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으므로 옳다고 믿는 신앙의 경지가 아닌가.

프로기사들이 삼삼 침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 수를 따라 두는 것은 인공지능의 권위 때문이다. 그 권위는 놀라운 실적에서 나왔다. 알파고 이전에 누군가가 ‘여기에 돌을 두면 이길 확률이 4.7퍼센트 높아진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농담처럼 들렸을 것이다. 10년 전이었다면 기사들은 가치 판단을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웃었을 것이다. ‘이길 확률이라는 게 뭐냐,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은 바둑에서 그걸 어떻게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느냐‘ 하고 따졌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그에 대한 답을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바둑이 엄청나게 강하니까 아마도 옳을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만다.
그리고 따라 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인공지능의 수가 심오한 원리에서 나온다고 상상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기에 어이없을 정도로 얄팍하고 편의적인 이유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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