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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새 ㅣ 미래의 고전 62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1월
평점 :
'꿈꿀 필요가 없는 낙원에 살기보다는 괴롭고 슬프더라도 꿈꿀 수 있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
3차원 지구와는 다른 세상인 4차원의 눈나라. 이곳은 다툼도, 시기도, 미움도, 질투도 없는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이다. 눈나라의 왕자인 12살 소년 눈새. 눈새는 눈나라에서 살다가 지구로 돌아간 한 지구인이 남긴 말 때문에 '꿈'을 알고 싶어한다. 눈나라에는 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지상 낙원과도 같은 곳, 그래서 사람들이 꿈을 꿀 필요조차 없는 곳, 눈나라. 눈나라의 왕자 눈새는 결국 3차원 지구로 가서 꿈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무려 40여년 전 '계몽사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동화 '눈새'의 이야기이다. 40여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 이야기는 1990년도 첫 출간을 이후로 2000년도에 중간부분이 다른 이야기로 바뀐 '눈나라에서 온 왕자'라는 책으로 개정판이 나왔다가, 2011년 다시 눈새라는 이름으로 문고판이 나왔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1년 현재 눈새는 '미래의 고전'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양장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3차원 세상에 슬픔이 많은 것은 시간 속을 옮아 다닐 수 없기 때문이란다. 한번 잘못을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고, 그 잘못 때문에 평생 뼈아픈 뉘우침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 3차원 세상에는 의외로 많단다. p.51
시간을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눈나라와는 달리 과거나 미래의 시간으로 오고 가는 것이 불가능한 3차원 지구. 지구로의 여행을 시작한 눈새는 다시 눈나라로 돌아갈 수 있기까지 380일여간의 시간동안 꿈에 대해 알고자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응접실은 밝아졌지만 어둠은 내 마음 속으로 자꾸만 밀려 들어왔다. 어둠은 그렇게 끝없이 밀려와 할아버지와 내가 눈나라로 떠나기 전에 우리를 그 검은 옷소매로 폭 감싸 버릴지도 모른다. p. 63
가난한 할머니와 부자 할아버지, 경호네 가족, 과학도 영후형, 고아원 친구들과 윤선생님, 현민이 아버지. 죽음도, 슬픔도, 다툼도 없는 눈나라와 달리 눈새는 지구에서 죽음과 다툼, 절망과 분노, 슬픔과 두려움을 본다.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꿈'에 점차 다가서는 눈새. 꿈을 알고 싶어하던 눈새가 결국 꿈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어쩐지 서글프다.
-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잎이 다 져 버린 겨울나무 같았다. p.32
-푸석푸석한 햇살 가루만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내려쌓이고 있었다. p.43
이 책은 필사를 하고 싶어 지게 만든다. 투명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소년이 주인공인 덕분인지 이 책속의 문장들은 참 아름답고 따뜻하다.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이 책은 독자들의 내면에 강한 울림을 준다. 아름다운 묘사로 긴 여운을 만드는 작가님의 힘 덕분이 아닐까 싶다.
-꿈은 반딧불 같은 거란다.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것,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가르쳐 주는 것, 아마 그런 게 꿈일 게야. p.143
동화책 눈새는 '미래의 고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 가볍고 자극적인 책들의 홍수 속에서 '꿈'을 알고자 하는 눈새의 이야기는 단연 돋보인다. 40여년 전 이야기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의 독자와 거리감이 없는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보아도 충분히 책을 음미하고 느낄 수 있겠다. 겨울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로 추워진 오늘, 따뜻한 마음을 지닌 눈나라의 왕자 이야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