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물건의 비밀 난 책읽기가 좋아
이분희 지음, 이덕화 그림 / 비룡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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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으로 20만부라는 놀라운 판매 부수를 기록한 ‘한밤중 달빛 식당’. 바로 이 재미난 동화를 쓴 이분희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에는 사라진 물건이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는 당장이라도 책을 펼쳐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걸 보면, 역시 이분희 작가님! 하는 감탄이 절로 난다.

이분희 작가님의 신간이라는 말에 서평단을 신청해 놓고선 한시라도 빨리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나 역시 바로 책을 사서 읽었다. 재미난 신간이 나왔는데 어찌 기다릴 수 있겠나. 도착하자마자 읽어본 책은 너무나 술술 잘 읽히면서도 재밌기까지 해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입가에 웃음이 절로 걸렸다. 만족, 대만족이다. 이 책은 당장 우리 반 아이들에게 소개해주어야지 싶어 학교로 들고 왔다.

- 평소에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주인공 기찬이. 모자, 공책, 지우개, 연필, 운동화 등 온갖 제 물건들을 잃어버린다. 오늘도 기찬이는 가방을 잃어버리고 와서 엄마에게 혼이 났다. 매번 물건을 잃어버리는 기찬이 탓에 엄마는 결국 기찬이의 모든 물건에 번호를 매긴 스티커를 붙이고 물건 목록을 표로 만들어 거실에 붙여 두었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려는 특단의 조치다. 이런 엄마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던 기찬이도 엄마가 붙여준 스티커와 물건 목록을 보고 물건을 챙기며 더 이상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다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찬이의 물건이 사라졌다. 기찬이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 물건이 스스로 사라진 것이다. 하도 물건을 잃어버리는 성격 탓에 물건이 사라졌다는 제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걸 알아 기찬이는 용돈, 친구에게 빌리기 등의 갖은 방법으로 물건들을 채워 놓는다. 그래도 빈번하게 사라져버리는 물건들. 결국 기찬이는 자신의 물건을 훔쳐 가는 범인을 찾기로 결심한다.

실제로 우리 교실에도 주인을 잃은 물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주인공 기찬이처럼 아이들중에는 제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꽤 많다. 동화책 끝에 나오는 이분희 작가님의 작가 후기에는 자신의 물건을 너무나도 잘 잃어버리던 딸아이 덕분에 이 동화책을 쓰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들도 종종 물건을 잃어버리곤 하는데, 더 어린아이들은 어쩌랴. 게다가 아이들은 물건을 잘 챙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혼을 내는 부모님까지 있다. 이런 아이들의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책이 있다니! 아이들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주인공 기찬이의 집 뒷마당에 있는 우물. 우리 과거 역사에는 집이나 마을에서 우물을 사용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아파트나 마당이 없는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물’이라는 공간은 사진에서나 볼 법한 흔치 않은 대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우물’이라는 대상을 등장시켜 ‘쓸모없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에서 나아가 공간이라는 확장된 대상으로 주제 의식을 넓혀가는 것이다. 한땐 중요하고 소중했으나,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고 버려지는 것들. 비단 물건뿐만 아니라 우물처럼 장소나 공간, 더 확장된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재미로만 이야기를 읽기에는 이 책이 품고 있는 진짜 이야기가 참으로 중하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어보라고’ 권함에서 멈추지 말고, 책을 읽고 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겠다.

‘한밤중 달빛식당’에 이어 ‘사라진 물건의 비밀’ 또한 대박 예감이 든다. 한 자리에서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볼수 있을 만큼 술술 읽히는 데다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도 가득하다. 파면 파고들수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 깊은 주제가 숨어있는 책인 만큼 어른 독자, 아이 독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책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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