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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조병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1월
평점 :
최근에 ‘문해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 사회 변화의 모습에 따라 미디어 등 짧은 텍스트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긴 글을 잘 읽지 못하고, 어휘력도 많이 떨어져서 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현실을 걱정하는 탓이다. 국어 교육에 관심이 많고, 독서를 좋아하는 나 역시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할지 고민이 많다.
‘문해력’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점과 맞물려 서점에서도 다양한 문해력 교육 관련 서적이 나오고 있다. 그 중 눈에띄는 도서가 있다. 바로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조병영’ 박사님은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및 대학원 러닝사이언스학과 리터러시 전공 교수로 미국에서 15년동안 읽기와 리터러시를 교육하고 연구하셨다. 외국인 최초로 2026 개정 미국 국가교육발전평가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하였으며, 올해 ‘문해력’ 열풍의 주역이기도 한 ‘ebs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을 기획해 이끌며 전문가 패널로 출연, ebs 지식 e채널 ‘당신의 문해력, 리터러시’를 강의한 문해력 분야의 전문가시다. 저자의 업적만 보더라도 믿고 봐도 될만한 책이 아니겠는가.
근래에 부쩍 많은 ‘문해력 교육’ 관련 도서가 나오고 있지만, 여타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단순히 읽기의 중요성을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것으로만 보지 않는 점에 있다. 이 책에서는 실제로 ‘문해력’이라는 단어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리터러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애초에 영어인 리터러시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독서에 한정된 문해력 향상이 아닌, 더 큰 범주에서의 세상 읽기로서 나아가는 ‘읽는 인간’이 되자고 말하는 이 책은 ‘읽기’라는 행위 자체에 본질적이고, 심화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이루어진다.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를 다룬 1부,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현 시대의 사람들, 사회, 교육의 실태에 관한 2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리터러시에 대한 소개와 방향성을 제시한 3부, 학교와 교육의 방향성과 실천을 말하는 4부. 특히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3부와 4부이다.
* 디지털과 독서를 분리하는 무리한 이분법적 접근은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다원적 리터러시 환경을 애써 외면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책만 던져줄 수 없습니다. 책을 치워 버리고 디지털로 모든 걸 대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느 하나를 버릴 것이 아니라, 이 둘 모두가 어우러져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접근법일 것입니다. 디지털이냐 종이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디지털로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면밀한 내용 분석과 이해가 더 중요합니다. (p.32)
문해력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고민해보았을 법한 디지털 문제. 디지털 공간과 환경을 선호하는 아이들에게 ‘문해력 교육’을 위해 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나에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읽기’ 교육을 해 나가는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 아이가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시대 상황과 문제를 읽어나가는,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에 참여하고 토론의 과정에 이바지하는 ‘제대로 읽고 쓰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 디지털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읽기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 책은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와 교사, 읽고 쓰는 행위에 관심 있는 성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