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혼나느니 안 하고 혼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그들에게는 그게 합리적인 결론일 수도 있었겠다 싶다.

"저한테는 할 만한 힘이 없다니까요."
"할 만한 힘이 없다는 게 무슨 소리야? 뭐, 영양실조에라도 걸렸어?"
"저는 지금 인생을 살아갈 힘이 없다고요."
이 말은 살아갈 힘, 인생을 헤쳐나갈 힘이 없다는 뜻이다. 도대체 상황과 현실이 어떻기에 고등학교 1학년짜리가 살아갈 힘이 없다고 말하는 걸까? 그런데 우울감에 빠진 만성적 무기력 아이들에게서는 이런 감정이 흔하게 나타나고 대체로 결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백이면 백, 했는데 잘못해서 혼나는 것과 끝까지 안 하겠다고 하다가 혼나는 것 가운데 후자가 상처를 덜 받는다고 말한다.
차라리 안 하고서 혼나는 게 상처를 덜 받는다니 얼마나 가여운 일인가. "오늘 내가 왜 선생님한테 안 한다고 했다가 혼난 줄 알아? 그건 내가 기분이 나빠서 안 하기로 했기 때문이야." "오늘 내가 혼난 이유는 내가 못했기 때문이야." 두 가지 이유 가운데 아이들은 후자, 하고도 잘 못해서 혼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즉, 무기력한 아이들은 대체로 "선생님, 저 못해요"보다 "전에 해봤는데 지금은 하기 싫어서 안 할래요"를 선택한다.
다 같은 무기력이라고 해도 아이들이 지닌 근본적인 원인에 따라 문제도 나타나는 현상도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아이가 무기력해진 사연을 잘 듣고 원인이나 과정이 어땠는지를 파악하고 나서 어떤 아이는 계단을 놓아주거나 힘을 실어줌으로써, 또 어떤 아이는 평가하지 않는 방식이나 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적용해서 불안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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