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드러날까봐 더 아이를 몰아붙이지는 않았나.

바라는 것은 많고 뜻대로 되지 않음을 고백하는 어른들이 내는 화는 과연 그 과녁이 어디일까?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위니캇은 이렇게 말했다.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어른들은 사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어른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다층적일 수 있다. 첫째, 무기력한 아이들을 변화시킬 힘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데서 생기는 화, 즉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에 화를 내는 것이다. 둘째, 아이들에게 결핍해 있는 희망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화, 현재 무기력한 아이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아이가 포기하거나 하고 싶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뿐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희망이 아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하나의 길 말고는 알고 있는 것이 없으며 그 길을 벗어난 새로운 길에 대해서는 한없는 공포심을 갖는다. 셋째, 무기력한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의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있는데 그 두려움에 대한 화. 체면, 생존, 부담에 대한 회피일 수도 있다. 조금 편하게 살고 싶은데 끝 없는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힐 일에 대한 화이기도 한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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