둔 책과 나의 미묘한 갈등 상태. 그 줄다리기가 몇 달 지속되던 중, 나는 에프에서 출간된 '자기만의 방'을 접할 수 있었다.

에프에서 출간된 '자기만의 방'은 첫 만남부터 달랐다. 마음에 쏙 드는 표지와 부담없는 두께. 그래서일까. 마음 속에 존재하던 이유모를 불안과 두려움이 점차 녹아내렸다. 몇 달을 망설이던 책이었던게 무색할 만큼 '자기만의 방'은 내 손안에 들렸고, 어렵지 않게 이 책과 만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와 함께 이 책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내게 이 책은 '여성'이라는 주제를 넘어 '작가'로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더 짙게 울렸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자기만의 방'은 <여성과 소설>이라는 강연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이다. 한 눈에 명시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각 장의 주제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미리 이 책의 정보를 얻어 각 장의 주제를 알고 뼈대를 세워 읽어나갔다.

1장에선 대학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경험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잔디밭을 밟았다 관리인에게 쫓겨나거나, 남성과 함께가 아니기에 도서관에 출입할 수 없던 일. 주인공은 오찬 모임을 통해 왜 여성은 남성과 달리 경제적 빈곤을 겪으며, 남성이 누리는 일들을 자유로이 누릴 수 없는지 의문을 제시한다. 2장에선 대영 박물관을 찾아 남성들이 여성을 주제로 써낸 책들을 읽은 이야기와 고모로부터 상속받은 유산 덕분에 마음 속 해방감을 느낀 주인공의 이야기가 제시된다. 3장에선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이 있었던 가상의 누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말한다. 4장에선 소설에 편중되어 있는 여성 문학의 현실을, 5장에선 메리 카마이클의 소설을 통해 여성문학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6장에선 여성이라는 주제를 넘어, 글을 쓰는 사람 즉 작가라면 여성성과 남성성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지지 말아야 함을 말한다.

한 여성의 곁에서 '여성' 그리고 '소설'을 주제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드는 책, 자기만의 방. 단순히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방과 고정된 수입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넘어 현재와 달리 불평등했던 여성으로서의 삶을 생생하게 직면하고 고찰하며, 나아가 여성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내면의 자유와 균형잡힌 정신을 잡아가는 방법을 보여준 이 책이 참 멋졌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개를 남겨본다.

"시턴 부인과 그녀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처럼 돈 버는 훌륭한 기술을 배워 여성 전용 연구비와 강사 기금과 상금과 장학금을 제정하도록 돈을 남겼다면, 우리는 이 방에 따로 올라와 새 요리와 와인 한 병으로 매우 괜찮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p.34

" 왜 남자는 와인을 마시고 여자는 물을 마셨는가? 왜 한쪽 성은 그토록 영화를 노리는데 다른 성은 그토록 빈곤한가? 가난이 소설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을 창조하려면 어떤 조건이 반드시 필요한가? 무수한 질문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p.40

" 여성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남자의 모습을 실제보다 두 배 크게 비추는 불가사의하고 달콤한 힘을 가진 거울 노릇을 해 왔습니다." - p.54

"여성의 혈관에는 익명성이 흐릅니다. 모습을 감추고 싶은 욕망이 여전히 여성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 p. 76

"남성의 머릿속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세하고, 여성의 머릿속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세합니다. 이 두 힘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정신적으로 협력할 때 우리는 정상적이고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p. 146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좌우됩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좌우되지요." -p.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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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니? 에프 그래픽 컬렉션
틸리 월든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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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그래픽노블이었다. 주제는 무겁고, 분위기는 어두웠으며, 시작부터 베일에 쌓인 듯 꽁꽁 감추어진 주인공들의 속내를 도통 알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가득 채우는 묘한 긴장감과 신비로운 분위기 탓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루와 비.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조차 우연이었고, 어쩌면 굉장히 쉽게 서로를 떠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루는 집을 떠나 맥키니로 향하던 중 엄마 친구인 비를 만나게 된다. 자동차 정비공인 비는 차를 타고친척을 만나러 떠나던 중이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비는 루를 맥키니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다. 집을 가출한 듯 보이는 루. 그러나 비는 루에게 이것저것 묻지 않는다. 적극적인 간섭을 하는 어른이 아닌, 그저 스쳐 지나가다 잠시 도움을 주는 아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맥키니에 도착한 두 사람. 비는 루가 맥키니에서 만날 친구가 없다는 것도, 무작정 집을 나와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사소한 다툼 끝에 헤어진 둘. 하지만 결국 비는 루에게로 돌아왔고, 루는 비의 목적 없는 여행길에 동행할 수 있길 요청한다.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루와 비의 긴 여정. 이 여정에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 신비로운 고양이도 함께한다.


여행길이 이어지는 내내 불안하고 긴장되는 풍경이 이어진다. 루와 비는 서로를 의지하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에게 날을 세우며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속되는 긴장감과 당장이라도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끼는 감정이다. 실제로 책 속의 배경은 어둡고 흔들리며, 주인공들이 만나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수상하다. 복잡한 번화가나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드넓은 길에 끝없이 펼쳐진 긴 도로, 그 도로 위를 불분명한 목적으로 무작정 달려 나가는 주인공들. 괜시리 책을 읽는 나까지 주변을 경계하고 긴장하게 되어버린다.


루와 비가 만난 신비로운 고양이의 힘 탓에 둘은 도로 조사국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고, 여러 위험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점차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꼭꼭 숨겨온 자신의 이야기를 힘겹게 꺼내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모든 일에 날카롭고 예민하게 반응해 온 두 사람의 행동이 모두 이해가 되어버린다. 감히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을 고통. 루와 비, 서로가 아니고서야 두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고 위로해 줄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듣고 있니?' 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이야기는 큰 상처를 안고 있는 주인공들의 슬픈 외침이 가득하다. 자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는 상대를 마주하는 것.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대에게 반문하고, 또 내 앞에 있는 상대에게 용기를 주는 말. "듣고 있니?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내며 상처를 안아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결국 상처입은 아이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고 문제를 극복해나간다. 당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나 과장된 위로가 아닌 진실된 말 한마디가 상처입은 상대방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심리처럼 불안정하고 긴장되는 이야기를 함께하는 과정에서 책을 읽는 독자는 상처와 치유, 극복에 관해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긴장감이 지속되는 두툼한 한 권의 여행길이 결코 물 흐르듯 편안하고 재미있지는 않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자신의 속내를 꼭꼭 숨기는 루와 비처럼, 책 속의 모든 사전 정보와 배경도 꼭꼭 숨겨진 탓에 첫 시작은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사람의 여행길을 함께하고 싶어지는 것은 이 책이 가진 힘일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비로소 마음이 후련해 지는 것. 그리고 내 주변을 곰곰이 돌아보게 되는 것. 자신의 말을 들어줄, 혹은 자신에게 말을 건네줄 상대를 찾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게 되는 것. 그래픽노블 '듣고 있니?' 를 읽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고마운 변화이다.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것 처럼 여운이 길게 남는 책 '듣고 있니?'. 이 책과 함께 주변에서 나의 목소리를 찾고 있는 사람, 혹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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