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의 라라니 미래주니어노블 9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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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해리포터 책만큼 재미있는 판타지 시리즈를 추천해 달라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판타지라는 장르에 푹 빠진 아이들의 요청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판타지라는 장르는 독자의 상상력과 함께하는 장르이니만큼 아이들을 책 속으로 푹 빠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실존하지 않는 미지의 세상을 상상하며 읽는 책의 재미는 아이들 스스로가 책을 찾게 만든다.

‘먼바다의 라라니’는 뉴베리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에린 엔트라다 켈리 작가님의 판타지 소설이다. 뉴베리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이 책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이미 책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실력을 검증받은 작가님이지 않은가. 실제로 ‘먼바다의 라라니’의 세상에 한번 발을 들이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다.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책이니만큼 책을 한 번 펼치고 나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좀처럼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무려 433쪽에 달한다. 아이들에게는 좀처럼 도전하기 망설여지는 두께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선 이 책을 펼쳐서 라라니의 세상 ‘산라기타’에 들어왔다면 좀처럼 이 섬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 신비롭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라라니의 모험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도 쉽게 이 여행을 그만두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먼바다의 라라니’는 작가님께서 필리핀 신화와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쓰셨다고 한다. 7천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인 필리핀의 섬에는 섬의 수만큼이나 많은 인종과 고유의 창조 신화가 존재한다. 그 영향을 받은 책 인만큼 이 책에도 기존 판타지에선 만나보지 못한 개성 넘치는 미지의 생명체가 많이 등장한다. 나무 속에 사는 정령 페이 디와타, 모기처럼 생긴 마법사 고육, 땅 밑에 사는 괴물 눈소, 죽은 자의 영혼을 먹고 자라는 나무 웬보 등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존재를 상상하며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이 책은 삽화가 많지 않은 책이라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라라니의 여행 장면이나 미지의 생명체를 떠올려야 한다. 묘사를 보고 머릿속에 그려내는 과정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힘을 기르기 좋다.

이 책의 주인공 라라니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소녀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처한 불우한 환경과 안쓰러운 처지는 독자들에게 절로 안타까움이 가득한 탄식을 자아내게 만든다. 평범하기만 한 아이는 미지의 생물을 대면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죽을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수없이 다치기도 한다. 그런데도 아이는 결국 그 어떤 사람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야 만다. 비범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오히려 더 안타까운 상황 속 아이의 이야기이기에 이 책은 와 닿는 바가 크다. 주인공 라라니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끈기와 선한 마음,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낯선 세상을 여행하는 재미는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그 맛을 모른다. 능숙한 여행가가 이끄는 세상은 더욱 그렇다. 탄탄한 줄거리와 화려한 이야기 속 세상에 빠져보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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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찾기 대소동 상상놀이터 15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원유미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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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에게선 종종 형제자매에 관한 불평이 튀어나오곤 한다. 아이들의 측면에서 볼 때 형제자매란, 내가 독차지해야 할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함께 나누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보다 어린 형제자매는 나와 부모님의 사랑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사람이면서도 내가 돌보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형제자매를 향한 아이들의 고민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동화책 ‘동생 찾기 대소동’은 동생 안나가 귀찮아서 “귀찮게 굴지 말고 저리 꺼져!”라고 말해버린 오빠 얀이 정말 동생이 사라져버리고 나자 자기의 말을 후회하고 동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얀은 동생 안나가 아닌 생전 처음 보는 동생 또래의 아이 토비를 만나고, 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길을 잃은 아이 토비가 점점 귀찮지만, 잃어버린 동생 안나를 떠올리며 토비를 혼자 두고 떠나지 못하는 얀은 결국 토비를 무사히 집까지 데려다준다.

동생을 잃어버린 오빠가 정작 동생이 아닌 길 잃은 다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이 책은 독자들이 얀의 마음속 생각들을 따라 읽어 나가며 얀의 고민과 불안, 걱정을 함께 느끼고, 깨달으며, 성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에 동참시킨다. 독자들은 얀의 가족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느끼며, 나아가 자기 가족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야를 갖게 된다.

책속에 등장하는 얀과 안나의 부모님, 토비의 부모님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

이 동화는 베스트셀러 동화 ‘잔소리 없는 날’로 이름을 알린 안네마리 노르덴 작가님의 작품이며, 이 외로도 ‘아주 특별한 동생이 생겼어’ 동화 역시 아이들이 읽어보면 좋을책이다.

내용이 길지 않고, 술술 읽히는 책인데다 저, 중, 고 아이들 모두가 공감하기 쉬운 내용이다. 개인적으론 중학년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기에 참 좋을 듯싶다.

방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이번 방학때 정말 지키려고 노력할 일을 두 가지만 계획해보자고 했다. 꽤 많은 아이가 형제자매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기를 말했다. 그만큼 아이들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소리다. 오늘도 우리 집 아이들이 서로 다투고 있다면, 이 책을 슬쩍 내밀어보면 어떨까. 내 형제자매에게 조금 더 쉽게 마음을 열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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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I LOVE 그림책
앤드류 라슨 지음, 캐리 수코체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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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이 가득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난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아이는 우주인, 물고기, 비행기나 기차, 학교, 숫자나 글자 등 하루 동안 겪는 모든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의 표정은 불만이 가득하다.   

바로 그림책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의 이야기이다. 불평만 가득한 주인공의 모습에 처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당황하기 쉽다. 이 책은 친절하지 않은데다, 자신의 이야기를 꼭꼭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불만 가득하고 투덜거리는 아이가 ‘좋아할지도 몰라’ 하고 슬쩍 고백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와 함께 사는 고양이이다. ‘난 고양이 이야기는 좋아할지도 몰라.’ 하고 말하는 아이는, 그제야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좀 아는 게 있니?’

이 책은 여러 번, 유심히 볼수록 숨겨진 진짜 이야기들이 보인다. 잠에서 깨어나서부터 불만에 가득 찬 아이의 표정이 변하는 순간, 오로지 그림의 상황으로만 읽을 수 있는 고양이의 행동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내내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있는 아이의 모습. 아이가 말로 꺼내지 않는 숨은 모습들이 그림 속에 구석구석 숨어있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이 단번에 상황을 이해하기 쉬운 책이 아니다. 그만큼 글과 그림을 함께 보며 구석구석 숨겨진 아이의 모습과 행동을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책의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책이 친절하지 않은 이유는, 이 책은 주인공 아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친구와 교류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르는 고양이가 유일한 친구인 이 아이는 독자들에게도 자신은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초지일관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슬쩍 묻는다. ‘너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좀 아는 게 있니?’ 하고 물으면서 말이다. 고양이만이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 아이에게는 서툴지만 큰 용기다. 아이의 용기 어린 질문을 이해할 때, 이 책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아이들이라면 쉽게 놓치기 쉬운 장면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유하기보다는, 어른이 먼저 책을 여러 번 읽고 난 후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아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슬쩍 짚어가며 함께 읽을 때 아이는 주인공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만큼, 곱씹고 여러 번 보기 좋은 그림책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책 속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이 책에 푹 빠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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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 이야기 I LOVE 그림책
조앤 슈워츠 지음, 나히드 카제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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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가 있다. 그녀의 곁을 개 한 마리가 지킨다. 볼품없이 늙은 개는 그녀의 오랜 친구이다. 두 사람은 살림살이가 거의 없는 낡은 집에 산다. 숲속 외딴곳에 홀로 위치한 한 채가 그들의 집이다.

어느 날 아침 할머니는 개와 함께 산책을 나선다. 오래 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산책길. 길은 할머니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인 채 변함이 없다. 주름살이 깊게 패이고 머리가 하얗게 변한 할머니와는 달리 아주 오래전의 모습 그대로인채로 말이다.

높게 날아오르는 새를 보며 날아오르는 기분을 상상하고, 꽤 쓸만한 지팡이를 찾아 짚어보기도 하며 그녀는 항상 앉아 쉬었던 평편한 바위에 걸터앉는다. 밖에서 노느라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보름달은 거대하고, 어렴풋하고, 따뜻하고, 온화하고, 어마어마하고, 아슴아슴하고, 평화로운, 가을빛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부드럽게 풀어진 색들이 어우러진 그림은 몽환적이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할머니가 주는 포근함과 따뜻함이 그림 속에 녹아 있다. 화려하지 않고, 튀지도 않는다. 하루의 삶이 그런 것처럼. 일 년 중 특별히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이 아닌, 그저 어제와 오늘, 내일과 같은 하루들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림책 ‘어느 할머니 이야기’는 나이가 든 개와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며, 산책을 하며 느끼는 자연의 웅장함과 거대함, 내일을 맞는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이 책의 주인공이 ‘할머니’이기에 이런 감탄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또 다시 찾아오는 하루를 온전히 느끼고, 감사하며, 내일을 기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한다.

2021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권하는 따뜻하고 편안한 그림책 ‘어느 할머니 이야기’. 다가오는 새해의 수많은 하루를 책 속의 할머니처럼 맞이하고 싶다. 순간순간의 모든 것들을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2022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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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네 프랑크야!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9
브래드 멜처 지음, 크리스토퍼 엘리오풀로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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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아이들이 반드시 알았으면 하는 역사가 있다. 비단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 말이다. 사람들 저마다 개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나에게 그 역사 이야기 중 하나는 ‘안네 프랑크’의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억압받았던 유대인들. 그래픽 위인전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시리즈의 아홉 번째 주인공 안네 프랑크 역시 이 시기를 살아간 유대인 중 한 명이다. 수많은 역사적 자료와 사실을 통해 밝혀진 유대인의 역사는 안타까우며 비극적이다. 특히나 ‘안네 프랑크’라는 유대인 소녀의 일기장을 통해 그려진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대인의 삶은 더욱 그렇다.

이 책 속에선 ‘2차 세계 대전이나 독일 나치군, 유대인의 삶’과 같이 우리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하기도 힘든 역사 이야기가 ‘안네 프랑크’라는 한 여자아이의 입을 통해 쉽게 서술된다.

책은 그래픽 위인전이라는 특색을 가지고 있는 책답게, 글이나 설명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들을 어린아이들이 보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림으로 쉽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책에서는 ‘안네의 가족은 독일군의 눈을 피하고자 아버지의 사무실에 숨어있는 은신처에서 숨어 살아야 했다.’라며 글로 서술하는 상황을 이 책에서는 은신처의 내부 공간과 구조, 그곳에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아이들은 그림책을 한 권을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안네의 상황을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아주 중요한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특히나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역사적 사실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역사 속 한 인물의 행동과 생각에 비중을 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답게 이 책은 작은 소녀 ‘안네 프랑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강조한다. 게다가 안네의 가족이 2년 넘게 은신처에 숨어있을 수 있도록 용기 내어 이들을 도운 평범한 사람들을 재조명하며,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위인이 되어 엄청난 업적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평범한 용기와 도움만으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책 한 권으로 아이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갑자기 안네처럼 긍정적 사고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며, 몰랐던 역사에 대해 갑자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자주 읽어주고, 아이들이 관심 두지 않는 역사를 지속해서 보여주는 것은 분명 아이를 달라지게 만든다. 이 책은 분명 아이를 눈에 띄게 변하게 만들진 않겠지만, 아이가 긍정적이고 건강한 시야를 만들게 도움을 주는 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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