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이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려한다. 그럼 전쟁은 어떻게 될까.

2차 세계대전을 조사하던 미국의 전투사학자 S.L.A. 마셜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투 속에서도 실제로 적을 항해 사격한 보병은 전체의 약 15퍼센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85퍼센트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탄약 운반이나 부상병 구조 같은 위험한 임무는 기꺼이 수행했지만, 정면으로 마주한 적군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일만은 본능적으로 회피했다. 마셜은 이를 두고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죽이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분석했다. 마셜이 주장한 15퍼센트라는 통계 수치에 대해서는 엄밀성과 재 현성이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많다. 하지만 수치는 다소 과장되었을지 몰라도 적군을 직접 살상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병사가 많다는 명제 자체는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폴레옹 시대에도. 미국의 남북 전쟁 시대에도 적의 머리 위로 총을 발사한 사례가 많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남북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던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회수한 머스킷 소총 2만 7,574정 중 90퍼센트가 장전된 채로 발견되었다. 이는 대부분 병사들이 적군을 죽이기 위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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