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쓰레기통이 돼줘야 한다는 주문을 회사 일이라 생각하고 나의 자존감과 연결시키지 않는 것. 부모와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자기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 거라고 이해하는 것. 전쟁을 덜 격렬하게 치르는 지혜.


15세. 이때는 부모를 과감하게 떠나기 시작하는 인식의 전환기입니다. 인지의 발달이 사고의 전환을 가져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깨닫게 합니다. 또 강한 자의식이라는 정신 구조상의 배열 변화가 생깁니다. 비평적 눈이 뜨이면서 과거의 이상적인 모델은 더 이상 우상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이제 새로운 자의식에 기초한 새로운 모델과 동일시를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다른 모델에게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떠나기 위해서, 왜 떠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부모에게 퍼붓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기간을 견뎌주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비온(Bion)은 부모의 역할은 그런 점에서 수용체, 담아주는그릇(container)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나쁜 것, 버릴 것을 부모에게 퍼부으면 부모는 그것을 받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줌으로써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고 세상이살 만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했습니다. 쉬운 말로 부모가 쓰레기통이 되어주라는 것이지요.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망과 상실을 품어주는 부모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퍼붓는 쓰레기들을 받아주고 스스로 비워내야 합니다. 이것을 아이에게 되돌려주면 아이는 자신을 다시 그 쓰레기들로 채우게 됩니다. 그 수고가 부모가 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또 다른 비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를 대상으로, 선생님을 대상으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싸우는 것은 사실 현실의 부모나 선생님과 싸우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과 싸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초자아가 요구하는 것을 마치 부모나 선생님이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서 싸우는 것입니다. 결국 아이들 내면에서의 싸움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까칠한 도덕적 주장을 하면서 무언가 요구할 때 이런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됩니다. ‘그래, 네가 너만의 새로운 도덕 기준을 세우기 위해 내면의 투쟁을 하고 있는 거구나. 네가 지금 무조건 순종만 할 수는 없다고 너 자신에게 얘기하는 거구나.‘ 이렇게 말입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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