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도 등장할 때부터 악마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을 되돌아볼 때 후대는 우리의 판단에 대해 뭐라고 할까

오늘날 우리는 1930년대에 부상했던 종류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지 않다는 게 상식처럼 통용된다. 우리는 스탈린과 히틀러는 같은 족속이고 그런 자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절대로 등장하지 않으며, 설사 등장한다고 해도 우리는 1930년대의 어리석은 고립주의자들과는 달리 적절히 대응을 하게 되리라고 다짐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그 시대의 미국인들도 그런 판단에 매몰돼 안심했다. 1920년대나 심지어 1930년대에조차 강제수용소의 숙청과 참상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스탈린을 괴물로 여긴 이는 거의 없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유럽의 파시즘을 특히 위험하다거나 사악하다고 여긴 미국인도 거의 없었다. 무솔리니는 이탈리아 국민에게 필요한 막강한지도자로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오늘날 일부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강한 지도자"라는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을 흠모하듯 말이다. 히틀러를 위험한 극단주의자라고 여긴 미국인들도 있고, 미국인들이 보다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 공산주의에 맞서는 보루로 여기는 미국인들도 있었다.
뒤늦게 가서야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히틀러를 위협으로 간주하게 되었고, 그렇게 된 후에도 그를 미국과 민주정체를 토대로 한 생활방식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한 이는 거의 없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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