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책이 좋아 3단계
박효미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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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함께 수영장에 갔다 온 다음, 톡을 받았다. ‘그만 만나.’ 이별이었다. 한 문장, 네 글자. 오늘은 사귄 지 구십구 일째 되는 날이었다. 내일은 백일째였고, 내가 세운 백 일 맞이 계획은 눈부시게 찬란했다. - 체중계의 사랑 8~9쪽 - >


◈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 속에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과 우정 때문에 혼란스러운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 이 책은 낯설지 않다. 내 이야기 혹은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익숙하고, 공감이 된다. 학원 이야기, SNS 소통, 친구 관계, 짝사랑 등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일부를 톡 떼어다 책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 둔 것만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춘기 소녀라면, 누가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있다.


◈ 모든 이야기가 ‘나’의 목소리, 즉 일인칭 서술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마치 책을 읽는 다기 보다는 한 아이의 속마음을 엿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순간에 부풀었다가, 금세 꺼져 버리고 마는, 지금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묘사가 무척 생생하다.


◈ 다섯 편의 이야기에 알콩달콩 한 사랑 이야기는 없다. 이 책은 사랑을 주제로 한 연애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사랑에 실패하고 만 쓰디 쓴 아픔의 기록이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고,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상대의 문자 한통에 일희일비 하며, 원하지 않는 이별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사춘기를 겪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지 않은가! 슬픔에 가슴이 먹먹하더라도, 어쨌든 ‘일단 치킨 먹고!’를 외칠 수 있는 그 시기.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난다.


◈ 사춘기는 혼란이자, 성장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 아이들이나, 중학생들에게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를 즐겨 보자며 이 책을 스윽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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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코끼리가 산다 - 왜 사랑의 아픔도 겪어 볼 만하다고 하는 걸까? 다정다감 생활책 2
루시아 자몰로 지음, 김영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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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의 아픔도 겪어 볼 만하다고 하는 걸까?

◈ 사랑의 아픔으로 겪는 감정의 변화를 그려낸 그림책이다. 책을 읽으면 왜 제목이 ‘마음속에 코끼리가 산다’ 인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난생 처음 사랑의 아픔을 겪는 이들(혹은 사랑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별을 겪었을 때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말하고 있다.

◈ ‘마음속에 코끼리가 산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이별하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왜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사랑의 감정일 때와 이별의 감정일 때 내 마음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아주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뤄지는 만큼 책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론 과학적으로, 때론 철학적으로, 때론 문학적으로 설명하는 사랑의 아픔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다.

◈ 책의 책장을 쉽게 넘어가게 하는 것은 재미난 내용만큼 감각적인 구성 덕분이기도 하다. 다이어리를 읽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자유로운 손 글씨와 그림들은 마치 내 마음 속을 종이 위에 고스란히 옮겨둔 것만 같이 느껴진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가슴 속 깊은 감정을 일기장에서 만큼은 솔직하게 꺼낼 수 있듯, 이 책도 사랑의 아픔으로 인한 마음 속 진솔한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옮겨두었다.

◈ 이 책은 사랑의 아픔을 회복하기 위해선 결국 ‘나’를 살피고, 사랑하고 소중히 해야 함을 넌지시 전한다. 왜 사랑의 아픔도 겪어볼 만하다고 하는지, 독자들은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덮을 때 이해할 것이다.

◈ 사랑의 아픔이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뜻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사랑하는 존재는 있다. 가족, 연인, 반려 동물, 친구 등등. 사랑의 아픔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만큼 이 책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모든 이들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고로 누구에게 이 책을 권하면 좋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책 내용을 공감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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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최애 다산어린이문학
김다노 지음, 남수현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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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가 좋다는 미지의 고백. 고백 이후로 무지는 미지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무지는 미지가 좋아져 버렸다. (봄 - 무지와 미지)

-네가 좋으면 나는 무조건 널 받아들여야 해? 나는 네가 부담스러워. 그런데 어떻게 싫다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어. (여름 - 눈인사를 건넬 시간)

-우린 이제 열살 남짓 살았는데,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아야지. 좋아하는 걸 언제 하게? (가을 - 그리고 한 바퀴 더)
-우연히 중고 마켓 어플로 알게 된 그 남자애. 그 애가 좋다. 그런데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이 마음 어떡하지? (초겨울 - 확신의 확률)

-내가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이 최악의 행동을 했다. 그런데도 최애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최악의 최애 - 겨울, 졸업)

◈ 5,6학년 아이들의 사랑을 주제로 담은 김다노 작가님의 계절 연작이다. 봄, 여름, 가을, 초겨울, 겨울까지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떨칠 수가 없었다. 초등학생의 사랑이라고 해서 절대 가볍거나, 귀엽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척 진지하고, 신중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 속엔 연두빛 새싹같은 파릇함이 느껴지는 싱그러운 사랑이 한가득 담겨있다.


◈ 나의 감정을 알아가는 신중함이, 또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조심스러움이 이 책 속엔 담겨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감정은 결코 가벼울 수가 없다. 이 책 속 주인공들의 마음이 그렇다.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조심스럽게 상대의 마음에 다가선다. 이 책이 사랑 이야기이기에 주인공들의 마음과 행동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사랑은 원래 그런 거니까.

◈ 작년 말에 유영소 작가님의 ‘박하네 분짜’를 참 만족하며 읽었다. 이 책은 그 때 느낀 벅찬 감정을 고스란히 되살려 놓았다. 첫 이야기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너무 좋다.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가볍지 않게, 모두의 시선을 존중하며 그려낸 책을 또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참고로 ‘박하네 분짜’와 ‘최악의 최애’ 두 권 모두 남수현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셨다. (작가님, 어쩜 이렇게 모든 단편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멋진 그림을 그려내시나요!)

◈ 최악의 최애, 단숨에 나의 최애 책 리스트에 등극!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사랑을 주제로 한 동화를 찾는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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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 선생과 우주 문지아이들 176
김울림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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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가 꿈인 우주는 열 살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엄마 아빠가 준 생일 선물은 손흥민 싸인이 담긴 축구공이다. 공을 들고 밖에 나간 우주는 하필 동네에서 가장 깐깐한 고타선생님 집으로 공을 날려버리고 만다. 와장창 화분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건 고타선생님의 고함소리가 아닌 강아지 짖는 소리! 우주는 그날 이후로 자꾸 고타 선생님 집 안을 드나들게 된다. 우주가 쏘아 올린 공과 고타 선생님, 그리고 강아지. 이들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세상에! 이 글이 세상에 내놓는 첫 작품이라는 작가 소개글을 읽고 벌어지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문장도 너무 좋고, 이야기의 흐름도 참 좋다. 작가님의 첫 작품이 이정도로 수준이 높다면 다음 작품은 얼마나 대단할까! 동화책이 선생님이었다는 작가님의 후기글을 읽으며, 작가님의 열정과 타고난 재능이 어찌나 부럽던지. 애정하는 작품으로 순식간에 등극!

◈ 착한 아이일수록 어른에게, 특히 부모에게 싫다는 이아기를 잘 못한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탓이다. 책 속 주인공 우주도 이렇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걸 부모님께 말하는, 어찌보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전혀 뻔하지 않게 그려냈다. 흔한 주제를 특별하게 그려내니, 공감도 쉬울 뿐더러 여운도 길게 남는다.

◈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도 고타 선생과 우주의 모습 멋지게 그려낸다. 김울림 작가님의 글과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의 분위기가 무척 닮았다고나 할까. 글과 그림이 한몸처럼 어우러지니 서로를 떼어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누군가의 말에 관심을 두면, 그의 진짜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겉모습만 보고 짐작하거나, 내 마음대로 판단해버린 것이 아닌 상대의 진짜 마음이 보인다. 이 책은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진짜 마음을 보여준다. 우주 부모님도, 동네 사람들도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진짜 마음을 몰랐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이제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마음을 안다. 누군가의 진짜 목소리를 유심히 들어준다는 것은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집중하여 읽는 것과 같다. 누군가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내 진짜 마음을 알아준다면, 주인공은 힘이 난다. 내 목소리를 더 드러내고 싶어진다. 엄마 아빠에게 마음대로 결론 내지 말라고 말할 수 있던 우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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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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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꽃님 작가님의 소설답게 글이 술술 넘어간다. 강한 자극이나 휘몰아치는 서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이야기의 속도는 꽤 빠르게 느껴진다. 마치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올려둔 종이 배가 단숨에 내 시야에서 멀어져 사라지는 듯한 그런 속도. 책을 읽는 내내 한 여름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한가롭게 앉아있는 것처럼 기분 좋은 여유를 느꼈다.

◈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빠르지만, 넘기려던 책장을 멈추게 하는 문장은 많았다.

“바람이 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나뭇잎이 초록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날은 아니었다. 어떤 잎은 아주 연한 연두색이었고 어떤 잎은 짙은 초록색이었다. 또 어떤 잎은 쨍한 초록색이었고 어떤 잎은 연둣빛이 사라져 가고 있었고 어떤 잎은 눈이 부시게 푸르렀다. 그 모든 잎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그 순간 유찬의 머리 위로 그토록 다양한 초록 잎들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85쪽)

◈ 이 이야기는 슬프다. 끔찍한 일을 겪은 이들이 나온다. 어린 시절 큰 실수를 한 사람도 나온다. 내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잘못이 되어버린 사람도 나온다. 그런데 누구 하나 나쁜 사람이 없다. 주인공은 이런 게 짜증난다고 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욕을 뱉고 싶다고. 화가 나고, 슬프고, 억울한데, 그 감정을 뱉어낼 이유도, 뱉어낼 곳도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사람 일이, 우리 삶이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 나의 기준으로, 타인의 고통을 지레 짐작하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큰 폭력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비단 강자가 약자에게가 아닌, 동등하거나 가깝다가 여겼던, 그래서 더욱 스스럼 없고 편한 관계에서도 이는 가능하다. 친구가 친구에게, 부모가 아이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입을 꾹 다물어야 했던 유찬이와, 마음을 둘 곳 없어 이리 저리 흔들리던 지오가 서로를 만나 서로를 위로할 때, 우리는 진짜 위로를 배운다.

“놀라운 건 이런 거다. 내 온 마음을 다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는 거. 그리고 나는 그걸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다.” (171쪽)

◈ ‘먹구름 뒤에 밝고 빛나는 무지개가 떠 있다는 것을, 혼자인 줄 알았던 이들 곁에 너무도 따뜻한 이들이 언제나 함께 였음을 알게’ 되었음을 한다며 이 글을 썼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앞에 펼쳐질 세상이 잿빛일지, 찬란한 푸른 빛일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한걸음 나아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점이라면, 그저 이전보다 온 마음을 다해 세상을 마주하고 싶다는 것. 그러면 내 세상은 지금과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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