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크리스마스에도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 2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지음,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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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바로 코앞이다. 올 해 태어난 아이와 맞는 첫번째 크리스마스. 그래서인지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다른 해보다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런 특별한 시기에는 그 무렵에 읽어야 더 의미 있는 책들을 읽으면 좋다. 그림책 '사랑해 크리스마스에도 사랑해'도 그런 책이다. 12월이 되면 슬쩍 꺼내서 한달 내내 두고 읽기에 딱 좋은 책 말이다.

난생 처음 크리스마스를 맞는 아이를 위한, 그리고 부모를 위한 선물같은 이 책은 제목부터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예쁜 구슬 장식이 되어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산타 모자를 쓴 아이. 표지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듯, 이 책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여 아이와 함께 선물을 포장하고, 함께 음식을 만들고 트리를 꾸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속의 아이는 리본을 온 몸에 감으며 장난을 치고, 트리 장식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우리 집 아이가 보여주는 장난스런 행동과 몹시 닮았다. 그렇다고 아이가 늘 장난꾸러기같은 모습만 보이는 건 아니다. 책 속의 아이는 인형에게 자신의 음식을 나누어 주거나, 선물을 나누어 주는 등 기특하고 예쁜 모습도 보여준다. 우리 아이도 그렇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서 아이는 의젓하고, 착하며, 씩씩하다. 엄마는 이런 아이의 개구진 모습, 장난치는 모습, 예쁜 모습 등 매 순간 아이에게 사랑을 느낀다.

'너를 사랑하는 까닭은 말이야,
네가 친절하고 참을성이 많기 때문이란다.
네가 늘 밝고, 유쾌하고
누군가를 돕고, 베풀 줄 알기 때문이란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를 사랑해.'

책장 모든 페이지에는 아이를 향한 따뜻한 부모의 마음을 담은 글이 가득하다.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와 같이 이 책 또한 아이를 향한 사랑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와 보내게 될 수많은 크리스마스들. 차차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주게 될테니, 올해만큼은 아이에게 내가 주고픈 선물을 주겠다.

'사랑해 크리스마스에도 사랑해'

엄마의 마음을 담은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이 책. 소중한 너와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에, 언제나 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겠다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첫 선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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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늙은 아이들이란다 I LOVE 그림책
엘리자베스 브라미 지음, 오렐리 귈르리 그림, 김헤니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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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인구교육과 관련한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노인 편견에 관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막연하게 ‘아이들이 어느 정도 노인에 관해 편견이 있겠지.’ 생각만 하던 나는 수업을 진행하며 깜짝 놀랐다. 아이들의 내가 막연히 생각한 것 이상으로 노인에 관한 편견이 심했으며, 혐오에 가까운 단어도 뱉어내곤 했다. 아이들보다 오히려 나의 고민이 많아지는 수업이었다.

이날의 수업 이후로 가족 수업을 하면 편견에 관한 수업은 매년 진행하고 있다. 특히나 다름과 편견과 관련한 수업은 더욱 공을 들인다. 전과 달리 요즘에는 다름과 편견, 다양성에 관한 그림책이나 교육 자료도 많은 탓에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름'을 알려주기도 쉽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들의  다름과 편견의 이야기 속에 '노인'을 주제로 한 책이나 자료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니, 좀처럼 출간되지 않는 것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나온 신간 '노인들은 늙은 아이들이란다'라는 책이 참 반갑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참 좋은 책이라서 그렇다. 제목처럼 책 내용 역시 나이 든 주인공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노인이 주인공인 책이지만, 아이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책 말이다.


-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아. 매일매일 무럭무럭 자라나렴. 우리, 늙은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은 하늘만큼 땅만큼 너희들을 사랑할 테니까.


이 책은 노인이 된다는 것을 아주 덤덤하고 솔직하게 서술해나간다. 하지만 이 책이 단조롭고 딱딱한 내용은 결코 아니다. 분홍빛 표지에 아기자기한 그림이 더해져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책은, 노인이 되어간다는 사실에 덧붙여 그런 변화에 맞서는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들을 들려준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다. 이제는 그림책의 카테고리를 '유아'에서 벗어나도 좋을 시대인 것이다. 그림책을 보는 성인들, 노인들도 늘어난 만큼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다름을 가르칠 때 가족, 문화, 성별만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나이의 다름도 당연히 가르치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조성되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해를, 젊은이들에겐 소통의 시작을, 나이든 이들에겐 공감을 이끌어낼 그림책  '노인들은 늙은 아이들이란다'.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책이 유아부터 노인까지 두루두루 모두에게 사랑받는 책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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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 - 출간 15주년 기념판 사랑해 보드북 1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지음,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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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보거나 들어보았을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이다. 우리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으로 반드시 거론되며, 가정에 한 권쯤은 있는 그 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출간 15주년을 맞았다. 이 책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지 벌써 15년이 지난 것이다.

15주년을 기념하여 보물창고에서는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보드북으로 재출간하였다. 9개월짜리 영유아를 기르는 부모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아이에게 책을 놀잇감처럼 주기 위해선 책의 종류도 참 중요한 탓이다. 보드북으로 만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는 걱정없이 아이에게 건네줄 수 있었고,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썩 마음에 들어했다.

오랜 사랑을 받은 책은 분명 그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한번 찬찬히 읽어보면 된다. 소리를 내어 읽으면 더 좋다. 누구라도 책장을 덮고 나면 ‘아, 이 책을 왜 사람들이 추천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를 사랑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너를 사랑해.
마음 깊은 곳부터 온몸 구석구석까지 너를 사랑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시종일관 아이에 대한 사랑 고백을 지속한다. 실제로 부모 마음이 그렇다. 뱃속에서 열 달을 품어 나온 아이는 아주 작고 예쁘다. 눈 한번 깜빡하는 것도, 작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예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에 고개를 백번쯤 끄덕일 만큼 아이는 한없이 사랑스럽다. 바로 이 책의 대사는 부모의 마음을 콕 집어 정확하게 표현해준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사랑할 만큼 가득한데, 막상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는 많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너무 예뻐 죽겠지만, 아이의 귀에 대고 우리 아가 사랑해, 사랑해 하는 말을 생각보다 자주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마치 마음은 꽉 차다 못해 넘칠 것같이 가득한데, 나오는 표현은 정작 마음의 극히 일부분도 못 하는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엄마는 이 책이 반갑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동시에 나의 사랑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주며 아이에게 한 번 더 사랑을 전하는 순간. 이 책은 엄마와 아이의 교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책 속의 주인공은 아이 한 명이다. 한 아이가 몸을 다양하게 움직이고,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 아이는 그래서 그림 속 아이의 모습에 집중한다. 나와 같은 친구가 등장하는 모습에 아이는 마치 거울 속 친구라도 보는 듯 책에 손을 대고 아이에게 반응한다. 이 책은 아이가 반응할만한 비슷한 또래 아이를 주인공으로 두어 아이의 시선을 이끈다. 엄마만큼 아이에게도 이 책이 반갑고, 즐거운 이유다.

게다가 보드북으로 재출간된 이번 15주년 책은 튼튼하다. 책이 아닌 유아 놀잇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서리도 둥글게 제작된 보드북은 아이가 책장에 다치거나, 찍힐 위험이 덜하다. 게다가 쉽게 구겨지지도 않아 아이는 마음 놓고 책을 펼쳤다, 들었다 하며 논다. 아이 가까이에 책을 둘 수 있기에, 엄마 역시 괜스레 한 번 더 책을 펼쳐 아이에게 소리 내 읽어주게 된다. 어린 유아라도 책을 가까이 둘 수 있는 건 보드북이기에 가능한 면이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 역시 괜히 한 번 더 이 책을 아이 옆에 펼쳐주고 읽어준다. 마음에 가득한 사랑 고백을 입 밖으로 꺼내며, 괜히 책 한 번 더 읽어준다는 뿌듯함을 얻어가며 말이다.

어린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읽어주기를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은 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내 아이에게 선물하기, 혹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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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조병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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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문해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 사회 변화의 모습에 따라 미디어 등 짧은 텍스트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긴 글을 잘 읽지 못하고, 어휘력도 많이 떨어져서 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현실을 걱정하는 탓이다. 국어 교육에 관심이 많고, 독서를 좋아하는 나 역시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할지 고민이 많다.

‘문해력’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점과 맞물려 서점에서도 다양한 문해력 교육 관련 서적이 나오고 있다. 그 중 눈에띄는 도서가 있다. 바로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조병영’ 박사님은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및 대학원 러닝사이언스학과 리터러시 전공 교수로 미국에서 15년동안 읽기와 리터러시를 교육하고 연구하셨다. 외국인 최초로 2026 개정 미국 국가교육발전평가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하였으며, 올해 ‘문해력’ 열풍의 주역이기도 한 ‘ebs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을 기획해 이끌며 전문가 패널로 출연, ebs 지식 e채널 ‘당신의 문해력, 리터러시’를 강의한 문해력 분야의 전문가시다. 저자의 업적만 보더라도 믿고 봐도 될만한 책이 아니겠는가.

근래에 부쩍 많은 ‘문해력 교육’ 관련 도서가 나오고 있지만, 여타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단순히 읽기의 중요성을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것으로만 보지 않는 점에 있다. 이 책에서는 실제로 ‘문해력’이라는 단어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리터러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애초에 영어인 리터러시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독서에 한정된 문해력 향상이 아닌, 더 큰 범주에서의 세상 읽기로서 나아가는 ‘읽는 인간’이 되자고 말하는 이 책은 ‘읽기’라는 행위 자체에 본질적이고, 심화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이루어진다.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를 다룬 1부,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현 시대의 사람들, 사회, 교육의 실태에 관한 2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리터러시에 대한 소개와 방향성을 제시한 3부, 학교와 교육의 방향성과 실천을 말하는 4부. 특히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3부와 4부이다.


* 디지털과 독서를 분리하는 무리한 이분법적 접근은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다원적 리터러시 환경을 애써 외면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책만 던져줄 수 없습니다. 책을 치워 버리고 디지털로 모든 걸 대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느 하나를 버릴 것이 아니라, 이 둘 모두가 어우러져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접근법일 것입니다. 디지털이냐 종이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디지털로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면밀한 내용 분석과 이해가 더 중요합니다. (p.32)


문해력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고민해보았을 법한 디지털 문제. 디지털 공간과 환경을 선호하는 아이들에게 ‘문해력 교육’을 위해 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나에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읽기’ 교육을 해 나가는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 아이가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시대 상황과 문제를 읽어나가는,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에 참여하고 토론의 과정에 이바지하는 ‘제대로 읽고 쓰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 디지털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읽기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 책은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와 교사, 읽고 쓰는 행위에 관심 있는 성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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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물건의 비밀 난 책읽기가 좋아
이분희 지음, 이덕화 그림 / 비룡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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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으로 20만부라는 놀라운 판매 부수를 기록한 ‘한밤중 달빛 식당’. 바로 이 재미난 동화를 쓴 이분희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에는 사라진 물건이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는 당장이라도 책을 펼쳐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걸 보면, 역시 이분희 작가님! 하는 감탄이 절로 난다.

이분희 작가님의 신간이라는 말에 서평단을 신청해 놓고선 한시라도 빨리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나 역시 바로 책을 사서 읽었다. 재미난 신간이 나왔는데 어찌 기다릴 수 있겠나. 도착하자마자 읽어본 책은 너무나 술술 잘 읽히면서도 재밌기까지 해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입가에 웃음이 절로 걸렸다. 만족, 대만족이다. 이 책은 당장 우리 반 아이들에게 소개해주어야지 싶어 학교로 들고 왔다.

- 평소에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주인공 기찬이. 모자, 공책, 지우개, 연필, 운동화 등 온갖 제 물건들을 잃어버린다. 오늘도 기찬이는 가방을 잃어버리고 와서 엄마에게 혼이 났다. 매번 물건을 잃어버리는 기찬이 탓에 엄마는 결국 기찬이의 모든 물건에 번호를 매긴 스티커를 붙이고 물건 목록을 표로 만들어 거실에 붙여 두었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려는 특단의 조치다. 이런 엄마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던 기찬이도 엄마가 붙여준 스티커와 물건 목록을 보고 물건을 챙기며 더 이상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다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찬이의 물건이 사라졌다. 기찬이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 물건이 스스로 사라진 것이다. 하도 물건을 잃어버리는 성격 탓에 물건이 사라졌다는 제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걸 알아 기찬이는 용돈, 친구에게 빌리기 등의 갖은 방법으로 물건들을 채워 놓는다. 그래도 빈번하게 사라져버리는 물건들. 결국 기찬이는 자신의 물건을 훔쳐 가는 범인을 찾기로 결심한다.

실제로 우리 교실에도 주인을 잃은 물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주인공 기찬이처럼 아이들중에는 제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꽤 많다. 동화책 끝에 나오는 이분희 작가님의 작가 후기에는 자신의 물건을 너무나도 잘 잃어버리던 딸아이 덕분에 이 동화책을 쓰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들도 종종 물건을 잃어버리곤 하는데, 더 어린아이들은 어쩌랴. 게다가 아이들은 물건을 잘 챙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혼을 내는 부모님까지 있다. 이런 아이들의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책이 있다니! 아이들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주인공 기찬이의 집 뒷마당에 있는 우물. 우리 과거 역사에는 집이나 마을에서 우물을 사용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아파트나 마당이 없는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물’이라는 공간은 사진에서나 볼 법한 흔치 않은 대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우물’이라는 대상을 등장시켜 ‘쓸모없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에서 나아가 공간이라는 확장된 대상으로 주제 의식을 넓혀가는 것이다. 한땐 중요하고 소중했으나,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고 버려지는 것들. 비단 물건뿐만 아니라 우물처럼 장소나 공간, 더 확장된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재미로만 이야기를 읽기에는 이 책이 품고 있는 진짜 이야기가 참으로 중하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어보라고’ 권함에서 멈추지 말고, 책을 읽고 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겠다.

‘한밤중 달빛식당’에 이어 ‘사라진 물건의 비밀’ 또한 대박 예감이 든다. 한 자리에서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볼수 있을 만큼 술술 읽히는 데다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도 가득하다. 파면 파고들수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 깊은 주제가 숨어있는 책인 만큼 어른 독자, 아이 독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책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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