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 선생과 우주 문지아이들 176
김울림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육사가 꿈인 우주는 열 살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엄마 아빠가 준 생일 선물은 손흥민 싸인이 담긴 축구공이다. 공을 들고 밖에 나간 우주는 하필 동네에서 가장 깐깐한 고타선생님 집으로 공을 날려버리고 만다. 와장창 화분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건 고타선생님의 고함소리가 아닌 강아지 짖는 소리! 우주는 그날 이후로 자꾸 고타 선생님 집 안을 드나들게 된다. 우주가 쏘아 올린 공과 고타 선생님, 그리고 강아지. 이들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세상에! 이 글이 세상에 내놓는 첫 작품이라는 작가 소개글을 읽고 벌어지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문장도 너무 좋고, 이야기의 흐름도 참 좋다. 작가님의 첫 작품이 이정도로 수준이 높다면 다음 작품은 얼마나 대단할까! 동화책이 선생님이었다는 작가님의 후기글을 읽으며, 작가님의 열정과 타고난 재능이 어찌나 부럽던지. 애정하는 작품으로 순식간에 등극!

◈ 착한 아이일수록 어른에게, 특히 부모에게 싫다는 이아기를 잘 못한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탓이다. 책 속 주인공 우주도 이렇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걸 부모님께 말하는, 어찌보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전혀 뻔하지 않게 그려냈다. 흔한 주제를 특별하게 그려내니, 공감도 쉬울 뿐더러 여운도 길게 남는다.

◈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도 고타 선생과 우주의 모습 멋지게 그려낸다. 김울림 작가님의 글과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의 분위기가 무척 닮았다고나 할까. 글과 그림이 한몸처럼 어우러지니 서로를 떼어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누군가의 말에 관심을 두면, 그의 진짜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겉모습만 보고 짐작하거나, 내 마음대로 판단해버린 것이 아닌 상대의 진짜 마음이 보인다. 이 책은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진짜 마음을 보여준다. 우주 부모님도, 동네 사람들도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진짜 마음을 몰랐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이제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마음을 안다. 누군가의 진짜 목소리를 유심히 들어준다는 것은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집중하여 읽는 것과 같다. 누군가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내 진짜 마음을 알아준다면, 주인공은 힘이 난다. 내 목소리를 더 드러내고 싶어진다. 엄마 아빠에게 마음대로 결론 내지 말라고 말할 수 있던 우주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