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은 좀체 지워지지 않는 이유

인간의 뇌에는 천억 개의 신경 세포가 있는 반면 바다 달팽이는 이만 개밖에 없으니 연구가 그만큼 용이하다고판단했다. 우선 아가미를 움직이고, 기억하는 신경 세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봤다. 그리고 한 신경 세포에 전기 신호를 주고 그 옆의 신경 세포에 전기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을 봤다.
무해하다고 느끼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내면 점차 옆 신경세포에 전기 신호가 덜 간다는 것을 관찰했다. 반면에 유해한아픈 자극을 경험하고 나서는 신경 세포에 전기 신호가 더 빨리 효율적으로 전달됐다.
신경 세포가 옆 세포에게 전기 신호를 전달하려면시냅스를 지나야 한다. 그러니 학습과정에서 시냅스에 변화가 생긴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바다 달팽이도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있다는 것을알아냈다. 그리고 시냅스 차원에서 그 차이점을 발견했다. 단기 기억의 경우에는 시냅스에 구조적인 변화가 오지 않았다.
단 몇 분 동안은 구조적 변화 없이 전기 신호가 잘 통했다. 그러다가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단기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서소멸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바다 달팽이가 복습을 통해서 장기 기억을 형성하면 시냅스의 구조가 변했다. 신경 세포들간 연결이 더 강화된 것이다.
훗날 그 자세한 원리를 여러 연구팀에서 발견했다. 장기 기억을 하려면 시냅스에서 단백질 합성이 필요하고,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단백질들이 시냅스의 구조를 바꾸는 것 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바다 달팽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를 대상으로 뇌 속 해마에서의 LTP(기억의 장기강화)가 많이 연구되고 있다. 기억을 형성하는 데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세포 수준에서는 시냅스 구조 변화가 LTP를 가져온다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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