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ㅣ I LOVE 그림책
앤드류 라슨 지음, 캐리 수코체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평점 :
불평이 가득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난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아이는 우주인, 물고기, 비행기나 기차, 학교, 숫자나 글자 등 하루 동안 겪는 모든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의 표정은 불만이 가득하다.
바로 그림책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의 이야기이다. 불평만 가득한 주인공의 모습에 처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당황하기 쉽다. 이 책은 친절하지 않은데다, 자신의 이야기를 꼭꼭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불만 가득하고 투덜거리는 아이가 ‘좋아할지도 몰라’ 하고 슬쩍 고백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와 함께 사는 고양이이다. ‘난 고양이 이야기는 좋아할지도 몰라.’ 하고 말하는 아이는, 그제야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좀 아는 게 있니?’
이 책은 여러 번, 유심히 볼수록 숨겨진 진짜 이야기들이 보인다. 잠에서 깨어나서부터 불만에 가득 찬 아이의 표정이 변하는 순간, 오로지 그림의 상황으로만 읽을 수 있는 고양이의 행동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내내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있는 아이의 모습. 아이가 말로 꺼내지 않는 숨은 모습들이 그림 속에 구석구석 숨어있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이 단번에 상황을 이해하기 쉬운 책이 아니다. 그만큼 글과 그림을 함께 보며 구석구석 숨겨진 아이의 모습과 행동을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책의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책이 친절하지 않은 이유는, 이 책은 주인공 아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친구와 교류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르는 고양이가 유일한 친구인 이 아이는 독자들에게도 자신은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초지일관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슬쩍 묻는다. ‘너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좀 아는 게 있니?’ 하고 물으면서 말이다. 고양이만이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 아이에게는 서툴지만 큰 용기다. 아이의 용기 어린 질문을 이해할 때, 이 책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아이들이라면 쉽게 놓치기 쉬운 장면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유하기보다는, 어른이 먼저 책을 여러 번 읽고 난 후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아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슬쩍 짚어가며 함께 읽을 때 아이는 주인공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만큼, 곱씹고 여러 번 보기 좋은 그림책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책 속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이 책에 푹 빠져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