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무기력은 마음의 굳은살이다.
발꿈치에 굳은살이 배기듯 상처처럼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상처들이 쌓여 무기력이라는 굳은살이 생긴다. 보들보들한 새살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 굳은살을 폭력적으로 떼어내는 일은 또다른 피흘림의 과정일 뿐이다.

사랑한다는 신호가 성가시고, 믿을 수 없고, 어색해진 무기력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이면서 잘해보려고 해도 싫다고 도망가는 것은이미 앞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애착 관계에서 받은 좌절감이 마음에 고착돼서 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만이 방법이다. 혹시라도 열정적인 교사가 무턱대고 "네가 과거에 이런 경험 때문에 지금 무기력하게 지내는것 같은데 우리 잘할 수 있어. 자, 하이파이브!" 하면서 다가가면 아이는 어이없어하며 "저한테 왜 이러세요?"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갈지 모른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관계를 맺는 것, 무기력하게 지내지 않는 것이 더어색하다. 오랫동안 불행하게 지낸 사람들이 행복한 감정을 느끼면 어색하게 여기는 것처럼 누가 나를 긍정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이상해서 견딜 수 없고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이럴 때
‘어, 잘해보자는데 얘가 뻗대네?‘ 하고 금세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면 아이는 더 움츠러들고 피하다가 아예 학교에 안 나오게 될 것이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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