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이 경작지도도 바꿔놓았다. 식물판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고 있다.

농경 사회가 충분히 정착되고 나서 벌어진 일들은 좀 더 명확하다. 인간의 쾌락에 도움이 되는 식물들이 빠르게 전파되었는데, 그 전파 속도는 대부분 주식용 곡물보다 더 빨랐다. 노동집약적이고 토양을 황폐화시키는 작물인 담배가, 아메리카대륙의 옥수수와 콜럼버스 교환 이후 아프리카의 수수나 아시아의 쌀 같은 영양가 있는 곡물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고고학자 이안 호더 Ian Hodder는 담배를 인간이 걸려든 덫이라 불렀고,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 Yuval NoahHarari는 ‘사치의 덫luxury trap‘이라 명명했다. 하라리는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이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거기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고 말했다. 식물종의 관점에서 사치의 덫은 해당 식물종의 성공적인 번식을 보장했다. 인간은 그런 식물 없이는 살 수 없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식물을 널리 퍼뜨렸다. (또한 육즙이 많은 고기, 단맛 나는 우유, 부드러운 털, 쟁기를 끄는 근육을 가진 동물들을 가축으로 길들이고 번식시켰다. 차이가 있다면, 동물들은 종의 성공적 번식을 위해 우리에 갇히고 신체 일부가 절단되고 때 이른 도살을 당하는 등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이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식물들은 쾌락, 아름다움, 도취감, 통제의 용이성 같은 네 가지 매력으 로 인간을 사로잡았다. 음식 역사가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의 주장에 따르면, 달콤한 사과주 때문에 전 세계에 사과과수원이 등장했 다. 근사하게 생긴 꽃들은 깔끔하게 손질된 튤립밭에 영감을 주었다. 몽롱한 환상 때문에 수지가 풍부한 새로운 품종의 대마초도 개발되었다. 또 값싼 단백질, 비타민, 탄수화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수백만 에이커의 땅에 감자를 심게 되었는데, 감자는 쾌락을 주는 식량으로 시작해서 프렌치프라이로 결론이 나버린 다루기 쉬운 식물이었다. 유용한 식물과 동물을 인위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자 세계 경작지의 풍경은 눈에 띄게 단조로워졌다. 쾌락과 편의성의 추구는 생물다양성의 적이 됐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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