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전세계를 연결하는 상황에서도 왜 IT기업들은 뭉쳐있으려 할까?
온라인에만 접속하면 되니까 어디서 근무하든 상관없다는 생각은 시장을 모르는 소리였다.

몇 년 뒤에 시애틀은 부자가 더욱 부자가 되고 승자가 독식하는 하이테크 시대의 경제 발전 법칙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된다. 처음 등장하던 당시 인터넷은 우리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될 수 있게해서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거주하고 일할 수 있게 해주리라 여겨졌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칸막이 책상과 사무 단지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주고 경제적 기회를 전국적으로 분산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IT 기업가들은 ‘입지‘야말로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비슷한 분야의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함께 클러스터를 구성하면 인력을 구하기가 더 쉬웠다. 길건너의 경쟁사에서 사람을 데려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 분야의 중심지라는 평판이 생기면 타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 어서도 그랬다. 그리고 IT 분야처럼 변동성이 큰 업계에서는 지금의 일자 리가 사라져도 금방 새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에 있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이 허브 지역에 있고 싶어 할 것이 고, 이는 다시 더 많은 고용주들을 허브 지역으로 오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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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IT 경제는 달랐다. 이제는 혁신 자체에 거대한 보상이 따라왔다. 일단 혁신에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아주 적은 추가 자본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굉장한 새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것을 계속 재생산할 수 있었 다. 석탄도, 철광석도 필요하지 않았다. 즉 이 경제에서는 그 최초의 혁신 을 할 수 있는 두뇌를 확보하고 있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었다. 캘리포 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의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는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에는 재능에 경제적 가치가 많이 달려 있게 되었다"며 "20세기에는 경쟁이 물리적 자본을 누가 더 축적하느냐의 문제였다면 오늘날에는 최 고의 인적 자본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하게도, 이것은 그 허브 지역의 집값과 생활비가 지극히 높아지는 상 황에서도 여전히 성립했다. 새로운 균형을 향해 시장이 조정되는 것이 아 니라, 즉 더 감당 가능한 가격대에서 생활할 수 있는 다른 지역들로 경제 가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추세를 계속 강화하는 피드백 고리가 작 동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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