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뭘 좋아하니?˝하는 질문조차 답을 찾는 데 힘겨워 하는 아이들도 있다.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고 기쁨을 누려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까지 저는 엄마, 아빠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자랐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가 짜놓은 시간표대로 움직였지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수학과 영어는 기본이고 피아노 미술, 발레 학원에 다녀야 했어요.
중학교 때도 그렇고,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학원만 조금씩 바뀌었을 뿐여전히 엄마의 계획표대로 살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잘한다, 천재다 하는 말을 듣는 게 재미있어서 했는데 지금은 제가 좋아서 하는 건지 시켜서 하는 건지 잘 모르겠고 정말로 제가 잘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요. 그동안 아무 색깔도 없이 그냥 맹물처럼 산 것 같아요."
‘맹물처럼 살았다‘는 이 한 마디는 아이의 현재 삶과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부모의 기대가 들어올 때는 물감이 퍼지듯이 자기도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든 것이 탁 가라앉는 것 같다고 했다. 자기가 누구인지 몰라서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리 내 색깔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봐도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역설적이게도 자기 인생은 온통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게 만드는 과정‘이었고 그 대신 영어와 수학을 억지로 좋아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고도 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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