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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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버지니아 울프 작가님의 '자기만의 방'을 읽어보고 싶었다. 욕심껏 책도 사놨지만, 꽤 두툼한 책의 두께에 쉽사리 도전하질 못하고 있다. 꼭 읽어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어쩐지 용기가 필요한 상황. 책꽂이에 꽂아둔 책과 나의 미묘한 갈등 상태. 그 줄다리기가 몇 달 지속되던 중, 나는 에프에서 출간된 '자기만의 방'을 접할 수 있었다.

에프에서 출간된 '자기만의 방'은 첫 만남부터 달랐다. 마음에 쏙 드는 표지와 부담없는 두께. 그래서일까. 마음 속에 존재하던 이유모를 불안과 두려움이 점차 녹아내렸다. 몇 달을 망설이던 책이었던게 무색할 만큼 '자기만의 방'은 내 손안에 들렸고, 어렵지 않게 이 책과 만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와 함께 이 책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내게 이 책은 '여성'이라는 주제를 넘어 '작가'로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더 짙게 울렸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자기만의 방'은 <여성과 소설>이라는 강연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이다. 한 눈에 명시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각 장의 주제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미리 이 책의 정보를 얻어 각 장의 주제를 알고 뼈대를 세워 읽어나갔다.

1장에선 대학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경험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잔디밭을 밟았다 관리인에게 쫓겨나거나, 남성과 함께가 아니기에 도서관에 출입할 수 없던 일. 주인공은 오찬 모임을 통해 왜 여성은 남성과 달리 경제적 빈곤을 겪으며, 남성이 누리는 일들을 자유로이 누릴 수 없는지 의문을 제시한다. 2장에선 대영 박물관을 찾아 남성들이 여성을 주제로 써낸 책들을 읽은 이야기와 고모로부터 상속받은 유산 덕분에 마음 속 해방감을 느낀 주인공의 이야기가 제시된다. 3장에선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이 있었던 가상의 누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말한다. 4장에선 소설에 편중되어 있는 여성 문학의 현실을, 5장에선 메리 카마이클의 소설을 통해 여성문학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6장에선 여성이라는 주제를 넘어, 글을 쓰는 사람 즉 작가라면 여성성과 남성성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지지 말아야 함을 말한다.

한 여성의 곁에서 '여성' 그리고 '소설'을 주제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드는 책, 자기만의 방. 단순히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방과 고정된 수입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넘어 현재와 달리 불평등했던 여성으로서의 삶을 생생하게 직면하고 고찰하며, 나아가 여성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내면의 자유와 균형잡힌 정신을 잡아가는 방법을 보여준 이 책이 참 멋졌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개를 남겨본다.

"시턴 부인과 그녀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처럼 돈 버는 훌륭한 기술을 배워 여성 전용 연구비와 강사 기금과 상금과 장학금을 제정하도록 돈을 남겼다면, 우리는 이 방에 따로 올라와 새 요리와 와인 한 병으로 매우 괜찮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p.34

" 왜 남자는 와인을 마시고 여자는 물을 마셨는가? 왜 한쪽 성은 그토록 영화를 노리는데 다른 성은 그토록 빈곤한가? 가난이 소설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을 창조하려면 어떤 조건이 반드시 필요한가? 무수한 질문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p.40

" 여성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남자의 모습을 실제보다 두 배 크게 비추는 불가사의하고 달콤한 힘을 가진 거울 노릇을 해 왔습니다." - p.54

"여성의 혈관에는 익명성이 흐릅니다. 모습을 감추고 싶은 욕망이 여전히 여성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 p. 76

"남성의 머릿속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세하고, 여성의 머릿속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세합니다. 이 두 힘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정신적으로 협력할 때 우리는 정상적이고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p. 146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좌우됩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좌우되지요." -p.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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